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평화 무드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발동되는 것이 바로 ‘대북회의론’이다. 이는 “북한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라는 인식을 퍼뜨려 번번이 북한에 대한 신뢰성 있는 대처를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 이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잘못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른바 ‘대북회의론’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발생하고 확산된다. 그 경로는 어떤 것일까?
애초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아
북한회의론의 출발은 일단 ‘보고서’등을 통해서 문제가 제기된다. 더 나아가 일부 미국 언론들은 심지어 보고서를 빌미로 보고서에 없는 내용까지 가필을 하면서 더욱 확대 보도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보도들은 매우 선정적인 단어들로 쓰여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일단 이렇게 보도가 나오면 이제 정치인들의 반응이 가미된다. 예를 들면 정치인들은 언론에 출연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래서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실제 이번에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놀아나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회담 중단을 촉구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이제 더욱 파장은 확대된다. 다른 언론들이 이 내용을 받아쓰고, 정치인들은 연달아 더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게 된다. 설사 이 단계에서 보고서에 문제가 있거나 언론사의 과장 보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되고, 더불어 대중들의 흥분한 반응들에 의해 이러한 ‘사소한(?)’ 잘못은 용인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국내 보수 언론, 야당이 담론 재생산
그 다음에는 이러한 미국 내의 보도와 반응이 곧바로 한국으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국내 보수 언론들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면서 마찬가지로 “이런 데도 북한을 믿을 것인가?”라는 논조로 기사를 써 내려간다. 보수 야당이 여기에 동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서 “북한은 핵 폐기에는 착수조차 하지 않은 채 뒤로는 우리 쪽 공격용이 분명한 단거리 미사일 생산에 여념이 없다”며 부정적인 담론을 생산해낸다. 더욱이 이러한 말들은 대통령을 공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성급하게 무장해제를 했다”든지, “전쟁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팩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은 어떤 약속도 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장소에 대해 수년간 알아온 만큼 아직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리온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국장은 38노스 기고에서 “극단적 과장법을 사용해 독자들에게 해가 된다”고 뉴욕타임스 보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들은 미국의 잘못된 보고서에서 촉발된 대북회의론을 끊임없이 확장, 전파, 과대 포장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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