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에서 20대 남성은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의 동력이었다. 386세대에 정점을 이룬 민주화 운동의 핵심에는 바로 20대의 대학생, 노동자들 모두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체포와 구속을 마다하지 않고 화염병과 깨진 보도블럭을 손에 쥐었으며, 이러한 고투 속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20대 남성’의 위상은 사뭇 달라졌다. 그들은 오히려 정권의 ‘핵심 반대층’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지율에서는 오르내림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페미니즘, 군대 … 억울한 20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단연 20대 남성들이었다. 심할 경우 긍정률은 20%대에 불과하고 부정률은 60%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의 경우 정반대로 긍정률이 60%를 오가고 부정률이 20%대이다.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역전의 상황이다. 비록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긍정률이 다소 올랐다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폭락할지는 알 수가 없다. 이는 단순한 시기별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대 남성이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일단 ‘페미니즘 성향’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스스로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을 한 바가 있고 성평등 공약도 발표했다. 어떻게 보면 이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있는 그대로의 페미니즘이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일이기 떄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시대의 페미니즘이 있는 그대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의 20대 남성은 오히려 여성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성이 사회적인 약자이다’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20대 남성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에게 피해를 준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여자들’이라는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의 편을 든다는 것은, 곧 20대 남성들에게는 강한 부정 평가의 요인이 된다. 그런데 도대체 20대 남성은 왜 스스로를 피해자, 약자라고 인식하는 것일까?
우선 그들은 군대를 다녀오면서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고, 여성들에 대한 과도한 우대정책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자신들은 유교적인, 혹은 권위적인 사회질서를 만든 적도 없고 그것으로 수혜를 입은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남성 중심사회’의 프레임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그 안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강자’의 정체적으로 강제적으로 받게 됐을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러한 자신들의 처지를 세세하게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페미니즘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서니, 20대 남성들에게는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젊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자각 의식도 20대 남성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의 적극적인 여성지지 정책들로 인해 젊은 여성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며 남성으로부터 그간 받아왔던 불평등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지면서 20대 남성은 불만을 가지게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성은 직접 가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가해자’라는 딱지가 붙어버렸다. 페미니즘에 동조하지 않으면 잠재적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이런 다소 강압적인 논리에 20대 남성들은 ‘억울한 심정’을 일상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뭔가 잘못을 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여성과 관련된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가 뭔가 역할을 더한 것은 없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불만이 현 체재에 대한 공격적 성향으로 드러나게 된다.
‘을과 을의 싸움’ 전락 위기
또한 여기에 병역 문제도 대두된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유난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사법부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특정한 이념적 성향을 갖지는 않지만,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에 대한 예외’라는 이슈가 대두되면서 현 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 세대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도 만들어 왔지만, 그렇다고 후세대들을 위한 평등한 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문제는 기성세대의 경우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입하면서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오히려 피해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20대 남성의 탈이념화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의 20대는 아주 명확하게 이념화된 세대였다. 비록 운동권 학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보수를 지향하는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세대 자체가 탈이념화 되어 진보보다는 실용주의를 더 선호하게 되었고, 심지어 극우보수로 그 스펙트럼을 넓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한 방향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는 젊은 층이 상당수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직접 자신들의 현실을 바꿔줄 정권을 원한다. 부족한 일자리와 금수저를 통한 사회적 박탈감의 문제가 그들의 더욱 큰 관심사라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진보’의 이념은 별로 상관이 없는 일일 뿐이다. 또 불안한 사회적 위치이다 보니 현재의 현 문재인 정부가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별로 잃을 것이 없는 상태이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일베’와 같은 극우 보수세력으로 전락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층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상황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유발’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20대 남성들이 남은 대통령 재임기간 ‘화해’할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 현재로서는 쉬워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에서 당장 바뀌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페미니즘에 대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페미니즘은 현실에 ‘남성혐오’, ‘여성혐오’로 왜곡되었을 뿐이지, 그 자체로서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매우 중요한 지향성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페미니즘에 등을 돌릴 이유도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와 20대 남성의 관계는 지금처럼 긴장 관계가 계속되면서, 개별적인 정책에 의해서 좌우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정권 말기 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즈음에는 국민의 힘을 비롯한 야권 보수 세력에 대한 심판론이 대두되면 20대 남성들도 다소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20대 남성의 성향은 전반적인 사회 구조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일명 ‘을과 을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을끼리 단결해 갑이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히려 동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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