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업인들의 우즈벡 진출을 돕겠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이른바 ‘나인-브릿지(9-Bridge)’ 사업을 언급했다. 이는 한국과 러시아 간 9개의 경제협력 전략을 일컫는다. 전력, 철도, 북극항로, 가스, 조선, 항만, 산업단지, 수산, 농업 등을 말한다. 그런데 지난 2019년 12월, 이 사업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국내의 ‘북방경제인연합회’가 ‘북극 항로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동에너콤(이하 ‘신동’)의 김윤식 회장이 관련되어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 최초로 민항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프리모르스키 항 개발사와 MOU를 이미 맺었다. 신동에너콤은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삼성’으로 불리며 매우 유명하다. 1978년 회사를 창업,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면 사업을 시작으로 우즈벡과 인연을 맺고 있는 김윤식 회장을 만나보았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수상
지난 2월 7일 중소기업중앙회는 해외 23개국에 총 27명의 ‘해외민간대사’를 위촉했다. 2011년부터 운영되어왔던 이 제도는 2년간 활동하는 무보수명예직으로 해당 국가에서의 주요활동 내역, 관련 경력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여기에 선정된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자문을 수행하고,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 제도 등 공개된 정보로는 알기 힘든 현지의 생생한 현장정보를 바탕으로 후발 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윤식 회장은 올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대사로 재위촉됐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우즈벡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우즈벡의 우수한 원면을 한국에 수출한 그는 우즈벡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즈벡 대통령으로부터 ‘우호, 친선 훈장’을 수훈했을 정도며 각료 회의를 할 때면 늘 그의 이름을 말하곤 했다. 그만큼 우즈벡과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성균관대 총장으로부터 ‘자랑스러운 성대 경영대 동문상’을 받았으며, 2017년 주한명예영사단장에 임명됐다. 2016년에는 미주동포후원재단이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해외 경영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저희 신동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기술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원면 무역(Cotton Trading), 방적, 건설, 실리콘 메탈 생산, 솔라 에너지 등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즈벡과 인연을 맺어 적지 않은 도약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국내 경제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해외민간대사의 위촉과 함께 이제 후배 기업인들인 우즈벡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특히 우리 기업이 러시아 극동개발 정책과 연계한다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회장은 1978년 신동무역상사를 창립한 후, 1983년에 ㈜신동에너콤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원면 무역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윤식 회장의 사업적 능력이 발휘된 것은 바로 1993년에서 1994년 사이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원면 파동이었다. 당시 원면을 구할 수 없어 방적 업체들이 상당히 힘들었던 것. 그때 김 회장이 우즈벡의 양질의 원면을 한국으로 가져왔다. 당시 우즈벡은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원면 판로에 대한 걱정이 매우 많았다. 그때 김 회장이 대량의 원면을 수출해 주었으니 국가 경제의 기틀을 잡는 데에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우즈벡 정부와 급격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원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2008년에는 우즈벡 정부와 규소광산개발 계약을 하기도 했다. 김윤식 회장은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신뢰’라고 말한다.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
“경영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서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신뢰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구두로 했던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지키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는 희생정신도 필요합니다. 당시 우즈벡에 공장을 지을 때 저희가 원하는 부지에서 무려 700km나 떨어진 부지에 지었습니다. 우즈벡 정부가 그곳에 공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물류비가 더 들어가는 손해가 발생해도 흔쾌하게 그들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우즈벡 정부도 저를 철저하게 신뢰하며 다른 사업적 어려움으로부터 보호해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김윤식 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국내의 모 대기업이 신동의 사업에 발목을 잡을 때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총수가 대한민국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신동과 사업을 하지 말고 우리와 하자’고 했다는 것. 하지만 김 회장에 대해 워낙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우즈벡 정부는 김윤식 회장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방해 작업으로 인해 여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경영의 원칙들은 초기 직장생활에서 배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애초 삼성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자신의 사업을 위해 퇴사를 했지만, 당시 삼성의 문화가 적지 않은 경쟁력이 되었다고 한다.
“저는 삼성의 경쟁력이 인사관리의 공정성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측근’이나 ‘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능력 되로 승진할 수 있고 일을 맡기는 문화가 매우 강한 경쟁력을 발휘합니다. 또 삼성에서는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고 한번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저 역시 우즈벡에 공장을 세우고,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매우 공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1,000명의 직원과 공장의 대표들 역시 모두 현지인들입니다. 한국인들은 그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경영의 원칙은 현지 우즈벡 사람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자신들이 한국인들의 밑에서 ‘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주인이 되어 사업을 하고 일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우즈벡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하는 것에는 이렇듯 김윤식 회장의 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이제까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뤄놓은 탄탄한 사업적 배경을 기반으로, 이제 좀 더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업인이 되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우즈벡을 비롯해 해외에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후배 기업인들을 더 키워주고자 한다. 이번 해외민간대사의 재위촉을 흔쾌하게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최초의 민항건설을 추진사업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신뢰와 현지화, 그리고 현지인에 대한 믿음으로 사업을 일궈온 김윤식 회장과 같은 경영자가 있어서 대한민국의 국력은 오늘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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