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차세대 6G 시대를 대비해 통신망이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통신보조 초정밀·초절전 센싱시스템(CUPPS, 컵스)’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통신 제어 기반으로 초정밀 센싱을 구현하면서 전력 소모를 크게 낮춘 기술로, 드론과 로봇의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TRI는 6G 시대의 핵심이 ‘통신과 센싱의 통합’에 있다고 보고, 두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다. 컵스 기술은 통신이 연결 유지와 센싱 시점 제어를 담당하고, 단말에 탑재된 초저전력 태그가 실제 위치를 감지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주파수 효율을 높이면서도 정밀한 센싱이 가능해졌다.
현재의 5G 센싱은 기지국과 단말 간 신호 왕복(RTT)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송수신 지연과 전력 소모 증가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컵스는 기지국이 다중 안테나로 특정 방향의 전파를 집중시키는 빔포밍(Beamforming) 기반 통신을 통해 단말을 제어하고, 지정된 시점에만 초저전력 태그가 작동하도록 한다. 이 방식은 불필요한 상시 동작을 줄여 단말 전력 부담을 구조적으로 완화했다.
초절전 태그에는 입사된 전파를 송신 방향으로 되돌려보내 다중경로 간섭을 제거하는 재귀반사 배열(VAA, Van-Atta Array) 수동형 안테나가 적용됐다. 또한 전력 소모가 큰 믹스 부품을 제거한 디지털 변조 방식(QFSK) 기반 후방산란(Backscatter) 기술이 도입돼, 태그가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면서 초저전력으로 동작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구조는 불필요한 반사 신호를 줄이고, 여러 태그가 동시에 존재하더라도 주파수 차이를 통해 각 객체를 구분할 수 있어 로봇, 사람, 장비 등의 정밀 식별이 가능하다.
ETRI는 6G 기지국, 단말, 초저전력 태그, 신호처리 모뎀, 제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시험 플랫폼(PoC)을 구축해 야외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컵스 시스템은 기존 5G RTT 대비 약 350배 높은 정밀도로 다수 단말의 위치를 측정했고, 단말 전력 소모는 기존 대비 약 9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향후 전력 효율성에 대한 정량 분석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택배 드론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장애물을 정밀하게 인식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고, 자율주행 로봇과 근로자가 충돌 없이 협업할 수 있다. 또한 확장현실(XR) 서비스와 같은 실감형 콘텐츠는 현실과 가상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몰입감을 높일 수 있으며,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정밀한 위치 기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TRI 6G무선방식연구실의 장갑석 박사는 “이번 기술은 통신망이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능을 초저전력으로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로, 드론과 XR, 로봇 등 다양한 6G 핵심 서비스의 안전성과 몰입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컵스 기반 기술은 이미 여러 국제 학술지(IoT-J, WCL, TVT 등)에 게재돼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한국통신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또 중소기업 ㈜시그웍스에 기술이전이 이뤄져 산업 확산이 진행 중이다. ETRI는 현재 3GPP Rel-20 6G 표준화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ETRI 연구개발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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