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세물류협회가 발표한 운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85.4, 발틱운임지수(BDI)는 3,175를 기록했다. SCFI는 2009년 10월 발표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날마다 경신하고 있으며, BDI 역시 무려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섰다. 2019년 평균 대비 3배 수준이다. 컨테이너 화물과 석탄·광석·곡물·건축 자재 등의 건화물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넘치는 수요 이면에는 공급 대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고공 행진하는 해상운임이 단지 경제 회복에 따른 넘치는 수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3월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2020년 상반기 이후 글로벌 선사들의 서비스공급 축소로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해상운송 수요 증가에 컨테이너 공급 부족이 가세하면서 해상 운임료 상방 압력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항만 병목현상도 우려스럽다. 현재 중국 항만 곳곳에서는 적체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사고의 영향이 컸다. 좌초사고로 운행이 지연된 컨테이너선이 5월 이후 연달아 중국에 도착하면서 중국 주요 항만이 적체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중국 선전 옌티엔항의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1,330만TEU였다. 이를 고려해 볼 때 항만이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하루 약 25,500TEU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는 컨테이너선이 들어와도 평상시 대비 17.4일의 운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하역까지 최대 5주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생산비 상승, 생산 차질, 납기·판매 지연 등 운송 관련 위험이 커지게 된다. 증가하는 물동량과는 반대로 운반할 선박이 부족해지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몸에 빗대면 혈관이 막혀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난 것과 같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51.8%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일반기계(31.3%), 금속가공(18.1%), 전기장비(13.3%) 순이었다. 전자부품 중에서도 특히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가 조달이 가장 어려운 품목으로 꼽혔다. 이번에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 67.5%는 재고량이 2개월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 차이도 확연하다.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급증하는 수요에, 중국의 수출 기업은 원활한 수출을 위해 프리미엄 30%를 붙여 임시 선박을 편성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 입장에서는 100원을 받을 것을 130원을 받는 셈이니, 다른 국가의 기업과 계약하기보다는 중국 수출 기업과 계약을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으로 선박이 몰린 탓에 국내 수출업체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통상 미국·유럽행 임시 선박은 중국에서 먼저 선적한 뒤 국내로 들어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만 들러도 만선이 되니 구태여 우리나라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적으로 국내 부산신항 야적장에는 수출되지 못한 컨테이너들이 즐비하게 쌓이게 되었다. 평소 3~4단 높이로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이 현재는 6단까지 쌓여 있을 정도다.
원자재 가격과 운임료의 상승으로 인한 전체 물류비의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항만 병목현상 등으로 운송이 지연되는 등 기업의 생산활동 관련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체 93.2%가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 계약을 체결했고, 83.3%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에 기업들은 원가를 절감하거나 판매가격을 올리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전가는 결국 최종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욱 커지리라는 분석이다.
반면 호황을 맞이한 업계도 있다. 전 세계적인 해운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해운업계는 축제 분위기다. 벌크선 및 컨테이너선 운송 사업을 하는 국내 유수의 해상운송업체인 HMM의 주가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뛰었다.
해운업뿐 아니라 철강, 조선 산업 역시 호황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상 운임의 지속적인 강세는 조선 발주량의 증가와 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대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만 1만 2,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311만 CGT를 수주함으로써 전 세계 발주량의 70%를 차지했다. 다만 수주에서부터 설계‧건조를 거쳐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선박의 경우 수주와 실적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조선사들의 영업환경은 매우 좋지 않았으며, 수주했던 선가 역시 높지 않았다. 따라서 올해 수주량 증가분이 기업의 재무상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수주량 증가는 국내 철강사에는 큰 호재다. 지난 5년여간 조선업계는 업황 부진을 근거로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하지 않았는데, 이번 조선업계가 맞이한 호경기로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후판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포스코는 조선 3사와 후판 가격을 인상키로 합의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인상 합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해운사에 대해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우선 신규 선박 확보를 위해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참가한 15억 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향후 상황을 고려해 30억 달러까지 그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해운사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은 컨테이너 확보와 관련된 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운용리스 방식 한국형 선주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항만공사는 민간 해운사와의 공동 투자를 통해 해외 거점 항만 공동물류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및 해상 운임료 급등, 또 해운 대란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국내 해운‧조선‧철강업체를 위협해 온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고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물이 들어올 때 기꺼이 노가 되어주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그동안 대한민국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기업들을 한 번 더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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