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HD현중)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은 오래전부터 국내외 선박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라이벌이자 글로벌 시장의 리더기업이다. 두 회사는 뛰어난 선박 기술력과 품질, 건조능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하이엔드 조선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K조선의 간판인 HD현중과 한화오션이 선박에 이어 함정 시장에서도 강력한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사가 함정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향후 경쟁 접점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 줄줄이 예정된 글로벌 수주전 결과에 따라 함정부문의 진정한 리더기업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성 무궁무진...하반기 글로벌 수주에 총력
현재 선박 시장에선 HD현중이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함정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일단 함정은 넓은 의미의 선박이지만, 좁은 의미에선 방위산업(방산)제품의 일종이다. 선박시장의 위상이나 입지 차이가 별로 고려되지 않는다. 시장 구조도 일반 선박과는 판이하다. 발주처(선주)가 대부분 정부나 공공기관이다.
건조가격이나 건조실적이 수주를 좌우하지 않는다. 기술요구 조건과 품질조건도 까다롭다. 때에 따라 기술이전 등이 수주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은 시장성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 때문에 함정 부문 국내 1위자리를 놓고 HD현중과 한화오션의 자존심 싸움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오는 2033년까지 7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 연간 약 100조원대에 달하는 매머드급 시장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필두로 미-중간의 패권다툼,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 전쟁의 재점화 등 신냉전 시대에 진입, 국제정세가 날로 불안해지면서 각국이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함정 발주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이 함정 분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두 회사는 오랜 선박건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함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미-중간의 갈등으로 라이벌 중국기업들이 서방 진영의 함정 프로젝트에서 밀려나고 있어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다.
여기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산 업종 특성상 한번 함정 수주전에서 승리하면 향후 추가 수주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두 회사가 함정 수주전에 열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IODS에 나란히 참가...HD, 호위함 전면에 내세워
HD현중과 한화오션이 오는 24일 호주 퍼스에서 막을 올리는 'IODS2024'(Indian Ocean Defence & Security)에 나란히 참가하며 글로벌 함정 수주전에 대비한다. 격년제로 열리는 호주 최대 방산전시회인 IODS는 에 두 회사가 동시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섞어놓은 이번 IODS에는 호주 해군참모총장, 미 해군작전사령관, 영국 해군참모총장 등 글로벌 주요 안보협의체 '오커스'와 '쿼드' 회원국의 군 당국자 및 방산 관련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한다.
함정시장 1위자리를 놓고 불꽃 경쟁에 돌입한 HD현중과 한화오션으로선 하반기 잇따른 함정 수주전을 앞두고 회사, 제품, 기술 등을 발주국에 알릴 좋은 기회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HD현중은 이번 IODS에 지난 2월 호주 정부가 공개한 '호주 해군 수상함 확정 건조 계획'에 포함된 호위함 획득 계획에 맞춰 호주의 해군력 강화 및 조선업 발전을 위한 방안 등 최적의 맞춤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주력 홍보 제품은 실전 능력까지 입증된 울산급 호위함 시리즈(울산급 Batch-I, Ⅱ, Ⅲ)이다. 호주정부가 현재 운용 중인 안작급 호위함을 대체할 새로운 호위함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겨냥해 조기 확보가 가능하고 실전 검증을 끝낸 호위함 모델로 집중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HD현중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호주 현지 조선업체들과 미팅도 준비돼있다. 호주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과 지원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주원호 HD현중 특수선사업 대표는 "K방산 역량이 결집된 울산급 호위함은 호주의 인도태평양 해양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전투함임을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화, '장보고' 전면배치...하반기 수주전서 희비 갈린다
한화오션은 호위함 3종과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를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특히 한화가 전시하는 호위함이 호주 해군의 작전 요구 사항에 맞는 최신 무기체계를 장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의 장보고-III 배치-II는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해 디젤 잠수함 중 최고 수준의 잠항 지속 능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계열사 한화시스템이 통합 전투체계(ICS)와 한국형 구축함 통합마스트(KDDX I-MAST) 등을 전시하며 측면지원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HD현중과 한화오션이 잠수함, 호위함 등 함정 분야에서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춰 수주 기대감이 높다"며 "호주, 캐나다, 폴란드 등 하반기에 예정된 발주량을 수주하기 위한 양사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선박업체인 HD현중이냐, 아니면 방산부문을 종합적으로 육성하며 '한국판 록히드 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의 방산계열사 한화오션이냐. 급성장 가도에 진입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 중 하반기에 누가 더 활짝 웃을 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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