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도 아스팔트 포장 재료인 폐아스콘은 용도가 오용돼 왔다. 성·복토용으로 재활용해 왔는데 이는 아스팔트 속에 녹아 있는 각종 중금속이 토양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재생아스콘을 만들어 사용할 경우, 일반 아스콘과 품질 차이가 거의 없을 뿐더러 가격 경쟁력과 환경오염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이민형 서울·경인아스콘협동조합이사장은 행동에 나섰다.
재생아스콘의 활성화를 위하여 회원사와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를 설득해 의무사용제도를 도입했다. 처음 15개 정도였던 재생아스콘업체는 현재 105개 사에 달한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의 비용절감과 환경개선에 공헌했음은 물론이다. 이민형 이사장에게 대한민국품질대상 대통령상이 주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스콘 밖에 없다
“상이라는 게 무작정 좋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히려 더 무겁습니다.” 이민형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겸손해 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 (사)한국재생아스콘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여 년 건설·제조업에 종사한 CEO인 그는 기업인이라기보다는 학자같은 외모를 풍겼다. 그가 선택하는 언어도 마찬가지였다. 신중하게 정확한 낱말을 찾기 위해 잠깐씩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성향이 재생아스콘업계에 새로운 인식과 제도를 도입하는 선구적 역할과 역량을 발휘하게 만든 듯싶기도 했다. “조합 이사장 나갈 때 연설문을 작성하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다시 취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쓴다면 아스콘밖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는 겁니다. 아스콘이 자식들을 성인으로 키워주고, 제가 이만큼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 바탕이었어요. 아스콘 업계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저의 당연한 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민형 이사장은 경기아스콘산업(주), (주)한내레미콘과 태창아스콘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현재 재생아스콘의 활성화를 위해 조합 설립은 이민형 이사장의 공로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에서 주지했다시피 재생아스콘의 올바른 쓰임새를 간파하고 정부를 설득해 재생아스콘업계를 확장시킨 것이 그이기 때문이다.
폐아스콘의 새로운 용도전환기여
이민형 이사장이 페아스콘 재활용의 폐단을 지적하며 재생아스콘협회를 창설할 당시인 2006년도 우리나라 폐아스콘 발생량은 연간 791만 톤이나 된다. 그런데 폐아스콘의 경제적 가치를 재료가치로 분석하면 톤당 34,344원의 가치를 함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부가가치물을 생산 재료로 활용하지 않고, 성·복토용으로만 활용해 5,000원 정도의 가치로 전락함은 물론 토양환경오염의 원인까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민형 이사장은 재생아스콘협회회장의 자격으로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와 협조해 재생아스콘 의무사용제도를 만들어 현재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아스콘 사용량의 15%를 사용하도록 강제되어있다. 수요가 늘었으니 업계에 진출하는 회사도 늘었다. 아스콘사업의 거래처는 대부분 정부나 대기업 60%정도를 차지한다. KS나 ISO 품질인증을 갖추지 않으면 정부사업에 참여하기 힘든 분야다.
시장이 커지니 업계 전체를 위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체계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설립된 것이 (재)재생아스콘협회이다. “잘못하면 단합체제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스콘의 특성상 출시될 때는 반제품 상태로 생산됩니다. 이것을 건설회사가 도로에 깔아야 완벽한 제품이 되는 것이죠. 창고에 진열해서 파는 완제품과는 다릅니다. 개별 입찰에 부치면 품질 보장에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조합은 재생아스콘이 품질유지를 일정하게 할 수 있도록 표준화법에 의거해 지속적인 교육 감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조합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회원사들은 서로 경쟁을 통해 재생아스콘 사업의 전반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재생아스콘이 일반아스콘의 100%까지 가격을 인정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이라는 이유만으로 8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 일반아스콘과 재생아스콘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10년 동안 늘 평균적 매출 유지, 섣부른 모험하지 않아
재생아스콘업의 올바른 인식전환과 사업 창출을 위해서는 불철주야 뛰던 이민형 이사장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아스콘 회사는 지난 10년 간의 매출이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사업적 도전과 확장이 CEO의 진취적 역량을 나타내는 풍토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10 년간 450억 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복이 없지요. 어느 면에서는 기업성장이 안됐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과잉 경쟁에 편승하거나 도전적으로는 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어쩌면 저와 우리 직원들이 안정적인 생활유지를 할 수 있었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아스콘산업(주), ㈜한 내레미콘, 태창아스콘(주)의 사원들은 장기 근속자 50% 이상으로 많다고 한다. “얼마전 사내 연수에서 강사를 이야기를 하다가 앞에 있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 근무 연수가 얼마냐 됐냐고 묻는데 14년, 16년 이러는 겁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어요. 우리 사는 모습이 이렇구나. 직원들과 함께 변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 왠만한 중소기업들이 슬럼프를 겪는데 기업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위기 없이 이어나가는 것이 보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민형 이사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소유에 의한 지배권을 행사하지만, 아스콘과 레미콘 같은 장치산업은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기업자체가 존속할 수 없다고 한다. 기계는 한동안 사용하면 고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돈을 벌어 자기 영리만 취하는 것은 회사의 모습이 아니며 직원이 주인이라는 경영이념이, 지난 10년 동안 무모한 확장 없이 글로벌 금융위기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매출 추락없이 일정한 평균을 유지해온 비결일 것이다.
오래전 이 이사장의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뒤 돌아보면 감사한 것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적으로 많이 타격 안 받고 병구완을 하고 자식이 군대갔다오고 어엿한 모습을 보이고 하는 것이 모두 내가 내 자리를 지키는 것에서 오는구나 싶었습니다. 큰 자부심보다는 기업체 사장으로서 구성원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능력인 것 같습니다.”
이민형 이사장은 처음에 직업을 가져야하는 진로때문에 선택한 사업이지만, 회사가 일정규모를 유지하고 사회적 지위도 덧붙여진 만큼 기획과 방향설정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직업의 연륜이 오래되면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
친환경 대체에너지 산업, 펠릿
회사의 리스크를 안고 가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이민형 이사장이지만, 새로운 사업적 비전이 탄탄한 것에는 미래를 위한 행보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2년 전부터 미래가치를 보고 펠릿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펠릿은 나무를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성형한 친환경적 연료다. 목재펠릿은 탄소배출이 없는 화석연료 대체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의 50-7-%수준에서 절감된다고 한다. 몇 년 전 정부정책으로 특단화 해서 추진했지만, 현재는 미온적인 상태라고 한다.
“이쯤해서는 회사의 역량을 미래 산업에 투자해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기존 공장에 설치해 투자비용도 많이 안 들어갔어요. 미래가치를 보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사업입니다.” 펠릿은 물건이 없어 품귀현상을 빚는데 아직 기업 이윤은 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나무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단가에 국내 생산단가를 맞추다 보니 투자대비 이익이 없는 것이다.
대체에너지 사업은 이윤보다는 IMF나 에너지 쇼크같은 비상시 대체용도도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균형을 맞추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민형 이사장의 생각이다. 현재 이민형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는 산림청 공모사업자에 선정돼 국가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와 직원과 공동체
“앞으론 도전도 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무모한 사업확장은 아닙니다. IMF나 외환위기가 기업들을 단단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정확한 조사와 분석에 의한 예측 경영을 하는 것이지요.” 그는 지금까지는 CEO가 직원들을 이끄는 구조였다면, 이제부터는 직원들 속에서 미래적인 아이템이 나오고 똑똑한 직원들이 회사의 생존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은 이들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위치에 있어서 두 개의 축이 안정적으로 호홉을 맞추어야 회사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내레미콘과 태창아스콘(주)에서는 무료 기숙사와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작업 효율을 위한 휴게실 등 각종 복리후생 시설은 물론 직원들의 유사시 생활 자금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한 일에도 서슴없는 쾌척을 한다. 1994년 사업시작과 동시에 장학금 지원, 독거노인무상급식지원, 매월 불우이웃돕기, 등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부침을 겪지 않은 회사의 안정성 덕분이었다.
이익을 내는 것이 기업 목표이지만, 기업이 생존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 협력하며 공존하는 것이 진짜 이윤이라는 것이 이민형 이사장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업가로서의 안정성 구축을 이룬 후에 도전하는 새로운 사업의 성공이 그가 사회에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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