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에서 건립 중이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이 레미콘 타설 작업 중 붕괴해 작업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매몰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1일 광주 소방본부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조성 중인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는 레미콘 타설 작업이 진행되던 2층 옥상에서 시작돼 지상 1층과 지하층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4명이 무너진 철골과 콘크리트 잔해에 매몰됐다.
작업자 1명 사망, 나머지 3명 매몰
공사 현장에는 모두 97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이 중 4명이 구조물에 매몰됐다. 매몰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로 파악됐다.
매몰자 중 옥상층에서 작업하고 있던 미장공 A(47) 씨는 사고 발생 약 1시간 만인 오후 2시 52분께 구조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지상층에 있던 철근공 2명과 배관 보온 작업자 1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5시 현재 1명의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의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관할 소방서 인력 전원을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86명, 장비 17대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수구조대와 119 구조견도 현장에 투입됐으며, 장기 수색에 대비해 재난회복차 출동도 조치했다.
2층 옥상부터 연쇄 붕괴…지지대 미설치 논란
붕괴 사고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던 2층 옥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형태로 기둥과 기둥 사이 거리는 48m, 폭 20m가량으로 2층 옥상에서 지하층까지 연쇄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상층 절반 가량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끝내고 양생을 마친 상태였으며, 나머지 절반에 대해 타설이 진행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경민 광주 서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사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 현장에 옥상을 지지하는 동바리나 지지대가 없었다"며 "지지대 없이 공사할 수 있는 특허받은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과정에서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동바리 등 지지대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공사 현장 관계자는 "(지지대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는) 특허로 인해 공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전문가들 "특허공법 과신, 지지대 미설치가 사고 원인"
지역 건축 전문가들은 공사 현장에 특허 공법인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적용하면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도서관은 철근 자재인 데크플레이트를 철골 기둥에 용접해 지지대 없이 바닥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가 사고가 났다.
광주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특허 공법을 적용하는 공사도 구조물 하중을 임시로 받쳐주는 동바리를 구간별로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고는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중이 쏠려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해당 공법은 데크플레이트의 신공법으로 보이는데 타설 순서 등 시공 계획이 제대로 작성되고 지켜졌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착수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매몰되는 등 사상자가 발생해 공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시작했다.
광주 서구경찰서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고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와 현장 관리자 등을 상대로 안전관리 실태와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겪은 지 3개월 만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사업은 기초공정 지연과 예산 부족, 시공사 부도로 수차례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던 사업장으로 확인됐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은 광주 서구 치평동 1163번지의 옛 상무소각장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1월 착공됐다. 총사업비 516억 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1만 1,286㎡)로 건립될 예정이었다.
사업 기간은 당초 2017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5년으로 잡혔으나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수차례 변경 끝에 2026년 5월로 늦춰진 상태다.
공사는 홍진건설과 영무토건이 공동으로 시공을 맡았으나 영무토건이 지난해 5월 부도 처리되면서 8개월간 중단됐다. 이후 구일종합건설이 영무토건의 지분을 인수받아 지난 9월 공사가 재개됐다.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이번 붕괴 사고로 또다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강기정 시장 현장 지휘…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광주시는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2시 40분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현장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대본)를 가동했다.
회의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고광완 행정부시장, 김준영 시민안전실장, 김이강 서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현장을 찾은 강기정 시장은 지대본을 직접 지휘하며 "안전하고 신속한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강 시장은 구조를 위한 크레인 등 추가 장비 투입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신속한 협력을 당부했다. 매몰자 가족 등에 신속한 연락을 취할 것도 주문했다.
정청래 대표 "당국, 최선의 조치 다해달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주 현장 붕괴로 작업자 4명이 매몰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무사히 구출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양부남 광주시당 위원장께 현장 급파를 지시했다"며 "당국은 최선의 조치를 다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상무소각장 부지 문화공간 조성 사업
광주대표도서관 건립은 광주시가 추진 중인 '상무 소각장 부지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무소각장은 지난 1996년 8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승인 후 2000년 9월 준공돼 2001년 12월부터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서구 지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집단 민원 등으로 2016년 폐쇄됐다.
광주시는 상무소각장 폐쇄 부지에 복합문화 커뮤니티 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대표도서관 건립, 소각장 시설의 문화공간 재생 등을 단계별로 추진해왔다.
2019년 국제공모를 통해 설계안이 선정된 광주대표도서관은 혐오 시설이었던 옛 상무소각장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상징적인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시공사 부도에 이어 공사 현장 붕괴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개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소방당국은 매몰자 구조를 위해 밤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활동 대원 개인안전장구 착용 등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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