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엔타스 박노봉 대표
송도신도시에‘경복궁’비롯한 직영 외식브랜드 집성한 한옥마을 조성
음식이 파생시킬 수 있는 생활과 연관된 문화공간으로 확장 계획
물량 홍보 대신 좋은 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 제공으로 승부해 온 정직성 고수
음식이 생성하는 의미론적 가치들은 많다. 역사적, 문화적, 사회학적, 미학적, 문화인류학 등등의 관점에서 고찰한 음식들의 콘텐츠는 너무도 풍부하다. 이 모든 지적 해석들을 잠시 접고‘음식’이 탄생한 본연에서 보자면, 역시 음식의 쓸모는 인간의 육체적 생존이 우선인 시절이 있었다. 인류의 원시시대가 그랬을 것이고, 세계가 문명화 돼오던 시기에도 먹을거리 조달이 어려운 지리적 환경에 놓인 지역이나 혹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분명 음식의 일차적 명분은 배고픔의 무마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생활수준 향상과 문화적 세례가 보편화되면서 음식은 일차적 필요에서 스스로를 격상시켰다. 한국에서는‘외식’이 그 출발점이다. 전반적으로 도시 취향화 된 한국에서 집이 아닌 외부에서‘먹는다’는 행위는 다양한 지향을 내포한다. 미각 취미, 사교, 문화적 향유 등등의 모습으로 외식산업은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음식이 가진 엄청난 문화적 잠재성이 등한시되고, 단지‘먹는’단순성에만 골몰하는 외식업 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기획자가 있다. 전국 100여개의 직영 외식업체를 경영하는 (주)엔타스 박노봉 대표다.
외식업체‘엔타스’가 직영 4개 브랜드로 꾸민 한옥마을
지난해 12월 초 인천 송도신도시 세트럴 파크 인근에는 4천여 평 면적의 위용이 웅장한 한옥 건물이 이채로움을 보이며 솟을대문을 열었다. 대문 현판에는‘송도 한옥마을’이라고 쓰여 있다.
이곳을 조성한‘엔타스’는 전국에 직영점 100여 매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굴지의 외식업체다. 한식당‘경복궁, 일식당‘삿뽀로’가 대표적 외식 브랜드다. 총 9개 브랜드에 2,300여 명의 직원들이 종사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주로 해외브랜드를 들여오거나 제휴한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엔타스는 개인 창업 외식업체로는 단연코 국내 1위를 차지하는 견고한 업체다.
국내 외식업이 그동안 외연을 확장해오던 급성장세가 한동안 주춤하는 경제적 침체상황에서도‘엔타스’는 괄목할 만한 매출 신장을 보여주고 있다. 법인으로 전환한 지난 2008년의 연 매출 512억 원에서 2013년 1,540억 원, 작년에는 2,000억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송도 한옥마을은 외식업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한 기반에, 오랫동안 한 분야에 열심으로 종사하거나 천착한 사업가들이 어느 시점에서 사유하게 되는‘더 높은 단계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지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박노봉 대표의 의중이 그렇다.
“외식업이 단지 한 차례 잘 먹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과 연관 지은 문화 체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추억, 축하, 기념 등의 세리머니(ceremony)들이 외식 매장의 식탁에서 많은 부분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기회를 단지 먹는 행위를 벗어나서, 일상을 열심히 산 사람들이 즐거운 보상을 받는 문화적 쾌락이 있는 장(場)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직은 구상단계에 있지만 차제에는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연주회나 공연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도 함께 조성할 계획에 있습니다. 한옥하면 흔히 전통놀이 체험 정도를 떠 올리는데 한옥도 충분히 전통 속에서 현대화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로맨틱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때문에 차후의 구상을 고려해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애초 70억 원의 예산을 훨씬 웃도는 120억 원 가까이가 조성비용으로 지불됐다. 현재 송도한옥마을에는 솣불갈비 코스요리점인‘경복궁’과 기존의 일식집 삿뽀로를 한옥마을에 어울리게 명칭 변경한 ‘어담, 서울식 불고기 전문점 ‘한양’,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젠’의 4개의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개장 한지 한 달여 남짓에 벌써 1,500명의 고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송도가 인천 공항과 밀접한 만큼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도심에서 흠뻑 느끼는 한옥의 운치와 좋은 품질에 다양한 층위를 가진 적정한 요리가격이 주효해 보인다.
마케팅에 쓸 돈으로 음식에 쏟는 정직함
(주)엔타스는 1991년 주변에 흔히 있는 영세자영업인 홍릉갈비라는 식당에서 출발했다. 박노봉 대표의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다. 작은 식당이 20년 만에 올해 매출 2,400억 원을 예상하는 대형 외식업체로 발전했다.
“처음엔 그야말로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음식 장사였습니다. 담보가 없어 뜻을 세워 크게 시작할 수도 없었지요. 90년대 경제성장의 흐름을 타면서 사람들의 소비 성향도 달라지고 외식이 일종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추세에 운 좋게 편입한 것이지요.”
박노봉 대표의 겸손한 말이지만 경제 흐름이 좋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개업 5년 만인 1996년에 인천에 경복궁 1호점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에 30여 개의 직영매장이 있다.
무언가의 성장에는 반드시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박노봉 대표의 경우에는 끊임없는 ‘본직에 충실한 것’이었음을 그의 경영 내력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20년 동안 외식업을 하면서 한번도 호황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소비사회의 공급 과잉은 한시라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라는 일반론을 잊지 않았을 뿐이다.
“저는 항상 경우의 수를 끊임없이 떠올리며 매장을 돕니다. 고객이 들어와서 음식을 먹고 나갈 때까지의 동선 전 과정을 항상 머릿속에 그립니다. 몇 백분의 1 퍼센트라도 더 적정한 온도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의 동선을 줄이거나 고객들이 바라보는 시선 등도 제가 고객이 되어 직접 상상합니다. 그래서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 등을 제가 직접 관여합니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흔히 현대의 경쟁을 ‘자기 홍보’라는 적극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엔타스는 지금까지 매장 오프닝 행사를 해 본적이 없다. 노벨티(novelty)를 이용해 홍보나 광고를 한 적도 없다.
“본직에 충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수법이나 광고는 잠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시 근본적인 것을 유지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포장에 쓸 여력으로 대신 음식의 품질과 맛, 서비스 등에 더 충실하려 합니다. 이 시대에 노력 안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역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충실을 위해서는 매일 회의를 해야만 하지요. 도전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가 남으니까요.”
물가가 올라도 그는 가격을 올리기 보다는 고춧가루 한 톨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헛된 소모나 낭비를 경계하면서 품질 유지를 위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렇게 빈틈없는 노력을 하면서도 박 대표는 지나고 나면 ‘더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이런 점검의 정신은 엔타스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끝까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충실성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진출 계획 자신감
(주)엔타스는 올해 인천공항의 면세점에 진출하기 위해 특허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기존 면세점의 운영기간 만료에 따라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면세사업 진출 기회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박노봉 대표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그는 이미 인천항과 인천 시내 구월동에서 면세점을 경영하면서 쌓은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축적된 상태다.
“면세점은 500억 원 이상을 무리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어야 운영 가능합니다. 물론 관광객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사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사업전략도 있어야지요. 저희는 세계적인 브랜드 유치를 위해 기내 판매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DFASS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또한 대기업인 롯데와 신라면세점 출신 간부사원 15명을 영입해 고급 인력을 충원해 지난 2년간 면밀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준비의 질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선정이 된다면 면세점 세 곳에서 1,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노봉 대표는 우리나라 면세점 운영을 너무 오랫동안 일부 대기업이 주도해 온 것에 대해 이제는 환경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변한다. 대기업 자본의 논리가 역할 분담이 되어야 하는 사업구조를 오랫동안 왜곡시켜 왔다는 것이다.
“작은 기업이 단독으로 링에 올라가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애초 무리지요. 하지만 대기업처럼 힘과 자본이 강력하지 않아도 중소기업들이 연합을 구축해 집중한다면 이에 대항하는 훌륭한 운영을 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상생하는 비즈니스모델로서 중소기업들이 힘을 모으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박노봉 대표의 이러한 중소기업 생존전략은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성공한 중소중견기업의 CEO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안했던 공통의 출구전략이다.
박노봉 대표는 대기업이 점유해온 면세점 운영 구조와 더불어 이제까지의 면세점 운영 방식에도 다른 시각을 제기한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면세점의 운영 형태가 정석인지 아닌지 또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는지 일반인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자신은 면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말하자면 새로운 운영 형태일 것이다.
“흔히 보아온 진열이나 운영방식 외에 또 다른 각도에서 멋진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자체와 능력 있는 기업의 협력 필요
박노봉 대표는 어떤 사업 종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들에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도전하는 것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업이 한 지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만족감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신도시의 주요 지역에 몇 천 평 규모의 한옥마을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여력이 있어도 혼자서 땅을 사서 한옥을 지으려면 힘들었을 겁니다. 지자체의 도움이 있어야 지역 업체도 지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시적 주목을 받고 금방 폐물이 되는 단발성 기획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지역문화가 탄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노봉 대표는 수도권을 다니다 보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장소와 기회가 있는데, 정작 필요하지 않은 규제가 많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어 그것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사업을 위해 외국여행을 다닐 때마다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그들의 문화적 안목들이 부럽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행동하고자 하는 것이 송도한옥마을의 조성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서비스업 종사자 처우개선이 숙제
엔타스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현재 2천 명이 넘는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경영자로서 박노봉 대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인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외식업 종사자들은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습니다. 학력이 낮거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요. 외식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인식과 평균 임금을 높이는 일은 저 혼자 주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임금을 올리면 전체 경영 한편에 긴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를 메우기 위한 서비스의 질저하가 발생하지 않고 양 편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주변 상권과의 평형도 맞추어야 하고요.”
그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 정신은 앞서도 비슷하게 언급되지만 ‘시작과 끝이 같게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당연히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직급이 오르면 애초의 성실한 태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안타까움도 가진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한 인식과 자긍심이 있어야 초지일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 2의 도약으로 엔타스는 올해 2월 미국 LA 뷰에나파크와 얼바인 지역에 해외 1호점과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물론 엔타스가 성장하는 동안 작은 실패들도 많았다. 하지만 박노봉 대표는 잘 되게 해달라고 냉수 떠놓고 기도하는 대신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고 대처해 왔다. 정직과 노력이 그의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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