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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트럼프 외교정책, ‘제국의 부활’인가…서구 문명과 팽창주의를 둘러싼 논쟁 격화

“아메리카 퍼스트”를 넘어선 힘의 외교…글로벌 남반구·유럽·미·중·러 관계에 파장 예고

트럼프 외교정책, ‘제국의 부활’인가…서구 문명과 팽창주의를 둘러싼 논쟁 격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과거 제국주의적 팽창 논리를 되살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사진=AI생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과거 제국주의적 팽창 논리를 되살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사진=AI생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과거 제국주의적 팽창 논리를 되살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달간의 행보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전략은 고립주의라기보다 군사력과 압박을 전면에 내세운 적극적 개입주의에 가깝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베네수엘라 지도자에 대한 강경 조치와 해당 국가의 석유 자원에 대한 공세적 발언, 쿠바에 대한 제재 강화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 심화,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 주장,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로 중동에 미군을 증강 배치하며 이란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거론하는 행보는 일관되게 강압적 색채를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세계로부터의 철수가 아니라, 오히려 군사적 우위를 전 지구적으로 재확립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제국의 사명”을 다시 말하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미서전쟁을 통해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획득하며 미국을 해외 제국으로 확장시킨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찬양했다. 이는 미국이 반제국주의 국가라는 기존 외교적 수사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이달 초 뮌헨안보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한 연설은 이러한 노선을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비오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5세기 동안 서구는 끊임없이 팽창해왔다”며 선교사, 병사, 탐험가들이 대륙을 건너 제국을 건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5년 이후 서구가 ‘수축’했다고 표현하며, 탈식민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혁명이 서구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동맹국들이 “죄책감과 수치심에 묶여 있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서구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이는 독일 극우정당 AfD의 수사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루비오는 “문명적 소멸(civilizational erasure)”을 경고하며 서구 정체성의 수호를 외교적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달 그린란드 누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지난달 그린란드 누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학계의 우려…“탈식민 세계에서 부적절”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스티븐 워트하임은 “트럼프는 세계로부터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재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아메리카 퍼스트 글로벌리즘”이라고 규정했다. 동맹을 해체하는 대신, 압박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국 찬양 담론이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일반적이었을지 모르나, 탈식민화와 민주화가 진행된 오늘날 세계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의 나데르 하셰미 교수 역시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 식민지 경험을 통해 형성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러한 담론은 국제질서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아랍·이슬람권에서는 극단주의 세력이 이를 선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 비판을 통해 외교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사 서술을 둘러싼 논쟁

루비오 장관은 미국 중서부의 ‘빈 평원’을 독일 농부들이 개척했다고 표현했으나, 이는 수천 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온 원주민의 존재를 지운 서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과 노예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동아시아 외교사를 연구해온 존 델루리는 “루스벨트 이후 미국은 스스로를 제국주의의 적으로 묘사해왔다”며, 최근의 노골적 제국 찬양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콘스탄체 슈텔첸뮐러 역시 뮌헨 회의에서 다수의 전 식민지 출신 인사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 내부의 엇갈린 시각

그러나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해석은 갈린다. 비개입주의 성향의 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앤드루 데이는 루비오의 발언이 제국 복귀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서구 문명에 대한 자부심 회복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루비오가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에 대한 강경 조치를 주도해온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 세계 패권주의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서구 문명’ 프레임 자체가 과도하게 국제주의적이며, 미국 국익에 집중하는 노선과 충돌한다고 본다. 즉, 제국적 팽창과 비개입주의 사이의 긴장이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향후 전망…국제질서의 분기점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위협을 반복하고 그린란드와 같은 전략적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사하는 가운데, 미국 외교는 20세기 초 제국주의적 사고의 재등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탈식민 세계에서 형성된 국제질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러한 담론은 서구 문명의 정체성과 쇠퇴론을 결합해 새로운 외교적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동맹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글로벌 남반구의 반발과 미·중·러 경쟁 심화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결국 트럼프 외교정책은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미국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이 제국의 부활인지, 아니면 문명적 자부심 회복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힘의 외교인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요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군사적 긴장 고조: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중동 지역에 최대 규모의 미군을 배치하여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의 찬양: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과거 서구 제국들의 확장을 칭송하며, 반식민지 독립운동이 서구의 힘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무기화된 동맹: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닌, 동맹을 강압의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글로벌리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비서구권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하며, 러시아와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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