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의 초점이 종전선언에서 대북 제재 완화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9월 3차 남북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가 풀려나면서 의제 설정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 순방을 나서며 본격적인 외교 협력 행보에 나섰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대북제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대북제재를 호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독자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방문하는 곳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며 마크롱 대통령께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16일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특별 기고문을 통해 "그동안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대화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면서 "가톨릭은 예수가 이루고자 했던 사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포용을 추구하는 한반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핵 리스트 공개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만 몰두하던 미국의 협상 전략을 선회하는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처로 종전선언에서 제재 완화로 요구 수준을 한 단계 낮췄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난 그를 신뢰한다"고 하고 "그는 비핵화를 이해하고 있고 그것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제재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바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5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합의와 관련해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이 함께 가야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했다. 또한 미 재무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할 경우 독자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중러 3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완화 검토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을 통한 평화 체제 구축과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앞두고 있어 대북 제재 완화 혹은 유엔의 협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데드라인은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가 끝난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시 논의된 사안에 대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의 후속 협상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의 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대북제재와 관련된 문제도 비교적 확실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태도로 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중간선거에 최대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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