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글로벌 빅테크업계에서 'AI 지각생'으로 불린다. 2022년말 챗GPT의 등장 이후 전세계가 AI 열풍에 휩싸여있는데,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이 AI와 관련한 이렇다할 움직임이나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불참 속에 현재 글로벌 AI의 경쟁구도는 MS가 이니셔티브를 잡은 가운데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추격하는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애플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기업임에도 AI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내줬다. 삼성이 지난 1월말 출시한 세계 첫AI폰 갤럭시S24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며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게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누구나 애플이 비록 경쟁기업들에 비해 AI 열풍에 대응하는 속도가 늦었을 뿐, 결코 포기하거나 투자를 게을리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자체 하드웨어용 AI기능이 아닌, AI모델용 칩 개발"
애플의 최근 AI와 관련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애플은 이미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오랫동안 공들여온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접고 관련 직원들을 AI부서로 이동 배치하며 AI열차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에 관련된 큰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AI소프트웨어가 실행되도록 하는 AI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애플이 몇해 전부터 데이터센터용 AI칩 개발 프로젝트인 'ACDC'를 진행해왔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현재 물밑 개발중인 칩은 AI모델을 구동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새로운 AI칩 공개 여부와 시점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스마트폰(아이폰), 태블릿(아이패드), MR기기(비전프로) 등의 AI기능을 탑재하는 온디바이스AI나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거대 AI모델에 사용되는 독자 칩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그간 애플이 다른 칩개발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태계용으로 AI를 개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애플이 2010년부터 아이폰, 맥 등의 기기에 자체 프로세스 칩을 넣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또 다른 빅테크업체들의 최근 움직임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다. MS, 메타, 구글, 테슬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형 빅테크업체들은 이미 엔비디아와의 종속적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자체 AI서버 칩을 개발했거나 개발중이다.
AI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까지 중장기적인 독자 AI칩 개발을 선언한 상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펀딩을 추진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이와 관련해 아마존, 구글, MS, 메타는 모두 어느 정도 자체 AI칩으로 실행되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AI경쟁구도에 변화 예고...WWDC이 이목 집중
애플이 만약 데이터센터 서버용 AI칩을 개발한다면,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엔비디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AI 분야의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팀 쿡의 발언에서 어느 정도 유추 가능하다. 그는 "몇 주 안에 AI와 관련해 큰 발표를 할 계획"이라며 "생성형 AI 분야에서 맞이할 기회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설령 서버용 AI용 칩을 개발한다해도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AI가속기 전문업체와 직접 경쟁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경쟁 빅테크들처럼 자체 서버용을 충당하며, 거대 AI시장쪽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생성형 AI서비스를 위해선 막대한 양의 AI칩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 4가가 경쟁해온 글로벌 AI시장은 다시한번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 비록 AI지각생이지만, 애플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정평이 난데다 세계 빅테크중 자본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팀 쿡도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 AI분야에 뒤처지는 데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조만간 AI 관련 주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표시점은 다음달 열리는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2024)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도 애플이 이 자리에서 새로운 깜짝 AI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부사장 그렉 조쉬악은 X에 “완전 놀랍다(Absolutely Incredible)!”라는 글을 올렸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이 표현의 머릿글자는AI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애플 주가는 3일(현지 시간) 전날 대비 5.97% 오른 183.36달러에 마감하며 2개월만에 180달러 선을 회복했다. 6일 종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만회했다.
애플 주가의 반등은 1100억 달러(약 150조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정책과 조만간 내놓은 AI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WSJ는 애플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은 AI 투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AI에 뒤쳐진 애플이 대반전을 통해 판을 뒤집기 위해 뭔가 임팩트 강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매년 6월 WWDC를 개최해 신제품과 신사업을 공개해왔다. 작년 WWDC에선 MR(확장현실)기기 비젼프로를 공개, 주목받았다. 이번 WWDC는 6월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애플은 과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번 WWDC에선 무엇을 내놓을까. 팀 쿡이 공언한 대로 AI관련 반격을 알리는 빅카드일까. AI지각생 애플이 준비중인 AI전략의 정체가 무엇일 지, 전세계의 이목이 팀 쿡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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