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SK하이닉스 주가의 고공행진을 지켜봐야만 했던 삼성전자가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가가 8만원대에 진입하는, 소위 '8만전자'에 턱밑에 도달했다.
이틀 연속 약보합세를 보였던 삼성 주가는 26일 2%대의 상승세를 타며 장중 8만원벽을 뚫었다. 장 후반 다소 밀리며 8만원에서 단 100원 모자란 7만99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 주가는 AI용 'HBM(고대역폭메모리)특수'를 타고 사상 최고가 갈아치우며 고공비행하고 있는 라이벌 하이닉스와 달리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며 대한민국 대표종목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겨야했다.
하이닉스는 작년초까지만해도 오매불망 주가 10만원, 소위 '10만닉스'를 고대했었지만 AI열풍 속에 AI용 GPU를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용 HBM 공급을 독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26일에도 하이닉스는 전일대비 4%이상 상승하며 17만6600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삼성 주주들을 애태우던 상황을 급반전시킨 것은 엔비디아의 젠슨황이 최근 삼성의 5세대 HBM(HBM3E)를 테스트중이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부터다.
◆외국인 5거래일 연속 대량 매수...마이크론 급등세 영향도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삼성 HBM3E 공급이 현실화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매수가 이어지며 하이닉스에 이어 삼성 주가에도 그야말로 볕이 든 것이다.
삼성 주가는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5% 이상 급상승하며 본격적인 랠리를 하는듯했다. 21일에도 3% 이상 올랐다. 그러나 지난 이틀 소폭 하락하며 상승세 제동이 걸린 듯하다 26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삼성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마이크론발 훈풍 덕분으로 읽힌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에 6% 이상 폭등했다. 이 바람이 태평양을 넘어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며 삼성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삼성 주가의 8만원대 진입, 즉 '8만전자'가 아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8만전자를 넘어 내친김에 '9만전자'를 향해 치달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일단 시장에선 삼성 주가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는 26일 삼성의 목표주가를 10만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분위기는 좋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대량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고 있는 기관들과 달리 외국인은 폭풍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삼성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 1200여만주를 순매수한데 이어 26일까지 단 하루로 빼먹지 않고 삼성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20일 이후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삼성 주식 순매수량은 무려 약 3700만주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관들의 순매수량(1800만주)의 두배가 넘는다.
삼성의 1분기 실적 개선폭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향후 주가의 고공행진에 긍정적 시그널로 비춰진다.
HBM, DDR5 등 AI용 메모리 공급 확대에 범용 메모리 ASP(평균판매가) 상승으로 삼성의 1분기 영업흑자폭이 기대이상일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삼성은 현재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전장 등의 다른사업의 업황이 골고루 호전되고 있다. 삼성 특유의 포트폴리오가 또다시 위력을 발휘하며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3조4000억원과 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와 77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3%, 8% 상회한 수치다.
◆실적호전에 HBM특수...9만전자 기대감에 힘실려
엔비디아의 AI특수가 상당기간 유효할 것이란 분석도 삼성 주가의 '9만전자'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엔비디아의 H100 등 주요 GPU용 HBM은 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현재 필드테스트중인 삼성 HBM3E가 관문을 통과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게 분명하다.
글로벌 기업 특성상 대체재가 없는한 부품공급사, 즉 벤더를 2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핵심 부품을 특정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보면 리스크요인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아직은 어쩔 수 없이 하이닉스의 HBM만 주로 쓰고 있지만, 삼성이든 마이크로든이든 품질테스트만 통과하면 전략적으로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리 최강기업이고 현재 GPU용 HBM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삼성 주가가 엔비디아, TSMC,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비해 과도하고 저평가돼왔다는 점도 넓게 보면 향후 주가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삼성이 최근 강세를 바탕으로 단기에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지만, 경쟁사 주가 오름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변수가 있다면 삼성이 과연 HBM시장에서 하이닉스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비록 긍정적으로 삼성 HBM을 검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납품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26일 하이닉스가 올해 HBM3E 시장의 90% 이상 공급하며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삼성의 목표주가를 9만7000원으로 제시한 반면 하이닉스는 23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반도체주가의 향배를 결정하는 것은 HBM이어서 이 시장의 유의미한 판도변화가 일기 전까진 삼성 주가 상승폭이 하이닉스를 따라잡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삼성만 놓고보면 '8만전자'를 넘어 '9만전자' 진입이 예상보다 빨리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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