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불법의 그늘에 머물렀던 문신산업이 합법화 시대를 맞아 첫 공식 행사의 막을 올렸다.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서 개막한 '제1회 한국문신산업박람회(TEXPO)'는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신사법이 가져온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2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사단법인 K컬쳐교육중앙회가 주최하고 TEXPO 조직위원회가 주관한다. 문신사법 통과 이후 개최되는 첫 대형 행사인 만큼, 산업 전반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안전한 시술 환경 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문신사 면허 발급 및 위생 규정 안내 부스를 비롯해 법적 의무 교육 제도 소개, 안전 장비와 색소 전시관, 시술 위생 교육관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됐다. 이는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던 종사자들이 합법적인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구성이다. 특히 위생 및 안전 관리 교육은 의료계와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박람회 기간 내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최신 문신 시술 장비와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멸균 장비, 일회용 니들, 안전성이 검증된 색소 제품 등이 전시되며, 관람객들은 시술 도구의 발전상과 위생 관리 체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문신 제거를 위한 레이저 기술에 대한 학술 강연도 예정돼 있어, 시술 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
특히 20일에는 베트남·태국·대만 등 아시아 문신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아트페어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각국의 문신 산업 발전 사례와 규제 체계, 교육 시스템 등을 공유하며 한국 문신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21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용문신 대회인 'K아트페어 대회'가 펼쳐져 기술 경쟁과 예술성 평가가 이뤄진다. 반영구 화장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량을 겨루며, 산업의 전문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문신사법은 1992년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행위로 판단한 이후 33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9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02명 가운데 찬성 195명, 기권 7명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의결됐다. 법안은 문신과 반영구 화장을 모두 '문신 행위'로 정의하고,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에게만 시술 자격을 부여하는 독점적 지위를 인정했다.
이 법은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도 불구하고 문신사가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해 문신을 의료행위의 예외로 인정했다. 또한 문신사는 마취 목적의 일반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문신 제거 행위는 금지된다. 부작용 발생 시 신고 의무와 공제조합 가입 의무도 규정돼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최대 2년간 임시 등록 및 면허 취득 유예 특례가 적용돼 기존 종사자들의 전환 기간을 보장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박람회와 법 제정을 오랜 숙원 사업의 결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문신 시장은 추정 종사자 30만여 명, 시술 경험자 1300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33년간 불법이라는 낙인 속에서 일해왔지만, 이제 전문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국민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K컬쳐교육중앙회 이상준 의장은 "문신이 합법화된 만큼 시술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책임에 대해 청소년들이 인지할 수 있는 학교 차원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건강한 문화가 자리 잡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 행위가 피부에 영구적인 색소를 주입하는 명백한 의료행위이며, 감염과 알레르기, 쇼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치과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문신사법에 '의사'만 명시돼 자신들이 배제된 점을 문제 삼으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특정 직역에만 특혜가 부여돼 의료 직역 간 차별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면허 관리와 위생 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준비해 안전성을 담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을 위한 세부 규정과 위생·안전 관리 교육 체계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제도 시행 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문신산업이 K-뷰티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K-화장품과 K-메이크업에 이어 K-타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관련 기기, 색소, 소독제, 멸균 장비, 보험,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연관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열리면서, 문신이 단순한 시술을 넘어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제도 시행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자정 노력, 부작용 신고 체계 확립,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신산업이 진정한 의미의 제도권 안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업계의 윤리 의식과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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