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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이지 않고 원유 거른다…국내 연구진, 상온 분리막 기술 개발

선택층 없이 고분자 막으로 정밀 분리…에너지·탄소 배출 동시 절감 기대

끓이지 않고 원유 거른다…국내 연구진, 상온 분리막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원유를 끓이지 않고 상온에서 걸러내는 분리막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증류 공정의 상식을 뒤집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값싼 고분자 분리막을 이용해 원유를 상온에서 정밀하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현재 정유 산업은 원유를 350도 이상으로 끓였다가 식히는 증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며, 온실가스 배출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원가 경쟁 심화와 맞물려 산업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기존 상식을 뒤집고 선택층 코팅 없이 다공성 고분자 막에 원유를 직접 통과시키는 방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원유 속 무거운 성분이 막 내부 기공에 스스로 달라붙어 매우 미세한 통로를 형성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통로를 통해 가벼운 성분은 빠르게 통과하고 무거운 성분은 효과적으로 걸러졌다.

기존에는 이러한 부착 현상이 성능을 저해하는 오염으로 여겨졌지만, 연구팀은 이를 분리 기능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기존 최고 수준 분리막 대비 훨씬 빠른 속도를 보였고, 장기간 운전에서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상온 PAN 분리막의 원유 정제 성능 – 경질 유분 농축과 28일 장기 운전 안정성(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상온 PAN 분리막의 원유 정제 성능 – 경질 유분 농축과 28일 장기 운전 안정성(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이 기술은 기존 정유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관에 필터 형태로 추가할 수 있어 산업 적용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방식을 적용할 경우 에너지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 운영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원유 정제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재활용, 배터리 용매 회수, 의약품 정제 등 다양한 화학 공정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를 통해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분리 공정을 국산 기술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동연 교수는 “분리막이 혼합물과 상호작용해 스스로 최적의 통로를 만든다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우 교수는 향후 대면적 모듈화와 장기 운전 기술을 완성해 정유 공정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너지 및 환경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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