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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클로즈UP]메모리도 어려운데...삼성, 비메모리는 더 문제였다

삼성, 3Q 반도체 영업익 3.8조…시스템LSI·파운드리 2조적자 추정 "HBM3E 엔비디아 테스트 '유의미한 진전'"...6세대 HBM 승부수

삼성전자가 3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79조9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35% 증가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인 2022년 1분기(77조7천800억원) 보다 1조3천억원 가량 많은 새로운 기록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삼성은 지난해 동기보다 277.37% 증가한 9조18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시장의 평균 전망치(10조2932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예상됐던 일이다. 삼성은 지난 8일 잠정 공시에서 어닝쇼크에 가까운 성적표를 미리 내놨기에 시장의 충격파는 덜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날 소폭(0.17%)이나마 상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하이닉스에 추월당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TV조선캡쳐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하이닉스에 추월당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TV조선캡쳐

◆시장 전망치 하회...하이닉스 영업익의 절반 그쳐

삼성의 이날 공시를 통해 세부 과목의 학점을 드러냈다.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부문(DS)에 쏠렸다. DS부문은 늘 삼성 실적의 결과값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캐시카우이기 때문이다.
삼성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에 좀 못미쳤다. 잠정 실적발표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규모다. 매출은 30조에 7300억원 모자라는 29조2700억원이다.
작년 이맘때 4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던 것이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영업이익률도 13.2%로 초대형 글로벌기업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래도 시장의 삼성 3분기 성적표에 대한 평점은 낙제점은 아니지만 C학점 이하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삼성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은 탓이다. 여기에 2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기에 더 그렇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더 컸다.
삼성의 3분기 실적은 메모리 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한 SK하이닉스의 약진과 대비된다. 매출은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가 섞여있는 탓에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영업이익은 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이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도 하이닉스가 역전에 성공했다. 3분기 영업익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올들어 하이닉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845억원으로 12조2200억원의 삼성전자보다 3조원 이상 많다.
상반기까지는 삼성이 DS부문 영업익이 하이닉스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삼성이 8조3600억원, SK하이닉스는 8조3545억원이었다.
'메모리 왕국'이라던 삼성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삼성이 1980년대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익면에서 국내 2위로 전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 반도체사업이 3분기에 3.8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사진은 삼성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 반도체사업이 3분기에 3.8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사진은 삼성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HBM '2위전락'에 비메모리 부진 '엎친 데 덮친격'

삼성 반도체 부문의 성적을 깎아내리는 데 한 몫한 것은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이다. 둘 다 삼성이 세계 정상 탈환을 모토로 내걸고 자본과 인력을 쏟아부은 분야다.
이재용 회장이 의욕적으로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를 메모리와 같이 세계 최강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시장점율이나 지배력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투자에 비해 매출과 수율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적자가 쌓이고 있다. 삼성은 3분기에 두 부문에서만 약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메모리의 지배력이 약화된 마당에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과 시스템반도체마저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삼성으로선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삼성 특유의 포트폴리오와 종합반도체(IDM)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전영현 DS부문장이 지난 8일 잠정 실적을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사실 전 부문장은 위기의 삼성 반도체를 되살리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다.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선발투수진'인 전임 경영진들이다.
4분기 이후 삼성의 반등은 메모리, 특히 AI가속기 전용 HBM(고대역폭메모리)부문에서 하이닉스를 얼마나 따라잡느냐에 달려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닉스의 대약진과 삼성의 부진을 가른 것이 다름아닌 HBM이기 때문이다.
HBM은 메모리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 범용 메모리에 비해 단가가 무려 5~6배에 달하는 HBM은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HBM의 최대 수요처는 AI가속기 시장 최강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이고, 이 시장을 거의 싹쓸이한 하이닉스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으로선 HBM, 특히 현재 최첨단 모델인 HBM3E(5세대 HBM) 분야에서 하이닉스를 언제, 얼마나 따라잡느냐에 향후 반도체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삼성은 업그레이드 HBM3E인 12단제품을 먼저 개발했으나 엔비디아 납품승인이 늦어지며 하이닉스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다.
삼성 대반격의 신호탄이 될 12단 HBM3E. 사진=삼성전자
삼성 대반격의 신호탄이 될 12단 HBM3E. 사진=삼성전자

◆믿을건 12단 HBM3E...엔비디아 납품에 총력

삼성 DS부문의 실적반등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HBM3E 말고는 대안이 없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해 놓았지만, 현재 메모리시장의 최고 노른자위인 HBM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삼성은 이에 따라 12단 HBM3E 엔비디아 납품과 내년 하반기 이후 시장이 열릴 6세대 HBM(HBM4)을 경쟁사에 앞서 개발하는 데 총력 태세에 들어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5세대 HBM의 엔비디아 납품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예상 시점 대비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지연되고 있지만,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단지 해당 제품이 엔비디아향 HBM3E 8단인지 12단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삼성이 이미 8단 HBM3E의 경우 본격 양산에 나섰다는 점에 비춰보면 12단 HBM3E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부사장 말대로 '유의미한 진전'이란 얘기는 아직도 테스트 단계가 남아있다는 얘기와 같다.
삼성은 이날 전체 HBM 사업에서 HBM3E 비중이 3분기 10% 초중반에서 4분기에는 50% 정도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적 파트너관계인 AMD공급량을 감안한 것인지, 엔비디아 납품이 시작되는 것을 고려한 것인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8단 및 12단 HBM3E를 전면에 내세워 대 반격을 시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이 과연 5세대 HBM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하며 4분기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며 메모리왕국의 균열이 더 심해질 지 4분기 실적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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