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해마다 할인 판매 물량 늘려
평소에 명품 잘 안팔리기 때문… 반면에 일부 명품社는 값 올려
"브랜드 내세운 상품시장보다 호텔 등 서비스 시장 커질 것"
6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입구.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400여명의 고객들로 북적였다. 10분 후인 오전 10시 30분, 백화점 영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경주(競走)'하듯 올라타고 '해외패션대전'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서 열린 '해외명품대전'엔 오후 6시까지 8000여명이 몰려 15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9일까지 나흘 동안 7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주요 백화점들이 일제히 해외 브랜드 제품을 최대 7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1년에 두 번 진행되는 대규모 '명품(名品) 할인 행사'는 백화점의 주요 수입원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3사는 이번에 총 2400억원 규모의 명품 판매 물량을 준비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명품대전 물량(1500억원)에 비해 60% 정도 늘린 것이다. 올해 행사는 참가하는 브랜드 수나 물량 규모가 역대 최고이다.
◇재고 처리 위해 할인 행사에 등장하는 명품들
하지만 백화점업계의 명품 행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는 이면(裏面)에는 명품업체의 '그늘'이 감춰져 있다. 할인 행사에 나오는 물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고(在庫) 물량이 많이 쌓여 있다는 방증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간 경기 불황으로 일부 명품 브랜드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백화점 할인 행사를 통해 재고를 처리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에르메스·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도 장사가 안 되는 매장은 과감히 철수시키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병행수입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명품 업체로서는 고민거리이다.
한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성장세가 둔화(鈍化)하면서 실제로 명품업체 본사의 실적은 눈에 띄게 하향세이다. 영국 명품 브랜드 멀버리는 2013년 1년 동안 주가가 44.91% 떨어졌다. 멀버리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연 매출이 전년보다 10%포인트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LVMH도 지난해 주가가 11.78% 하락했다. 미국 브랜드 코치는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2억9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 떨어졌다.
명품 기업들의 고전(苦戰)은 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멀버리 측은 "한국에서의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프라다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정체와 중국 경제의 저성장으로 기대보다 수익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대 명품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반(反)부패'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고가(高價) 명품 수요가 크게 줄어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사치품 단속 제도가 명품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중심의 명품 소비시장 커질 것"
이런 상황에서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작년 연말부터 줄줄이 판매 가격을 올려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反感)을 사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작년 12월 말 주요 제품 가격을 약 5%씩 올렸고,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해 11월 40여개 제품 가격을 최고 20%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에르메스가 인기 제품인 '켈리백' 가격을 25% 올렸고, 불가리도 보석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글로벌 부유층들의 최신 소비 트렌드를 보면, 명품업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처럼 명품의 '이름값'에 열광(熱狂)하지 않고 '서비스 시장'에 주목하는 명품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 1월 말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총 1조80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명품 시장에서 약 1조달러가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해외여행 등에 쓰였다"며 "브랜드를 앞세운 상품 시장이 아닌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형 명품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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