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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5:4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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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특성화고교로 새 출발하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

임실·순창 지역과 연계한 세계 최고수준의 치즈·장류 마이스터 배출할 것

특성화고교로 새 출발하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

학벌 중시·차별사회가 만들어낸 대학 진학율 80% 이상은 아무래도 비정상 수치다. 학벌 편견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불안감이 진로에 대한 확신도 없는 대규모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회적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특성화고교다. 특별한 기능이나 기술을 습득하고 숙련된 직업인의 진로를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제도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선취업 후진학을 권장하며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특성화고는 전국에 650여 개를 넘어선다. 전북 임실에 올해 3월 또 하나의 특성화고가 개교한다.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다.

1980년에 개교한 임실서 고등학교, 지역기반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환

2014년 3월 4일 정식개교를 앞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학습 기치는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배움터”다. 그리고 학교가 바라는 인간상은 "바른 인성과 최고의 실력으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한국치즈과학고인 육성" 이다. 바른 인성과 최고의 실력으로 진학제도의 난맥상과 사회의 비실질적이고 허영 섞인 시선 속에서도 심지를 가지고 선택한 진로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독립적으로 책임지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배움터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무관하지 않다. 임실의 치즈산업과 순창의 장류 산업이 지역 기반이 되어준다. 학교의 출발 목표가 ‘섬진강 상류 청정 임실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치즈제조 및 순창지역의 장류산업과 연계한 발효식품 개발, 조리, 유통 전문가 양성’임을 명시하고 있다.

본래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전신은 임실서고등학교다. 1980년에 개교한 이래 2,8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를 가진 학교였다. 하지만 인구의 도시 선호와 낙후된 농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듯 학생 수가 점점 줄어갔다. 현실을 직시한 정부는 2011년 치즈와 조리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농업계 특성화고교로 전환 방침을 세웠다. 2년이 넘는 준비와 과도기를 거쳐 올해부터는 학교명을 개칭해서 새로운 다짐과 제도를 가지고 새출발하게 되었다.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새로운 개교를 위한 시설도 구비했다. 작년 6월에는 최신 실습시설을 갖춘 백련관을 완공했다. 유가공실, 제과제빵실, 한양식조리실, 식품가공실 등이 설치돼 있다. 52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숙사인 섬진학숙도 건립됐다. 올해 신입생부터 입주할 수 있다.  

2011년 부임, 특성화고 사전 기반 다진 노영조 교장

“2011년 9월 1일 부임할 당시의 임실서고등학교는 폐교 직전의 형편이었습니다. 부임하자마자 도 교육청으로부터 특성화고교로 바뀐다는 계획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2년 이상을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 작업을 해왔어요.”임실서고등학교의 마지막 교장이자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1대 교장인 노영조 교장선생님은 처음 부임했을 때 학교 분위기는 사회에서 방치된 듯했다고 회상했다.

정보처리과와 일반진학과 두 반이 운영됐던 당시 학교는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소외되며 규범과 공부 모두 상대적으로 무심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나마 한반에 28명 정원을 채우지 못한 20명 이하의 학생들이 입학하곤 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학교 규정을 준수시키느라 몹시 힘들어 했다. 더구나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대의 모교장 선생님은 전주 인근 중학교를 다니며 맡아서 잘 교육 시킬테니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구걸 아닌 구걸까지 하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노영조 교장선생님은 전북과학고, 군산여고 등을 거치며 38년을 교직에 몸담아 왔다. 그는 학생들의 착한 바탕과 교육의 진실성을 믿었다.“학교 안팎에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인사는커녕, 피운 담배꽁초가 굴려 다녔어요. 안되겠다, 인성지도부터 하자,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으며 인사하기 지도와 흡연 지도부터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먼저 생활규정을 강화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내에서는 흡연을 절대 금지시켰습니다. 이제는 학교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은 없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의 태도가 눈에 뜨일 정도로 변했다고 한다. 노영조 교장선생님은 공부 실력이 떨어진다 해서 인성마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의 아주 나쁜 편견이라고 일갈한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실력보다도 인성이나 예절 등이 바른 사람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한국적 현실에 맞는 치즈산업 육성해야

노영조 교장선생님은 작년에 임실군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을 인솔하고 스위스에 치즈 견학을 다녀왔다. 치즈의 나라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온국토가 푸른 초지로 구성되어 있고, 치즈마이스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 하나에 80kg이 넘는 치즈 덩어리가 꽉 차있는 창고를 보면서 우리가 아무리 치즈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열심히 한다 해도 본고장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적 현실에 맞는 치즈를 개발하는 방법만이 승부를 걸만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피자치즈, 김치치즈, 인삼치즈 등이 있을 수 있어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는 처음에 임실치즈를 대표하고자 하는 의견 때문에 ‘임실치즈과학등 학교’가 될 뻔했다. 하지만 노영조 교장선생님은 임실치즈에 대한 미래를 기원한다면 지역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적인 관심과 호응이 학교를 키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전북에서 소를 키우고, 치즈등의 유제품을 만들어 풍요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 농가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전국적인 모집이 필요해요. 그래서 도교육청에 지원가능학교를 전국 단위로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전까지 정원 미달이었던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올해 지원율은 54명 정원에 83명이 지원해 1.54:1을 기록했다. 지원학생들의 평균 성적도 상향되었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증거입니다. 올해는 한반에 27명을 모집했으나 내년부터는 전국적 단위로 마이스터고에 준하는 치즈과학과와 조리과학과 각과 24명씩을 선발할 예정이다.

“특성화고는 자발적인 진학 외에 대학진학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먼저 취업을 한 후에 현장에 필요한 학습을 위해 진학을 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부모들은 성적이 되든 안되든 학생이 원하든 아니든 무조건 대학진학부터 종용하는데 특성화고의 이점을 알면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자체의 재정 지원 절실

노영교 교장 선생님은 내년 2월까지 임기 동안 학교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놓은 것은 자신이 할 일이라고 한다. 후임 교장이 오면 학교의 궁극적 목표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교육관을 건강한 몸과 마음, 최선을 다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마음과 몸 둘 중 하나가 부족하면 균형을 잃게 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실력이 다소 처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시간은 노력하는 자의 편이 되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개교에 장미빛 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들이 요목조목 예산을 짜서 지자체에 요청한 기숙사 운영 지원금이 전체 삭감돼 기숙사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기숙사에 입주하는 52명의 입사생들은 그래서 전원 자기 부담금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성화고가 가지는 장점 중의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또 기숙사에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생활과 규율을 이끌어갈 전담 사감 선생님이 필요한데 최소한 2천만 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역시 이것도 충당되지 않아 선생님들이 과목 수업 외에 추가 부담을 맡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도교육청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성화고를 설립해놓고 정작 지원을 제대로 못해 취지를 잃어버리고 부작용이 유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은 전신 학교때부터 가족같은 친목을 다져왔다. 년 4회 있는 고사기간의 첫날은 전교직원이 체력향상을 위해 등산을 해오고 있고, 매학기가 끝날때마다 같이 여행과 연수를 통해 교육자로서의 반성과 새로운 계획을 마련해온다고 한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의 의욕이 좌절당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전북도교육청에서는 ‘강도 높은 교사연수와 현장 수요형 실습 수업을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 세계 최고의 치즈명장 및 조리명장을 배출할 예정’임을 강조했다.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가 특성화고의 취지를 십분 살린 성공한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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