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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5:5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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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

동산방화랑 대표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

차 한 잔-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동산방화랑 대표)

“위기는 기회…힘 모아 진일보한 활동 무대 만들 것”

제 17대 회장에 선출, “불신․갈등의 벽 허물고 단합 유도”

최근 불미스런 일 자성 계기 “협회․ 업계 위상 제고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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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순수를 자임했던 그 동기가 무색하게, 복잡한 명리와 이해(利害)로 변색되면 그 순수는 자칫 탁류로 변하기 십상이다. 근래 국내 미술산업이 그런 처지다. 비자금, 탈세, 가짜, 그리고 불황과 양극화….그런 불쾌한 용어들이 화랑가를 주눅들게 하고, 미술인들을 우울하게 한다. 내부적으론 자성의 목소리도 있고, 서로 불신하고 갈등하는 볼멘 소리도 있다. 새로 17대 (사)한국화랑협회장 자리에 앉은 박우홍 회장(동산방화랑 대표)은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치유하는데에 분연히 떨쳐 일어설 각오다. 취임 일성에서 “언로(言路)를 터서 두루 소통하고, 회원들 모두 하나되어 불신과 갈등을 없애겠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금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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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이번 한국화랑협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 본래 3명이 나왔으나 다른 2명은 자진 양보했고, 결국 추대 형식으로 박 회장이 선출되었다. 흔히 있음직한 선거 후유증도 없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협회 일각의 불신․갈등의 벽, 어떻게든 허물어야 합니다. 회원들께서 그런 임무를 제게 맡긴 것이죠. 나아가선 협회와 화랑업계의 위상을 높여가는 일도 그렇고요…. 과연 100%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진 몰라도, 저로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난국 타개” 각오

144개 회원사를 둔 (사)한국화랑협회(이하 ‘협회’)는 국내 미술 산업의 허브이자 엔진이다. 창조적 고뇌의 산물인 미술 작품을 유통하고, 산업화함으로써 예술 대중과 시민들에게 고루 선보이는게 그 역할이다. 화랑미술제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범사회적인 문화 행사도 주도하고 있다. 거창하게는 ‘미술 보국’의 전위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런 단체인 만큼 회장 자리의 문화적, 사회적 중력도 무겁다. 아무나 앉을 자리가 아니다.

새로 단체를 대표하게 된 박 회장으로선 필생의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사실 제가 능력은 없어요.(웃음) 그러나 회원들께선 제 능력을 평가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보단 책임감과 성실함을 본 것 같습니다. 오냐! 당신이 한번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이 난국을 타개해봐라, 그런 뜻으로 절 선택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박 회장의 부친은 박주환 전 한국화랑협회장(전 동산방 화랑 대표)이다. 국내 화랑업계의 대부 중 한 사람인 만큼, 박 회장의 운신에 그 후광이 없었다면 지나친 말이다. 허나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1977년부터 부친의 대를 이어 동산방 화랑에서 축적한 텍스트가 오늘의 박 회장을 있게 한 충분조건이다.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이사, 인사전통문화보존회 부회장, 서울시 민관문화예술협의회 위원,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이사, (사)한국화랑협회 부회장 등 결코 간단치 않은 그의 프로필도 이를 말해준다.

‘서미갤러리’ 사태 등 극복, 화랑인 자존심 회복 시급

그러나 임기 3년을 시작하는 박 회장의 마음은 무겁고 복잡하다.

“화랑업계는 그야말로 위기입니다. 반목과 갈등을 풀고,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아 위상을 높이는게 중요한 숙제죠. 그걸 위해서도 회원들의 하나된 마음이 중요합니다.”

박 회장은 특히 “모순의 근본은 시장의 왜곡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화랑들은 흔히 백화점식 판매에 급급한다. 예술적 정체성이나 캐릭터는 밀쳐둔채 그저 팔리는 작가에 편중되다보니 서로 중복되고 충돌하곤 한다. 오해와 반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미술시장의 양극화도 문제다. 대형 갤러리 서너 군데 정도 빼곤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이다. 요즘처럼 불황의 늪이 깊을수록 그런 영세 화랑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한켠에선 ‘밴드웨건’ 비슷한 풍속도가 판을 친다. “삼성, 현대같은 재벌을 좇으면 돈번다”는 속설이 정설이 되고, 그들이 뭘 사며 큰 화랑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업계의 신경이 온통 쏠려있다. 게다가 재벌기업들은 흔히 해외 유명작들을 ‘직구’(직접 구매)하는게 보통이다. 그렇다보니 국내 화랑가에 수혈되어야 할 돈이 해외로 대거 유출되고 만다.

그 와중에 대형 화랑 몇 군데가 전체 회원 매출의 80%이상을 점한다. 하다못해 젊은 신진작가들까지 ‘싹쓸이’해간다는 불만도 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하나, 궁극엔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화랑업계는 요즘 ‘서미갤러리’ 비자금 사건까지 겹쳐 궁색한 처지로 내몰렸다. 말많은 호사가들 사이에선 “미술품, 화랑, 미술시장은 ‘비자금의 트라이앵글’”이란 비아냥도 나왔다.

“따지고 보면 (서미갤러리 사건과 같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저희 화랑인들 대부분은 힘든 환경에서도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지키며,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화상의 자존심을 회복하는게 시급합니다.”

과잉 공급, 가열된 경매시장 등 왜곡 현상 심각

더 큰 문제는 작가와 작품의 예술적 비전이 태생 단계에서 싹이 잘려버리는 현상이다. “제대로라면 젊은 작가, 신예작가의 1차시장은 화랑이 되어야 한다.”는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데뷔 단계에서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화단 안팎의 정당한 창작 ‘스탠스’가 작가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이 바로 경매로 흘러버리는게 문제다. 문화적 ‘필터링’ 없이 전투적 거래를 통해 이윤 동기에 복무하고, 차원높아야 할 예술혼이 한낱 자본 축적의 노리개로 전락할 수 있다

“경매시장은 어디까지나 2차시장의 몫에 충실해야 합니다. 1차시장에서 판정나고, 예술적․상업적으로 충분히 확인된 작품들이 2차 시장의 대상이 되어야 하죠”

“정책적 관심과 지원, 미술산업 성장에 큰 도움”

“우리가 낳은 우리의 작가, 작품을 키우는 일도 화랑업계가 필히 해야 할 일입니다. 중국만 해도 자국의 작가에 대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띄워요. ‘피카소보다 못할 게 뭐있냐?’는 식이죠.”

현대미술의 아이콘 백남준에서 보듯, 우린 정반대다. 독일이나, 뉴욕 유명 화랑 등 해외에선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딴판이다. 거대 작가들에 대한 대우가 인색하다 보니, 화랑업계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일고, 위상도 떨어진다. ‘위상’ 얘기가 나오자 박 회장은 문화훈장 얘기를 꺼냈다.

“선배들 중에서 문화훈장 서훈을 받은 이는 4명입니다. 제 부친이 화상으로는 맨 처음 옥관문화훈장을 받았고, 그 후 김창실 전 선화랑 대표님, 유위진 전 진화랑 회장님, 이숙영 전 예화랑 대표님, 이 각각 이 훈장을 받았어요”

하지만 요즘엔 뜸해졌다. 역시 화랑업계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추락한 이미지 탓이 크다. 박 회장은 “지금도 꼭 받아야할 만한 훌륭한 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현대화랑, 국제화랑 등과 같은 분들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세제도 고칠 부분이 많다. 작품가 6천만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양도소득세 취지엔 수긍하기 어렵다. 실제 경매시장이나 대단히 유명한 극소수 작가를 빼곤 6천만원 넘는 작품이 드물다. 세수 확보에 도움도 안 되고, 괜히 시장만 주눅들 뿐이다.

‘500만원 한도 이내는 장식품, 그 이상은 비업무용 부동산’이라고 한 규정도 문제다. 화랑가에서 이는 거래 활성화를 막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기업으로선 괜히 ‘비업무용’이란 누명을 써가며, 500만원 넘는 장식품을 살 이유가 없다.

오는 9월 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의 성패도 변수다. 박 회장은 “현재로선 상징적이고 규모가 큰 국제적 화랑들이 ‘한국시장은 거래가 잘 안된다’며 참여에 소극적인 경향”이라고 우려하며 “작년부터는 아세아 7개국 화랑협회장 모임을 통해 서로 돕는 ‘윈윈’ 마당으로 삼자고 대회의 중요성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대미술관 설립, 깊이있는 미술담론 중요”

60대 중반인 박 회장은 현재 2세 화랑 경영인 중에선 최고참 선배격이다. 그의 장남도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다른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도 좋겠다”고 타이른 적도 있지만 굳이 본인은 가업을 이어받고 싶어 한다. 아버지로선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걱정도 된다.

박 회장은 “2, 3세 경영은 가계를 이어받는데 그쳐선 안되고, 미술품에 대한 예술적 혜안과 화상으로서의 필요한 자세를 물려받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피카소의 손녀가 할아버지 유고작 수천 점 팔려고 내놓았을 때 한국 화랑가의 관심은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이냐”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결코 값이 안 내려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피카소는 젊을 때나 늙을 때나 각 시대별로 다양한 맞춤형 ‘캐릭터’를 표현했다. 작가의 원숙한 말년에 치중하고, 젊은 날은 외면하는 한국 풍토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미술관 시스템을 개선하고, 근대미술관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묵직한 테제를 담은 근대미술은 이른바 ‘스마트’한 현대 미술 풍토에선 소홀히 대접받기 십상이다. 그런 근대미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현대와 고전을 잇는 작업이다. 또 표피적 미술이론이나 작가론 대신, 심층적 미술담론이 화랑과 화단의 지표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연인 박 회장은 “동산방 화랑은 역사가 오래지만, 돈은 많지 않다.”고 했다. 대신 물질보단, 예술․문화적 스펙트럼에서 의미있게 ‘비즈니스’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한다.

공인으로서 회원들에게 할 말은 많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며 짤막한 화두로 대신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의견 수렴을 위한 언로를 트겠습니다. 힘을 모아 주십시오. 진일보한 활동 무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는 동산방 화랑 대표로서, (사)한국화랑협회장으로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전인격적 콘텐츠의 알파요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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