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과 도로 인프라 기술이 실제 도심과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대중교통에 적용되면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가 본격 실증 단계에 들어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대전광역시 및 지역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과 함께 30일부터 ‘대전광역시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여객운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대전이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술 역량과 산업 생태계를 확보하고, 세종·충북과 연계한 충청권 광역 자율주행 교통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자율주행 버스는 ‘카이스트~신세계백화점~대덕고~하나아파트~반석역~세종터미널’ 구간을 운행한다. 지하철 반석역과 시외버스 세종터미널을 잇는 노선으로 구성돼, 자율주행 차량이 체험형을 넘어 미래형 대중교통서비스(MaaS)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시범운행은 무상으로 평일에만 진행된다. 30일부터 3월 말까지는 하루 1회 왕복으로 운행하며, 4월부터는 자율주행 한정운수면허를 취득해 2028년 12월 31일까지 유상 여객운송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정류장과 운행 횟수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TRI는 이번 자율주행 버스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자율주행기술개발사업단의 국책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확보한 핵심 원천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적용 기술로는 혼잡도로에서 위험상황에 최적 주행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강화학습형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기술, 자율주행을 위한 이기종 V2X 기반의 Seamless 통신 자율협력주행 기술, 악천후 및 비정형 환경 변화에서 Seamless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판단 AI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등이 제시됐다.
해당 기술이 탑재된 자율주행 버스는 대전 도심 구간에서는 시속 50km로, 세종 방향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간에서는 최대 시속 80km로 주행한다. ETRI는 일반 시내버스와 유사한 수준의 운행 조건에서 차선 유지, 차간 거리 제어, 끼어들기 및 급제동 대응 등 핵심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개조와 운영은 ETRI 연구소 기업인 ㈜무브투가 담당한다. ETRI는 이번 사례가 국가 연구개발 성과가 지자체 실증 사업으로 확산되는 대표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은 ETRI와 지역 기업이 ‘원팀(One-Team)’ 방식으로 협력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ETRI는 자율주행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테슬라시스템, ㈜무브투, ㈜쿠바, ㈜알티스트 등 지역 기업들은 차량 개조, 인프라 구축, 운영 플랫폼 개발을 맡았다. 이 가운데 ㈜쿠바의 실사 기반 고정밀 3D 관제시스템과 ㈜테슬라시스템의 AI 기반 객체·돌발상황 검출 및 도로 모니터링 시스템(V2X)이 실증 노선에 적용됐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들이 실증 경험과 기술 역량을 축적하고, 향후 충청권 광역 자율주행 교통 체계 구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ETRI는 전했다.
이번 서비스는 차량 기술에 더해 관제 시스템과 도로 인프라가 결합된 안전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으로 제시됐다. 실사 기반의 고정밀 3D 정밀지도 관제시스템을 도입해 자율주행 버스의 위치와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해 대용량 데이터를 저지연으로 전송할 수 있는 5G-NR-V2X 기술도 적용했다.
ETRI는 차세대 차량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도로 위 객체·돌발 상황 검출 및 도로 모니터링 시스템(V2X)을 실증 노선에 적용해 무단횡단 보행자와 낙하물 등 돌발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차량에 전달함으로써 차량 센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제3의 눈’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관제센터의 고정밀 3D 관제, 도로 인프라의 V2X 감지, 차량 센서가 연동돼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예측 가능한 주행 환경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ETRI와 대전시는 향후 자율주행 여객운송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도로 주행 실증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할 계획도 밝혔다. 공개 데이터는 대학과 연구소, 스타트업의 사업화 연계(R&DB) 자료로 활용되며, 해커톤과 AI 경진대회 등을 통해 피지컬 AI 기반 자연현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자율주행 전문 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ETRI 최정단 AI로봇연구본부장은 “이번 사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한 국책 연구 과제 성과물을 지자체 실증 사업에 이식하는 가교 역할로 수행되었다. 대전을 대한민국 자율주행 연구개발의 베이스캠프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대전시는 자율주행 연구개발과 실증사업은 물론, 지역 인재 양성이 집적된 국가 거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구진들과 지역 기업의 힘을 합친 결과라서 더욱 뜻깊고, 본 사업의 결과가 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체계의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TRI 방승찬 원장은 “이번 시범 서비스는 연구원이 중점 추진 중인 AI와 ICT(AICT) 핵심원천 기술을 공공·산업 특화 실증으로 연계한 AI와 디지털 전환(ADX) 성과의 첫 사례”라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정착시키고, 광역 대중교통서비스로 실증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이 다시 산업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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