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오피니언] '초격차 지원금'은 복지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다
기획칼럼 | 경제·산업 정책을 논하다
글 | 데일리뉴스 시사칼럼니스트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딥테크(Deep-tech) 및 첨단 신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초격차 지원사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아니냐" 혹은 "퍼주기식 예산 집행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한 산업 구조와 글로벌 경제 지형을 냉정하게 들여다본다면, 초격차 지원금은 한가로운 복지성 지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건 '필수 불가결한 생존 투자의 비용'임을 알 수 있다.
왜 지금 한국 시장은 '초격차 지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
첫째, 딥테크의 '죽음의 계곡'을 건널 마중물이다.
시스템반도체, AI, 바이오, 로봇 등 초격차 10대 분야는 단순한 앱 서비스나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과 결이 다르다.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과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매출이 전혀 없는 이 긴 시기를 산업계에서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부른다. 민간 자본이나 벤처캐피털(VC)은 불확실성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초기 원천기술 개발에 선뜻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 기술이 시장에 뿌리내리기도 전에 자금난으로 사라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의 초기 R&D 및 사업화 지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둘째,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의 '대체 불가능한 무기'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은 단순한 가격이나 품질 경쟁을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거대 강국들의 기술 패권 싸움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자원도, 거대한 내수 시장도 가지지 못했다. 미국·중국의 거대 자본과 단순히 덩치 싸움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 우리가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경쟁국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압도적 기술력(초격차)"을 보유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뿐이다.
셋째, 대기업 편중 구조를 깨는 '제2의 성장 엔진'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오랫동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부 대기업과 전통 제조 산업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전통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지금,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시급하다.
초격차 지원금은 민간 기술 생태계에서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SK하이닉스'가 될 잠재력을 가진 유니콘 딥테크 기업을 발굴하는 일이다. 이는 특정 기업을 돕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의 체질을 첨단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핵심 열쇠다.
넷째, narrow한 내수를 넘어 '글로벌 직행'을 가능케 한다.
5천만 인구의 내수 시장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기엔 턱없이 좁다. 그러나 초격차 원천기술은 처음부터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표준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초격차 지원은 단순히 자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외 실증(PoC),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해외 투자 유치까지 패키지로 연계한다. 내수 시장에 갇히지 않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세계 무대에 직행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셈이다.
뼛속까지 '기술 국가'여야 하는 대한민국의 선택
단순한 모방이나 뒤따라가기(Fast Follower) 식의 성장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초격차 지원금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 자금이지만, 동시에 미래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생존을 위한 기회비용'이다.
눈앞의 성과에 연연해 단기적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술이 결실을 볼 때까지 진득하게 밀어주는 정책적 연속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초격차 기술에 대한 투자는 결코 사치가 아니며, 대한민국이 세계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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