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수십 년간 냉전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두 나라의 치열했던 냉전이 끝나자, 이제 이 무대에 중국이 등장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고 포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신냉전이 단지 중국과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둘의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한반도이기도 하다. 중국과 미국의 격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남북한의 관계도 첨예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중국과 동맹 관계이고, 남한은 미국과 동맹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북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는 강경책을 밝혔다. 북한이 어떤 속내인지를 알 수 없으나, 이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종식되지 않는 한, 남한과 북한의 화해와 평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설마 오로지 대북 전단 때문에?
이번 김여정 제1부부장의 강경 발언은 대북 전단 살포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다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북 전단이 살포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십년의 문제이고, 군사적 공격도 아닌 다음에 이 문제로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한마디로 ‘침소봉대’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 배경에는 최근 한국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G7에 초청받은 것이 배경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G11, 혹은 12를 통해 전방적인 반(反) 중국 전선을 형성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지만, 결론은 “흔쾌하게 참여하겠다”는 의견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협력해야할 남한이 자신들의 적인 미국과 또다시 가까워지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 협력의 계기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한반도 평화는 미국에 발목잡히는 형국이 된다. 결국,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대북 전단이 문제가 아니고 남한이 G11, 12 체제에 편입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연락소 폐쇄’까지 거론하는 것은 더 이상의 남한과 협력이 불가능한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문제를 제기하자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이러한 대책까지 조롱하며 압박을 거듭했기 때문에 남한이 어떤 대안을 내놓아도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전체적인 줄기에서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 질서의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의 남북협력과 평화, 그리고 통일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한미일 3각 동맹을 통한 ‘인도 태평양 구상’을 해왔다. 이를 통해서 중국을 압박하고 군사적인 대척점을 만들어내고자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전략 자체가 허물어지게 되고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의 카드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은 또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이다. 문제는 아베가 그토록 원하는 개헌을 통해 ‘전쟁 가능국’이 되기 위해서는 명백한 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적이 한국이 될 수는 없고, 중국을 대상으로 하기도 힘들다. 비록 중국에 호의적이지는 않아도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북한밖에 없다. 특히 북한은 과거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했다. 일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북한의 존재는 일본의 개헌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반도가 평화의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일본은 전쟁 가능국으로 만들려고 했던 아베의 구상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일본 역시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할 수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판가름 지을 수도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 이렇게 힘들고 첩첩산중이다 보니 아예 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에서조차 ‘남북평화는 좋지만, 북한이 저렇게 협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해서든 남북협력의 길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끊임없이 돌출행동을 할 것인데, 이게 감당이 되겠냐’는 말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차원에서는 충분히 제가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결코 놓아서는 안 되는 궁극의 목표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이 결국 한반도의 ‘영원한 분단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있다. 만약 둘 간의 타협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이뤄진다면 북한 역시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미국과 하나가 된 일본이 이 체제를 공고화하려고 하면 못할 것이 없다.
다만 그나마 다행한 일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선택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6월 초 “이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능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 시민참여, 인권, 개방성을 토대로 사안마다 국익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가운데 여러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간다면 주요 국제 현안과 가장 큰 관심 사안에서 외교적 활동 공간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가 주미대사라는 점에서 미국에 좀 더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고는 있다고 해도, 이제 세계질서는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적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과 북의 협력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제3의 길’을 개척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지금은 마지막 남은 전 세계적 질서에서의 ‘혼돈의 과정’일 수도 있다. 만약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게 되면, 세계는 다시 급속도로 평화의 기운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의 신냉전을 주도하며 그 파열음을 더욱 키운 장본인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에 의한 전 세계의 분열을 본 세계 지도자들은 다시 협력을 공고히 하며 ‘세계 평화’의 길로 매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남북한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남한과 북한의 지속적인 협력의 노력이 필요하고 돌출적인 행동이 자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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