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AMD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둘도 없는 라이벌이다. 1985년 MS에 의해 윈도 시대가 개막하고 PC의 그래픽 성능 강화를 위해 GPU시장이 열린 이후 치열한 경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사실 GPU의 원조는 엔비디아가 아닌 AMD이다. 하지만 AMD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전력이 분산된 틈을 타 후발업체인 엔비디아가 역전에 성공하며 GPU시장 이끌어왔다.
경쟁의 저울추가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된 결정적 계기는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이다. 거대 연산처리에 특화된 GPU가 AI의 연산 속도를 높이는 핵심 장치로 부각되면서 AI용 GPU시장 폭발했고, 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가 잭팟을 터트렸다.
◆엔비디아 초기 AI시장 '싹쓸이'...'슈퍼을'로 자리매김
AI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엔비디아는 AI용 GPU특수를 만끽하며 AMD가 쉽게 쫓아오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를 벌렸다.
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메이저 플랫폼업체들간에 거대 AI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엔비디아의 AI용 GPU로 수요가 몰리며 초기 시장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고가의 AI반도체 수요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며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AI열풍의 최대 수혜자이자 AI시대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빅테크기업의 AI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엔비디아의 AI반도체는 없어서 못파는 귀한존재가 됐다. 초과 수요에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며 엔비디아를 AI시장의 '슈퍼을'로 올려놓았다.
덕분에 엔비디아는 일약 글로벌 탑티어 빅테크로 올라섰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에 초우량 실적이 뒤를 받쳐주며 주가가 급등,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이제 3조달러에 육박한다.
그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업체들을 마치 도장깨기 하듯 하나하나 제치며 글로벌 시총 1, 2위인 MS와 애플의 턱밑까치 주쳑하며 빅3를 형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GPU시장의 오랜 라이벌 엔비디아가 승승장구는 것을 지켜봐야만했던 AMD로선 속이 탈 일이었다. 현재 AMD의 시총이 엔비디아의 10분1도 채 안되는 상황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AMD는 현재 AI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0%에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진 다 엔비디아의 몫이다. 특히 H100 등 하이엔드 AI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고해도 무방하다.
부랴부랴 전열을 재정비한 AMD가 특유의 '가성비'를 내세워 AI시장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며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AMD의 반격에도 불구, 엔비디아 쏠림현상을 심화하는 양상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현재 AMD가 엔비디아의 라이벌이라 하기엔 격차가 너무 많이 난다. 냉정히 말해 아직 AMD는 엔비디아의 적수는 아니다.
◆AMD,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GPU기술 축적
그러나,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반도체 시장의 유일한 잠재적 대항마는 AMD다. 누가 뭐라해도 AMD는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제친 역사를 가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많은 빅테크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PC용 GPU부터 오랜 기간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있는 AMD만큼 엔비디아에 위협적이지는 않다.
AMD는 사실 주요 빅테크들과는 좀 성격이 다르다. 우선 GPU 원조인 AMD는 엔비디아 못지않은 기술력과 맨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AMD는 한참 잘나갈때 엔비디아 인수를 추진했던 적도 있다.
AMD는 엔비디아아 시장을 독식중인 AI에 특화된 GPU라인업을 이미 갖춰놓았다. 아직 성능면에서 엔비디아에 못미치는게 사실이지만, 최근 추격 속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 독점에 따른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잠재적 공급망 리스크 해소를 위해 전략적으로 AMD를 밀고 있는 우군들도 많다. AI반도체용 핵심 메모리인 HBM 공급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그 중 하나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사업영역이 같고 만만찮은 GPU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AMD에 핵심고객들인 빅테크들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대체재'로 떠오르는 것은 매우 불편한 그림이다. 게다가 AMD는 이같은 엔비디아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비록 시장진입은 초기 AI시장 대응은 늦었지만, AMD는 지난해부터 AI가속기 신제품 개발과 차세대기술을 잇따라 공개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수성에 나선 엔비디아와 공성전을 준비중인 AMD는 최근 대만에서 새로운 차세대 AI반도체 플랫폼을 공개하며 일전을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AMD의 리사 수 CEO는 모두 대만 태생의 미국인이다. 거대시장으로 떠오른 AI반도체의 차기 헤게모니를 놓고 대만계 두 CEO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젠슨 황은 지난 4일 타이페이에서 열리고 있는 대만 최대 컴퓨터전시회 '컴퓨텍스2024'에서 6세대 HBM(HBM4)를 처음 탑재한 차차세대 GPU '루빈'(Rubin)을 전격 공개했다.
지난 3월 차세대 GPU 아키텍쳐 '블랙웰'을 공개한 지 석 달 만에 차차기 AI반도체를 선보인 것이다. 젠슨 황은 루빈을 2026년 출시할 것이고 못박았다. 마치 '따라올테면 따라와바라'는 식이다.
엔비디아가 블랙웰에 이어 루빈을 선보이며 '굳히기'에 들어가자 이에 질세라 AMD의 리사 수 CEO는 같은 장소에서 AI가속기 신제품 'MI325X'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엔비디아 추격을 선언했다.
◆엔비디아 차차기작 공개...AMD, 전략무기 4분기 출시
AMD의 전략무기 'MI325X'는 올 4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MI325X'는 일단 성능면에서 엔비디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MI325X'는 업계 최대인 288GB(기가바이트) 용량에 초고속 5세대 HBM(HBM3E)메모리를 탑재, 연산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리사 수는 "최근 AI도입 가속화로 AMD의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MI325XAI가 출시되는 4분기부터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신제품이 경쟁자들의 최고 제품과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H시리즈와 블랙웰을 겨냥한 발언이다.
AFP통신은 "AMD의 새 칩은 첨단 데이터센터부터 노트북까지 모든 것을 위한 용도"라며 "AMD가 이제 엔비디아의 가장 중요한 경쟁자 중 하나로 부상했다"고 치켜세웠다.
AI시장의 글로벌 리더 MS도 지원사격을 했다. MS는 현재 엔비디아의 최고 고객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대규모 AI플랫폼 전환의 한 가운데 있다"며 "PC부터 현재 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컴퓨팅 플랫폼으로 뻗어간 AMD와의 깊은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거들었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독주체제 굳히기에 맞서 AMD가 본격적인 추격을 선언했지만, 당장에 유의미한 시장지배력 변화가 일어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독점과 독주체제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게 시장의 생리란 점에서 AMD의 추격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요업체들 입장에선 독점 사업자가 생기면 가격협상에서 불리할 뿐더러 잠재적 공급망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또다른 벤더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란 분석이다. AMD가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AI열기 보다 더 뜨거운 AI반도체 경쟁에서 후발주자인 AMD가 난공불락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엔비디아와 AMD의 AI용 GPU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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