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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4: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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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가야공방 이민우 대표

우리 나무의 무늬 결에 매혹돼 30년 세월을 보냈어요

가야공방 이민우 대표

우연한 경험을 계기로 마치 운명처럼 자신이 할 일이나 갈 길을 깨닫는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김해 가야공방의 이 민우 대표는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인 듯싶다.

우리나라 자생 나무의 무늬 결에 그는 한 순간 매료됐고, 30여 년 동안 우리 나무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려하게 덧칠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연물이 가진 생래의 성질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그의 공예 작업을 들여다봤다.

우리 나무의 무늬 결에 반하다

사람에게 각자의 개성과 향기가 있듯 나무에게도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나무가 살아온 내력이 고스란한 나이테는 그대로 나무의 무늬 결이 된다. 그것은 나무의 자서전이다. 어찌 자연의 풍상과 신고간난을 뚫고 마침내 자신을 완성해 보인 그 소박하면서도 현란함에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민우 대표에게는 그랬다. 부산 중앙동에서 인도 핸드메이드 제품을 수입하던 그는 우리나라 자생나무의 무늬에 반해 30여 년 동안 전통공예에 순정을 바쳐오고 있다.

김해 주촌면 선지리 200평의 대지에 이민우 대표가 운영하는 ‘가야공방’이 있다. 김해는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전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공장들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그의 공방에는 기계화된 가구 공장에서 대량 생산으로는 모방할 수 없는 유일한 자태의 가구들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품듯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공예 재료로 활용하는 것은 오직 고재(高才)들과 우리나라 자생 나무들이다. 한국적인 멋이 배어 나오는 전통소품가구들이 그가 주로 제작하는 공예품들이다. 나무 하나하나가 가진 독특한 질감과 그 숨결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모양으로 어떤 곳에 놓여야 할 공예품을 만들기가 직관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이 대표의 손끝에서 정련된 나무들은 모방할 수 없는 자태로 자신이 놓인 공간에 은근하게 스며들어 고풍스런 분위기를 창조한다.

덧칠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의 미학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찻상, 사발장, 찬탁, 차탁, 머릿장, 화장대, 문살찬탁, 문갑, 책상, 의걸이장 등 무수히 다양하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나무가 가진 결과 옹이들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그래서 나무의 연륜과 가지가 잘려나간 그루터기의 흔적들은 어떤 소품의 형태로 제작되었더라도 자신을 지긋하게 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이민우 대표의 손끝에 자주 영감을 주는 나무들은 주로 대추, 돌베, 혜화,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라고 한다.

이 나무들을 질료로 형상화되는 작품들의 모티브는 우리 풍습의 전통과 일상생활 중에 보고 듣는 작은 활동에서 받는 느낌들이다. 그는 특히 차와 관련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어 한다. 그의 공방에 있는 다탁과 소반들 위에는 반드시 찻잔들이 놓여있다.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 그윽한 마음이 조용히 들어차는 밀물처럼 다가드는 듯했다. 소박하고 편안하면서도 존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그것들 앞에 서자니 옷매무새가 저절로 단정해졌다. 사발장은 차 사발을 진열해 놓거나 쉽게 꺼내 쓰기 위해 나무로 만든 찬장 같은 것이다.

사발장은 크기와 구조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어 만드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장식적 기교도 있어 이 대표가 가장 잘 만드는 공예품이라고 한다. 나무 장(欌)을 접합할 땐 못 같은 쇠를 쓰지 않고 한 쪽에 홈을 파서 끼우는 다른 쪽을 끼우는 전통적 방법으로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친 공예품들 중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은 작년에 김해시공예품대전에 금상을 받은 연잎모양의 궁중다과상이다. 우연히 캐낸 고사목의 무늬 결을 보고 금방 무엇을 만들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전소(全燒)한 뒤 다시 기다린 3년 세월

이 민우 대표가 운영하는 가야공방에 한때 불이나, 그때까지 제작된 모든 공예품들과 나무재료들이 모두 타버려 가지하나 남은 것이 없던 적이 있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시 쓸만한 나무들을 모았다. 그러기에 3년이 걸렸다. 3년의 세월은 분출되는 예술적 감흥에도 불구하고 이를 작품으로 옮기지 못하는 인고의 세월이자 공예에 대한 그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 활발한 출품과 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혼자서 자족할 수도 있지만 일반에게 전통공예품을 널리 보여주는 것도 그의 사명에 속하는 것이기도 해서다. 최근에는 ‘제9회 김해시공예품대전’에 목칠과 머릿장을 출품했고, 금년 전반기만 해도 동아전람, 경향하우징, 서울․부산․대구․광주를 순회한 차 전시회 등에 참여했다. 오는 8월 29일에 시작하는 건축박람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까운 시일 안에 좀 더 한적한 시골에 넓은 공방을 마련하고 오직 작품 활동에만 몰두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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