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화려한 부활에 힘입어 2분기 매출 74조원에 영업이익 10조4500억원을 기록하며 추락하던 자존심을 어느정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31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62.2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74조68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44%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 이은 2개 분기 연속 70조원대를 매출 기록이다.
이달 5일 사전 실적 잠정공시를 통해 밝한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천억원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이다. 달라진 점은 이날 공시에선 주요 사업부문별 실적이 공개됐다는 점이며, 관심의 핵은 반도체 부문이다.
◆DS부문 영업익 전체의 62%...'메모리의 귀환'
삼성은 2분기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DS부문은 크게 메모리,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스템LSI로 나뉘는데, 삼성은 따로 실적을 구분하진 않았다. 다만 메모리가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메모리의 귀환'은 확실해 보인다.
2분기 삼성 전체 실적 대비 반도체 매출의 비중은 38.6%이며 영업이익은 무려 62%에 달한다.반도체 부문이 작년에 잠시 모바일부문(MX)부문에 내줬던 핵심 '캐시카우' 자리에 다시 복귀한 셈이다.
반도체 부문의 부활은 비단 삼성 자체의 사업부문별 위상 변화에 국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만 TSMC와의 국가대표기업간 경쟁에서 자존심을 되찾아왔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삼성 DS부문의 2분기 매출은 같은기간 TSMC의 매출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TSMC의 2분기 매출은 6735억1천만 대만달러다. 한화로 약 28조5천억원이다. 삼성이 약 600억원 가량 많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동안 삼성 DS부문보다 매출이 더 많았다. 영업이익면에서 삼성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매출마저 삼성을 뛰어넘은 것이다.
TSMC는 주식 시가총액도 삼성보다 2배 가량 크다. 메모리 세계 최강이자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으로선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영업이익, 매출, 시총 등 여러 지표에서 TSMC에 밀리며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분기 선전을 계기로 매출만큼은 재역전에 성공했다.
◆HBM효과로 인한 범용 메모리 전반 반대급부 톡톡
삼성은 또 메모리 부문의 숙적 SK하이닉스와의 실적 경쟁에서도 우위를 나타냈다. 메모리 전문기업인 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실적은 매출 16조4232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으로 삼성에 못미친다.
하이닉스가 고부가 메모리인 HBM부문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매출대비 영업이익률 면에선 33.3% 대 22.6%로 삼성에 앞섰지만, 규모면에선 삼성에 밀렸다.
특히 삼성이 아직 하이닉스가 거의 독식중인 엔비디아 AI가속기용 4, 5세대 HBM을 납품하기 전이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HBM시장의 최대 빅바이어다.
이처럼 삼성이 당초 시장의 영업익 전망치(4∼5조원)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며 반도체 최강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한 이유는 HBM특수로 인한 메모리 전반의 반대급부를 톡톡히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I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글로벌 메모리업계가 HBM생산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범용 D램 공급부족을 야기하며 가격이 급상승한게 주효했다는 의미다. DDR5, 고용량 SSD용 낸드 등은 HBM과 궤를 같이하며 삼성 메모리 성장세를 견인했다.
여기에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3사가 혹한기 시절 대대적인 감산 조치를 단행한 것이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가(ASP) 상승으로 이어지며 메모리 최대기업 삼성이 반사이익을 톡톡히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비록 메모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HBM시장에서 하이닉스에 밀리고 있지만, 전체 메모리 공급능력과 수율 등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게다가 아직은 HBM이 전체 메모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비메모리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반기에도 순항"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도 임팩트는 약해보이지만 삼성 DS부문의 실적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시스템온칩(SoC)·이미지센서 등은 공급 증가로 실적이 개선돼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부문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으나 5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주 확대로 전년 대비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고객 수가 약 2배로 증가했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흑자전환하며 2분기 실적호전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실적 개선은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되며 순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AI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8단 5세대 HBM(HBM3E)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납품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12단 HBM3E가 이르면 다음달경 엔비다이 퀄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간밤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의 기술주들이 폭락한 가운데 삼성 주가가 31일 오후 1시 현재 전일대비 1.6% 상승한 채 거래중인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최대 반도체 메이커이자 'K반도체'의 자존심이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핵심 기간산업인만큼 삼성의 실적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자존심 회복이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이 과연 3분기 이후에도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로 이어지는 세계 유일의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실적호조세를 이어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