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하이테크는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계량·계측기 등 정밀기계를 생산하는 회사다. 계측기에 의뢰된 대상의 중량이나 정량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평가해 내야하는, 그래서 빈틈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생산품이다.
그런데 그 기계를 생산하는 회사의 CEO인 김병순 대표는 마치 그 생산품에 생명이라도 불어 넣을 듯한 철저한 인본주의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와 만난 목적은 한국정밀산업기술대회에서 동탑훈장을 수훈한 것에 대한 스포트라이트였으나, 그에게서 얻은 것은 회사와 본인에 대한 정보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절절하고 엄숙하고 겸허한 자세였다.
어쩌면 그래서 ㈜나노하이테크에서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기계인지도 모르겠다. CEO의 정직한 성품처럼 말이다.
40년 동안 종사한 직업의 시초는 먹고 살길
“제 능력보다는 직원들, 그리고 주위에서 저희 제품에 신뢰를 보내주는 고객들 덕분입니다.”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그 공로를 타인들에게 돌리는 김병순 대표는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인상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의 외모에 말투마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킬 정도의 지극한 상냥함을 보였다. 중년을 넘는 인생을 사는 동안 특별한 고난을 겪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살아오면서 겪은 여러 경험들이 플러스알파가 돼서 형성된 것일 겁니다. 나이 들고 보니 세상은 내 의견보다는 상대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주면 나에게 돌아오는 좋은 일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없는데 남한테 뭘 주랴, 하는 생각을 하기 쉽죠. 그런데 굳이 재물이 아니라도 다른 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불교에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것이 있는데, ‘돈이 없어도 내 신체만 가지고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일들을 말해줍니다. 7 가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 저는‘언시’를 중요시하고 있는데 ‘예의를 갖추고 공손하게 상대를 대하는 말’입니다. 사람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언행을 하고자 하는 의지죠.”그의 말대로 김병순 대표는 인생의 전반기에 순탄한 시작을 하지는 않았다.
순천이 고향인 그는 먹고 살길을 찾기 위해 광주로 나왔다. 그때가 18살 무렵이었고 처음 계량기를 알게 된 때였다. 그때는 회사에 있게 해준 자체만으로도 고마웠던 시기라고 한다. 말단으로 일을 시작해 퇴근 후에는 직업 훈련원의 야학에 기술을 배우러 당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있었던 그곳을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비록 힘들고 가난했지만, 공부를 하러 페달을 밟아대던 그때가 40년 넘게 계량·계측기와 함께 살도록 마련해준 진정한 시발점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렇게 해서 1977년도에 계량사 자격증을 어엿이 따냈고, 이듬해에는 대전의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한다. 자격증을 가진 직장인으로 12년을 지낸 후, 1989년 일 년 동안 동업을 했지만 서로의 사업방향이 맞지 않아 1990년 단독으로 그 회사를 친척의 도움을 받아 인수를 하는데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자저울 회사의 대리점인 ‘카스’계기상사였다고 한다. 일종의 유통, 서비스 및 소규모 제조업이었다. 하지만 서비스나 판매로는 임박한 정보화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던 상황 속에 회사의 규모를 법인으로 전환해야 될 시점이 다가왔다. 이제는 먼 미래를 보고 또 앞으로 해외에 수출도 하려면 남의 브랜드를 빌려 쓰는 것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는 내 고유의 회사명을 갖기로 하여, 계량 ‧계측기 회사니까 거기에 맞는 것을 찾다보니 마이크로, 기가, 테라 등의 단위를 이미 인용해서 사용하고 있고 그나마 많이 사용되지 않는 ‘나노’라는 단위가 있어 부르기 좋고 외우기 쉽다는 판단아래 ‘나노는 높은 기술이다’는 의미로 (주)나노하이테크로 회사명을 정했다.
그때만 해도 사용 빈도가 낮았었는데 3~4년 후부터는 나노라는 용어가 정말 많이 부각되어 어부지리로 회사가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저희 회사 로고의 의미는 비상, 신뢰, 도전, 인간, 기술의 5가지 개념과 'Nano ‧ Hi Tech'라는 글자를 천칭 속에 형상화시켜 고객에 중심을 두고 비상한다는 기업이념을 상징하고 고객 만족을 통한 번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주)나노하이테크의 결의를 표현하였습니다. 이렇게 회사명을 변경하면서 고유한 내 제품이나 아이템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당시의 절대명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계측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시에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경험했으나 다행히 사업이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탔다고 한다. 3,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2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자신의 사업적 출발을 담담히 설명하던 그는 기자에게 금국화차를 권했다. 지인이 몇 번을 찌고 말리는 정성으로 만들어준 것이라는데, 마치 그가 그런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 행한 것처럼 정결하고 평화롭게 차를 따라줬다. 차를 마시며 취재를 하는 기자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각별한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고가의 고정밀계측기기
계량·계측기 분야는 특화된 산업이라 일반에게 널리 이용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기술개발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로 기술력이 낮은 분야였다. 더구나 제품이 노후화되고 다시 구입되는 순환기간이 길어 시장성마저 좁은 형편이다. 기존에 설립됐던 회사들도 수익성이나 기술력, 판로 등의 문제로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쨌든 규모의 대소를 떠나 필요한 산업분야이기 때문에 분명히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건재한 회사들이 있다. (주)나노하이테크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고정밀 계측기기에 대한 국산화 개발에 뛰어들어 25종의 장비를 국산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표준화가 필요한 계량·계측기는 정부 주도형이 많아서 중소기업청의 기술혁신개발사업에 참여하거나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단독 연구를 통해서다. 그렇게 해서 25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창출해 냄은 물론, 그동안 수입해 오던 유럽 등지에 역으로 수출하거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왕성한 신흥 산업국에도 수출해 2012년에만 95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누적 가치는 230만 달러에 다다른다고 한다. 동종 동급 기업과 대비하자면 탁월한 실적이다.
“계량·계측기가 산업사회의 기본 척도이긴 하지만 회전기간이 길어 수요창출은 더딘 편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손대지 않는 분야죠. 하지만 좁은 시장에서도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수요는 적어도 기계 당 가격이 2천~5천만 원에 해당하는 시스템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이 직업에 종사하기 시작하는 40년 전과는 달라 자동화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가령, 예전에는 눈금으로 된 저울에 몸무게를 쟀었는데 이제는 디지털화된 숫자판으로 자신의 체중을 인식하고 체지방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세계 기준에 도달한 기술과 산업 활용성
생산 제품을 살펴보니, 모두가 육중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일반에게는 잘 쓰이지 않는 기계들인데, (주)나노하이테크에서 개발한 제품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알아보면 이렇다. Secondary Battery Thickness Test System(2차 전지 두께 측정기)의 기능에 대한 설명이다.
‘차세대 친환경 동력원으로 선진 각국에서 치열하게 연구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용 2차 전지(Battery)에 대한 두께 및 무게 값을 초정밀 측정하고 그 값을 Data Base 화하여 운영하는 측정기로써 신제품의 R&D, 성능시험 및 평가, 양산라인의 구축, 품질 System 확립, 국제 표준기술의 정립, 세계시장 진출과 선점, 미국 생산 공장 건설 등에 적극 기여한 제품’.다소 긴 설명 문장을 인용하는 것은 기자가 가진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만큼 거대 산업의 기초를 떠받치는 정확한 제품을 생산해 내는 제조 산업의 한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제품들은 국내 대기업과 연구소에 공급하고 있다고 하다. Leak Pack/Can Tester는 금속 또는 연질의 재질로 된 포장용기의 진공누설을 비파괴 방식으로 측정하는 계측기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남양유업 전사업장과 롯데푸드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담배연소실험 System, 온도 Sensor 교정 Oil Bath, 홍삼 수매계량 System, Golf Fitting 계측 System, 화학약품 정량 투입장치 등이 20여 개가 넘는 자체기술개발 제품 중 일별해 본 계량·계측기들이다.
(주)나노하이테크의 핵심기술들인 이 계측기들의 기술수준은 세계 기준을 100으로 할 때 한두 개 정도만 약간 못 미치고 모두 100의 기준에 정확히 도달해 있다.“중소기업이 세계 수준의 제품 규격에 도달하려면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인력, 비용 등 모든 것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R&D를 하는 이유는 상용화시켜 수익창출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임의의 기준이 아니라 제품을 필요로 하는 상대의 요구에 맞추어야 합니다.
업체나 연구소에서 쓰는 장비의 활용성에 포커스를 맞춰 생산해내야죠. 허투루 외화를 낭비하지 않도록, 그리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으로 국산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제품 생산 철학은 김병순 대표의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저의 성격과 제가 선택한 업종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기술은 일방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섬세함과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 포인트를 찾아서 만들어 주는 적극성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상대가 사주지 않으면 쓸모없게 되는 거죠. 보통 생활에 있어서도 상대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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