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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더·라이벌(18)]HBM독주 하이닉스 영업익 삼성 넘었다...HBM4 진정한 승부처

작년 4분기 영업익 하이닉스 8조원...6.5조 삼성전자보다 1.5조 많아 AI가속기용 5세대 HBM시장 장악 덕...절치부심 삼성 HBM4 승부수

당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노른자위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AI가속기의 필수 보완재로 쓰이는 HBM은 전세계적인 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폭발하며 그야말로 날개돗친듯 팔려나가고 있다. 그것도 기존 메모리 보다 가격이 4~5배 비싸다.
범용 메모리 시장이 전방시장의 수요위축으로 수요침체와 가격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HBM만은 정반대다. 글로벌 메모리업체들이 HBM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작년4분기에 HBM 강세에 힘입어 8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하이닉스가 작년4분기에 HBM 강세에 힘입어 8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하이닉스 4Q 영업익 삼성 DS부문의 약 아

HBM 시장의 절대강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 '2인자'의 설움을 떨쳐내고 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를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하이닉스가 마침내 HBM분야의 초강세에 힘입어 영업이익 기준으로 사상 처음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6.5조원에 그치며 '어닝쇼크'를 보인 삼성을 1.5조 가량 앞질렀다. 사실상 HBM 하나로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 등 반도체부문과 모바일기기, 스마트홈, 전장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이뤄진 삼성의 전체 이익을 능가한 것이다.
하이닉스가 23일 공시한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정확히 8조828억원이다. 전분기(7조300억원)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1개 분기 만에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체 상장사 영업익 1위 등극은 덤이다.
반면 삼성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하이닉스보다 1조5천억원가량 적은 6조5천억원이다. 반도체(DS부문)만으로 좁히면 더욱 차이난다. 삼성 DS부문 4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 후반으로 하이닉스의 3분의 1 수준의 처참한 성적표다.
하이닉스는 연간 실적으로더 지난해 역대 최대인 23조46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 DS부문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삼성 DS부문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2200억원이다. 4분기 잠정실적을 더해도 하이닉스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이닉스와 삼성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인 이유는 HBM이다. 중국의 저가공세와 공급과잉으로 범용 메모리 부문의 부진은 양사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다. 하지만, 메모리 시장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HBM시장의 지배력 차이가 삼성을 울리고, 하이닉스를 웃게한다.
하이닉스는 현재 HBM의 '슈퍼 바이어'인 엔비디아의 5세대 제품(HBM3E) 수요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 삼성은 엔비디아 납품승인이 1년 이상 지체되며 하이닉스의 독주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삼성이 엔비디아에 12단 HBM3E 납품승인 지연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친필 서명한 삼성 HBM3E.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엔비디아에 12단 HBM3E 납품승인 지연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친필 서명한 삼성 HBM3E. 사진=삼성전자

◆삼성 엔비디아 납품 지연 ...하이닉스 1Q도 절대우위 예상

하이닉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작년 3분기 30%에서 4분기에는 4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엔비디아가 작년말부터 차세대 AI가속기 블랙웰의 본격 양산에 나서 하이닉스의 독주와 실적 고공행진은 올 1분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엔비디아에 공급할 12단 HBM3E 퀄테스트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CES2024에서 삼성의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HBM 시장 선두포지션은 단기간 내 변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마이크론의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을 공급하며 삼성의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삼성의 납품승인에 이어 공급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하이닉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이란 얘기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고부가 비중이 높아 메모리 하락사이클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수요 개선이 추가로 악화한다고 해도 출하 조정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유지할 체력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범용 메모리가 주력인 삼성으로선 엔비디아 블랙웰 공급망에 합류하는 것은 메모리 주도권 확보와 실적개선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하지만, 5세대 시장을 하이닉스가 선점하고 마이크론까지 가세한 상황에 삼성이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의 히든카드는 HBM3E의 다음세대인 6세대 HBM(HBM4)이다. 12단 HBM3E에서 하이닉스를 따라잡지 못한 삼성으로선 HBM4는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도 역전에 실패한다면 메모리사업의 미래가 송둘기째 흔들릴 수 있다.
삼성이 HBM 부진으로 반도체사업의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사진은 삼성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HBM 부진으로 반도체사업의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사진은 삼성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 HBM4 선제개발 총력 대응 채비...역전의 발판?

삼성은 이에따라 HBM4의 조기 개발과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하이닉스도 한번 잡은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삼성 못지않게 HBM4 조기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김우현 하이닉스 부사장(CFO)은 2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주력 제품인 HBM4 12단 제품을 올해안으로 개발과 양산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입장에선 판도를 바꾸기 위해 최소한 하이닉스보다 1분기 정도는 앞당겨 개발 및 양산준비를 해야한다는 얘기다.
삼성은 현재 전영현 부회장 체제에서 HBM 지배력 강화에 총력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삼성은 HBM4만큼은 12단 HBM3E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개발 단계서부터 전사적 기술역량을 집대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하이닉스의 독주에 자존심이 상한 삼성이 독기를 품은만큼 HBM4에선 역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20단 HBM4에 포커스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이 16단 HBM3E나 HBM4 개발에 나선만큼 이 보다 한단계 더 뛰어넘은 20단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삼성은 HBM4부터 첨단기술인 TC-NCF 및 하이브리드본딩(HCB)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이 기술을 적용해 16단 HBM4 샘플을 제조했고,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또 마케팅 측면에서 엔비디아가 하이닉스와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견제 세력인 AMD, 브로드컴 등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독주가 계속되느냐, 아니면 삼성의 대반격이 시작될 것인가. 하이닉스와 삼성의
HBM시장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는 HBM4 물밑 개발경쟁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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