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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4: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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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탱화의 전통적 계보를 이어 온 명인의 혼(魂)

30년 외길 인생을 통해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다 (사)대한명인회 경기지회 김진구 회장

탱화의 전통적 계보를 이어 온 명인의 혼(魂)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부처 혹은 보살의 초상이나 불교의 경전 등 천이나 종이에 그림으로 표현된 불화를 지칭해 탱화라고 한다.

탱화를 그리는 작업은 섬세한 선묘와 함께 색채 사용에도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수행에 가까운 작업으로 불린다.

사향(寺香)김진구 명인은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 30년간 탱화 명인의 외길을 걸어온 예술인이자 탱화부문과 문화재 수리 기능 보유자 (개금5067호)이다.

남양주 오남읍에서 탱화장인의 삶을 불태우고 있는 김진구 명인((사)대한명인회 경기지회 회장)의 삶을 통해 전통예술의 가치와 당면과제를 조명해 본다.

탱화에 관심을 갖던 소년

전통불교미술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던 보응 스님의 계보를 이은 회응 신상균 선생의 맏제자인 주남 박동수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한 김진구 명인은 불교를 믿어오던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불교학교를 다녔으며 어렸을 때부터 전북 김제에 살며 주위 금산사와 같은 사찰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탱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가난했던 시절, 진학을 포기하고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조부와 친분이 있던 주남 박동주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하게 된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사찰의 탱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던 김 명인은 14세 때 불교미술계에 입문해 그 후 7년간 문하생으로 지냈으며 1989년에는 천호동에 개인 화원인 불원불교 미술원을 개원했다. 2003년부터는 남양주시로 옮겨와 오남읍에 정착해 지금까지 탱화 명인의 외길을 걷고 있다. 김 명인은 사찰 불사 조성이나 전시를 위한 탱화 작업을 비롯해 문화재수리 기능보유자로서 단청 및 사찰보수를 작업하며 불교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교미술의 사랑에 빠져 든 30년 세월

김 명인은 지난 30년간 탱화를 그리는 예술인으로서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꿈꿔왔다. 탱화를 대하는 그의 마음은 혼을 쏟는 경건함이 묻어난다. 김 명인의 '수월관음도'는 보석가루를 사용한 섬세하고 화려한 채색으로 보살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교미술과 불교에 대한 사랑으로 정진해온 예술인으로서의 그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탱화부문 명인으로 선정되었다. 김 명인은 평화통일예술협회 문화관광부장관상 등 다양한 수상을 받으며 탱화미술의 이해를 넓히고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화계사, 선운사, 도설암등 사찰의 탱화와 함께 금산 보석사 여수 흥국사 부여 골암사 등에도 김 명인의 손길이 닿아있다. 우리나라 전국 사찰의 탱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정원사의 불사를 조성하였다. 김 명인은 남양주시 문화원, 불화민화사랑 회장과 한반도 문화예술협회 불화 분과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단체활동을 통해서도 불교미술을 전파해 왔다. 또한 김 명인의 6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11년에는 최초로 불화부문 국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탱화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교신앙을 담은 불교미술이란 인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불교신자들의 문화로 여겨진 만큼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김 명인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 남양주시 제 2청사에서 탱화 시연을 주최하고 각 지역 문화원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에는 다산문화제에 스스로 참가해 탱화와 불교미술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전통예술...관심과 공감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김 명인이 바라는 점은 무엇보다 바로 관심이다. 불교미술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미술의 진수를 담은 탱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보존 계승해온 김 명인은 (사)대한명인회 경기지회 회장을 맡아 전통문화 명인들의 교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명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고 있는 전시회를 기획, 명인의 사기진작과 함께 공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김 명인은 탱화뿐 아니라 전통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도 꾸준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여름에 열린 “(사)대한명인회 경기지회 명인전”은 잠실 롯데월드 민족박물관 화랑에서 개최해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 한마당으로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각 경기 지역을 대표하는 명인들의 뛰어난 예술미와 전시 및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하며 전통예술의 숨결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김 명인은 “전통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여러 사람들이 전통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며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멋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명인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데 최선의 경주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도 (사)대한명인회 경기지회는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부터 6월 3일까지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공예관(서울 중구 퇴계로)에서 ‘우리의 멋과 꼴’을 주제로 전시회가 펼쳐진 것. 이번 전시는 우리 전통 문화의 전승을 위해 노력하는 명인들의 솜씨와 열정을 한자리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됐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외국관광객이 한국의 문화를 알기 위해 자주 찾는 주요 관광명소라는 점에서도 이날 행사는 우리의 멋과 미가 담긴 한국의 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리는 의미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우리 문화 교육의 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행사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행사개막 공연은 ‘조경희 대한명인’의 지신을 밟고 액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은 ‘호미걸이 들소리’ 중 길놀이로 시작됐으며 ‘동선본 대한명인’이 함경도 지역의 퉁소음악을 연주하여 흥을 자아내고 송진수 대한명인이 이끄는 송진수 우리춤숨연구회에서 대한민국 전통 춤의 뿌리처럼 모든 춤의 근간이 되는 흥풀기 춤인 ‘입춤’ 공연 등이 다채롭게 선보였다. 전시 및 공연에는 총 30여 명의 대한명인들이 참가했다. 현재 대한명인회 소속 명인들은 247명으로 경기도 명인만 29명 남짓 된다.

올해로 2회 째 경기지회 명인회를 개최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 명인은 “1년 전에는 구상만 하다 끝나고 2년째 전시회를 시작해 전국 명인들을 모두 초청했다는 것이 뿌듯하다.”며 지회 구분 없이 한뜻을 품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신명나는 일임을 전했다. 이어 “전체 명인들이 융합하고 화합하고 발전하면서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자체로 좋다.” 며 경기지회 회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김 명인은 “전통문화에 흐르는 깊은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자부심을 가진 명인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자체,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 시급

한편으로는 전통문화 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소원하다며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일침을 던지기도 했다. 김 명인은 그런 지원에 힘이 실릴 때 뛰어난 문화전통 고수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명인후학도 양성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전통문화 예술인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피력했다. 탱화의 경우 채색에 필요한 안료 중 자연적인 석채안료는 그 원료가 금, 은 등 보석류인 탓에 단가가 매우 비싸다. 자비로 이 모든 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상황은비단 김 명인뿐 아니라 남양주시 내 모든 기능인과 예술인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으로 공동 전시장, 미술관 설립 등을 통해 남양주시의 문화적인 구심점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김 명인은 평생의 꿈으로 탱화 전수관과 박물관을 생각하고 있다. 탱화 전수관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탱화를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탱화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의 기능을 가진 곳이다. 그와 함께 탱화박물관을 세워 성인 반을 따로 운영해 탱화와 불교미술을 후세까지 널리 지켜질 수 있도록 인재 양성을 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김 명인은 스스로 노력하며 길을 개척하고 있지만 미비한 지원과 소원한 관심은 가야할 길을 더욱 멀게 느껴지게 한다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해야 할 때

어려움을 피하고 도망가는 것을 싫어하거나 얕은 수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이 없는 김 진구 명인. 탱화를 비롯한 전통예술을 상품화 하는 것은 기존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터놓는다. “정부나 국민 모두 전통을 상품화 한다는 것에 반감을 갖는다. 팔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것을 우직스럽게 연구해서 외국인들이 우리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김 명인은 외국의 디자인에 단순히 우리 것을 내용화 화려는 시도는 오히려 우스워질 뿐이라며 잘못된 문화적 혼합을 경계했다.

김 명인은 탱화의 대중화를 위해 전통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느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는 순간 한국문화가 멋지다고 느낄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김 명인은 우리나라 단청문양이나 전통색이 오히려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의 문화적 아이디어를 응용한 작품들로 재탄생 되고 있다며 이런 산물들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 것의 좋은 점과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현실을 꼬집는다.

전통예술 계승할 후학들 많이 양성되야

전통문화에 대한 편견을 제고하기 위해 김 명인은 다채로운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한계를 자주 느끼곤 한다는 김 명인은 “불화를 가지고 접근하면 무서워 한다. 그래서 일반 민화부터 가지고 나가도 잘 안 된다.”며 전통에 대한 대중적 교감이 약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그 밑바탕에는 탱화를 비롯해 전통예술과 잘 친해지지 못해서라고 지적한다. 연령층을 낮춰 초등학생들에게 탱화를 가르쳐봤다는 김 명인은 순수함과 기발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전통과 현대적인 것을 접목한 다양한 퓨전 형식이 나왔던 경험을 전했다.

김 명인은 흐뭇한 마음에 직접 사비를 털어 학생들 모두를 시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인의 소통창구가 되고 있는 블로그 등의 소셜 기반을 활용한 공감도 김 명인에게 쉽지 많은 않다. 탱화 분야의 중심적인 활동 명인이 김 명인 혼자이다 보니 네트워크의 체계 있는 접근이 용이하지 못한 것. 후학을 양성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김 명인은 탱화 예술혼을 이어갈 수 있는 제자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뒷받침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전통예술이 뿌리 내릴 이 땅의 척박한 풍토가 개선될 때 우리 문화와 멋과 정신의 계승은 전통문화를 올곧게 지켜가는 명인들로부터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야 말로 후세에 빛나는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부심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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