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을 위한 애사심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일까, 아니면 시장에 대한 향후 주가 회복 기대감을 불어넣기 위한 특단의 조치일까.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했음에도 '7만전자'의 늪에 빠져 횡보하고 있는 삼성전자 핵심 임원들이 최근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 임원 6명이 자사주 1만5490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1억4908만원 규모다.
◆반등 기로에 선 주가 부양 위한 특단의 조치 해석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이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였다. 박 사장은 지난 3일 5500주를 주당 7만3700원에 장내에서 매수했다. 금액으로 4억535만원어치다. 박 사장의 보유 주식은 2만8천주 불어났다.
같은 날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장내에서 주당 7만3500원에 5천주를 추가 매수했다. 총 3억6750만원 규모다. 노 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1만8천주로 늘었다.
이어 재경팀 담당 임원인 윤주한 부사장이 660주(4975만원), 지원팀장인 박순철 부사장이 1천주(7520만원), 정재욱 삼성리서치 글로벌 AI센터 부사장이 1330주(9948만원), 김동욱 재경팀장(부사장)이 2천주(1억5180만원)를 매수했다.
통상적으로 회사 대표나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을 보고 투자수익을 꾀한다기 보다는, 회사측의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경우가 많다.
지난달 9일 8만원선이 무너진 뒤로 한달째 '7만전자'에 머물러 있는 삼성 임원들이 스스로 주가 부양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뜻이다.
물론 6명의 임원들이 매입한 자사주는 삼성의 주식수와 시가총액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의 핵심 임원들이 주식을 10억원 이상 사들였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만한 요소다.
시기적으로 삼성 주가는 현재 급반등의 기로에 서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증권애널리스트는 삼성 주가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영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에 대해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목표주가 11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의 '게임체인저'로 인식되는 AI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완벽히 뺏겼다. 하지만, 삼성이 세계 최대 HBM수요처인 엔비디아에 품질테스트를 통과하고 납품을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8만전자 재진입 최대 변수
당장에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 삼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HBM핸디캡'을 극복하며 분위기가 급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막판 테스트중인 삼성의 HBM은 업계 첫 12단짜리 5세대 HBM(HBM3E)이다. D램을 쌓아올려 만드는 HBM은 단수가 높을 수록 처리속도가 빨라 AI성능과 직결된다. 8단에 머물러있는 경쟁사에 비해 비교우위가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삼성의 HBM 악재로 인한 하방 압력보다 HBM 제품 테스트 성공으로 인한 업사이드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앞서 2분기안에 엔비디아에 12단 HBM3E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예상대로라면 이달 중에 엔지디아 납품을 위한 마지막 관문(퀄테스트)을 넘어 초도 물량의 선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아직 삼성이 12단 HBM3E의 발열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해 퀄테스트 통과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젠슨 황이 최근 폐막한 대만 컴퓨텍스2024 전시회에서 "일정대로 테스트중"이라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조만간 1분기 실적을 내놓은 경쟁사 마이크론의 성적표도 삼성의 8만전자 재진입에 또다른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의 보루 마이크론은 HBM시장의 다크호스이다. 전체 시장은 하이닉스와 삼성이 양분하고 있으나, HBM3E에선 삼성보다 먼저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하는 등 소리소문없이 HBM 영토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만약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다면, 하이닉스와 삼성의 주가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의 실적이 D램 전체의 업황 회복에 HBM특수가 맞물리며 예상보다 호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만전자'의 늪에 빠져 한달 째 허우적대고 있는 삼성 주가가 이같은 2가지 긍정적 변수와 핵심임원의 자사주 매입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8만전자'에 복귀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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