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각계에서 정년연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년연장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1천만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가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해 정년을 75세로 파격적으로 연장을 해야 한다고 제시한 가운데, 정년연장 문제는 정치권의 이슈로도 부상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일자리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 자칫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켜 세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일자리 상황 열악...성급한 정년연장 역효과 날수도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발간한 '일본의 고용연장 사례로 본 한국 고용 연장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정년연장은 시기상조이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신규구인배수가 2.28개로 일자리가 풍족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65세로 정년연장이 의무화된다.
한국은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58개에 불과하다. 신규구인배수 기준으로 일본의 5분이 1수준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일자리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을 성급하게 연장하면 기성세대의 은퇴가 늦어져 청년 취업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년연장이 되레어 미래세대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65세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률적 정년 연장이 아닌 60세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고용(재계약) 중 기업 여건에 맞게 제도를 선택하는 탄력적 고용연장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의 69.2%는 60세 정년을 유지하되 65세까지는 계속고용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301인 이상 대기업의 무려 81.9%가 계속고용방식을 도입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본은 특히 2000년부터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65세 고용을 정착시켜 일선 기업 노동현장의 부담과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이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노인 연령 75세 상향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계적 연장 제도개혁으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 필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정년을 65세로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법개정안(고령자고용촉진법)이 주를 이루며, 제도 정착 기간으로 5∼8년(2025∼2033년)을 두고 있다.
대한상의는 노동시장에 부작용이 없이 60세 이상 고용이 정착하려면 점진적, 단계적, 자율적 고용연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인구성장 끝 세대인 1990년대생의 노동시장 진입 후 점진적 고용연장을 시행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고용연장 노력과 노사합의로 선별적으로 고용을 연장하거나 다양한 고용연장 방식에 대한 기업 자율성 부여해 산업계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일괄적인 정년연장 시 청년세대와의 일자리 충돌, 기성세대 조기퇴직 등 되레 고용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질적으로 60세 이상 고령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직업훈련, 고령 인력 적합 업무개발 등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정년연장에 대해선 여당인 국민의힘도 생각이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신설한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한 대표는 토론회에서 "일하고 싶으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등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건강수명 지표가 70세를 이미 넘어섰다. 그 정도 나이까지는 노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않나. 분명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블어민주당도 정년연장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한다. 소속의원들도 정년연장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해선 여당과 다소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으로 고령층 일자리가 증가하면 반대로 청년층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으며 기업에 비용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십분 고려할때 일률적인 정년연장보다 단계적 연장이 제도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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