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부재의 경제는 갈수록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소통의 부재는 생각이 다른 집단끼리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국제 정세도 녹록치 않다. 일본의 우경화는 갈수록 노골적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G2의 정세도 복잡하다.
전반기에 지방선거도 치러진다. 어수선함으로 끝나고 시작한 2013년과 2014년. 그 어느 때보다 ‘현자의 한마디’를 해주는 시대의 원로가 필요한 때다. 팔순을 넘겨서도 활발한 발언을 멈추지 않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만났다.
몸 아끼지 않고 인터뷰 요청 모두 응해, 원로가 할 일
매일 오후 걷기운동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8선의 노정객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사회적 관심을 거두지 않고 누구보다 날카롭게 발언했다.“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나는 다 응해요. 나라가 어려울 때 몸 아끼지 않고 바른 말 해주는 것이 원로의 의무예요.
나는 살아있는 동안 바른 소리하고 죽을 때 당당하게 죽겠다는 생각이요.”젊은 기자시절 7년 동안 직론을 서슴지 않았고, 정치생활 40여 년의 세월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쓴 소리를 멈추지 않았던 노 정객의 꼿꼿함은 여전했다. 그는 2004년‘정치인은 나라에 도움이 안 되면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로 정계은퇴의 변을 가름했다. 그의 눈빛에는 작금의 정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이 역력했다.
“그건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도움 안 되고 쌀만 축낼 바에야 은퇴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지금 이런 눈으로 보면 전부 다 은퇴해야 해. 국민들이 전부 불신하고 있잖아요. 반성해야 돼.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돼야 하지 않겠어요, 적당히 세비나 타먹고 지역구나 챙기려면 국회의원 할 필요 없어. 자신이 속한 정당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 시절 두 가지의 이정표를 세웠다.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지지 않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법안의 날치기 통과는 절대 안된다는 것. 이 전 의장은 국회법 세부조항을 열거하는 기억력을 또렷이 발휘하며 그가 세웠던 원칙의 변형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지금 국회가 지키지 못하고 있어. 날치기 없애기 위해 의장직에 앉아 사회를 봐야 한다는 원칙을 두었는데, 요즘은 의장석 상임위원장 자리 먼저 점령하려고 싸워. 그리고 국회의원은 소속 당론에 귀속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할 것 등도 국회법에 조문화 했어요. 여야 모두 당론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투표해야지. 특히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국회는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고 청와대도 아니야. 국민의 것이야.”
이만섭 전 의장은 당적 이탈 후에 의장직을 그만두고도 다시 복당한 적이 없는 유일한 국회의장이다. 그것도 잘하는 짓이 아니라고 한다. 원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원로가 발언을 해도 그의 정치적 행적에 따라 국민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이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칠 때 ‘한번은 여당, 한번은 야당, 마지막 한 번은 2층 방청석을 보고 친다.’는 것은 누차 밝힌 바 있다. 그때 그는 항상 ‘국민 여러분 양심의 의사봉을 칩니다.’라고 되뇌였다고 한다.
정부 쓸데없는 예산 줄여 복지비로 사용해야
8선과 국회의장 두 번, 여러 번에 걸친 정당대표.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게도 더 큰 정치적 야심이 있지 않았을까. 그는 대학시절에 통일된 한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옹골찬 꿈을 가졌었다고 말한다. “큰 꿈을 가지고 있었지요. 내 몸의 피를 모두 뽑아서 주전자에 넣어서 삼팔선 지우고 싶다는 절절한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마키아벨리식 권모술수나 돈을 뿌리면서까지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역대 출마자들이 얽힌 비화가 공개될 때면 차떼기가 어떻고 돈이 어떻고. 그렇게 해서 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러면 그가 대통령이라는 가상 하에 지금의 국가적 곤란 상황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이번에 보니까 대통령 봉급하고 3급 이상 공무원 봉급도 동결한 것 같던데. 그건 참 잘한 일이예요. 크게 보도해 줘야해. 내가 대통령이면 청와대, 국무총리실 직원 봉급 모두 삼분의 일로 줄였어요. 거느리는 사람도 잔뜩 줄여야 해. 대통령 직속, 국무총리 직속, 무슨 무슨 위원회가 너무 많아. 요즘은 좀 줄은 것 같은데 100개 도 넘던 적이 있었지. 1년에 회의 한두 번 하면서. 예산 대폭 절감해야지. 그것 절약해서 국민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해요. 국민한테 세금 거두지 말고.”
이 전 의장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을 언급했다. 사생활에 문제가 있지만 각료 봉급을 줄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한해 예산 결산에 대한 엄격한 집행과 검증도 역설했다. 국회의원들은 예산만 중요시 여기는데 오히려 결산할 때 불용액을 전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는 돈이 얼마고 왜 남는지, 더 남길 수는 없었는지를 전부 따져서 절감부분을 엄하고 신중하게 심사해서 절약된 부분을 복지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싸움하다가 엄격하게 심의할 시간을 놓치고 적당히 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줄일 곳은 얼마든지 있어. 공기업도 빚 투성이 아니오. 내 돈 아니니까 막 쓴다는 느슨한 생각이 있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해요. 영국에서 국회라는 제도가 처음 출발할 때는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예산을 심의하려고 생긴 거야. 국회에서 엄격하게 따져야 해요.”기왕에 대통령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면 통치자의 자질에 대해서도 많은 통찰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전 의장이 제시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대통령의 덕목은 무엇일까.
“대통령 되는 사람은 첫째는 확고한 소신이 있어야 해요. 둘째는 지도자로서 양심을 지키며 솔직해야 합니다. 이건 모든 정치인이 다 그래야 하는 겁니다만, 국민에게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심판받아야 합니다. 역사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때그때 상황을 그때그때 상황을 호도하기 위해서 정치적 쇼를 부리면 안돼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앞두고 병사들에게 한 말이 있잖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옳은 일하다가 죽어도 좋다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내 목숨을 모두 던져 일하는 사명감이 필요해요.”
정국의 해법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행보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기존 정당과 안철수 신당을 둘러싼 전망과 관측, 해석들이 분분하다. 정당을 보는 안목 또한 범상하지 않을 터, 이 전 의장은 정국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한반도 정세를 걱정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한반도 문제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간의 관계가 굉장히 미묘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반공식별구역 설정을 가지고 미국하고 중국하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일본은 군사적 재무장하고 있어요. 미국은 역내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일본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가 포함된 국제 정세가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요. OECD 국가 중 사회분열상이 제일 심한 나라일 겁니다. 분열을 불식시키고 통합해서 국민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할 과제입니다.”
그러면 국민통합과 에너지 결집의 선결은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전 의장은 두말할 것 없이‘국민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빨리 경제회복 방법을 구해서 일자리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상 하는 이야기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강조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여야나 보수 진보할 것 없이 힘을 합쳐서 나라를 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한 배를 타야 합니다. 평소 정치적 이념의 주장도 나라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나라가 분해됐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요.”
사회 통합을 위해 정당들이 보여줘야 하거나 수정해야 할 궤도는 무엇일까. 먼저 야당에 대한 일성부터 나왔다. “야당인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민주당이 지향하는 선명성을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야당이 될 수 있어요.”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안철수 신당 후보의 진출이 야당표를 분열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근거 약한 낙관으로 대처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항상 야당이 연합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대비하는 철저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다시 합류하며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정당이라면 당락 여부를 떠나 지자체에 다 공천을 내야합니다. 광역단체가 16개에 후보를 모두 내고 당당하게 선거전략에 임하는 것이 공당의 소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당이 발족하지 않았는데도 민주당 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은 야당이 국민에게 준 실망스런 마음의 일부를 반사이익으로 가져갔을 뿐이라는 냉철한 의식이 있어야 해요.
신당이 새정치를 하고 정치권을 개혁한다니까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안철수 신당이 추구하는 새정치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빨리 밝혀줘야 합니다. 막연하게 개혁이나 새정치를 오랫동안 연호하는 것은 통하지 않을 거요.” 신당이 성공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 정책을 국민 앞에 내놓으라는 요구다. 이 전 의장은 또 신당이 전라남북도에서 적어도 두 곳의 의석을 차지해야지 그렇지 못한다면 안정된 활동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북한과의 관계 포용이 필요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964년 국회의원 초년시절, 도쿄올림픽에서 북한 육상선수인 신금단과 그녀의 부친과의 상봉을 눈물겹게 지켜본 장본인이다. 김대중, 김영삼 등의 여야의원 45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남북가족면회소’ 설치 제안이 그런 배경으로 나왔다. 하지만 당시의 국내 정치상황은 그를 ‘용공’으로 몰고 당시 법무장관은 ‘반공법 위반’이라고 단죄했다. 자신의 피를 뽑아 3·8선을 지우고 싶었다는 열혈한 통일 열망을 가졌던 그인지라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많았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비방 중지, 정쟁 불식, 남북교류 확대, 휴전 제의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제안을 ‘정부가 적극 받았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물론 그간의 행태나 대립으로 보아 근본적으로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식은 있지만 대외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얘기는 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형님입장에서 대범하게 속아 주며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인도적 교류와 경제협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해야 해요. 한해 5만 명이 돌아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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