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 /
신우유치원 신상인 원장
유아교육에 정진한 38년, 국·공립유치원에서 대부분 일하며 유아교육정책에 기여
주어진 일에 소극적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을 위한 것
세상의 많은 직업군 중에는 다른 직업보다도 더 특별한 도덕성이나 윤리를 요하는 분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자나 공무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는 한 나라의 동량을 일정부분 책임지고 성장시킨다는 면에서 적지 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고, 공무원 또한 시민이 일상의 편안을 누릴 수 있도록 순조로운 행정을 맡아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지중에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이 결합된 직업이 있다면 본인이 느끼는 책임감의 깊이는 얼마 만큼일까? 지난달 ‘제 4회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근정포장을 수훈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이자 관악구 신우유치원을 이끌고 있는 신상인 원장은, 교육자의 위상이 위축돼가는 세태에 스승으로서의 정도(正道)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유아교육 전공한 후 외도 없는 38년
신상인 회장은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73학번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유아교육 현장에 투입된 후 한 번도 다른 길로 가본 적이 없다. 38년이 지났고 2017년도에 정년을 맞는다. 올해 초에는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으로 추대돼 서울지회 회장과 겸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발전에 헌신해 온 진정한 교육자를 찾아 우리 시대의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하고 존경하는 풍토를 확산하고자’제정된 교육 분야 최고상인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했다.
“유아교육 분야에서 줄곧 한길을 걸어오신 훌륭한 분이 저 말고도 많은데 이런 큰 상을 주시니, 마지막 남은 임기까지 제 역할을 잘하라고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직업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공로까지 인정받으며 후반을 준비하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으로서 신상인 원장에게는 잘 성사시켜야 할 적지 않은 중요한 일들이 있다. 내년이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20주년이라 의미 있는 기념식이 있을 예정이고, 유·보통합의 순조로운 성사도 기다리고 있다.
“연합회 10주년 때 장충체육관에서 기념행사를 크게 했는데 벌써 2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니 감회도 새롭고 족적을 잘 남겨야겠다는 신중한 마음도 듭니다. 아마도 전국 연합회원 일만여 명 중에 적어도 3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큰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지금까지처럼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교사들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잘 돌봐
국공립유치원교원은 초등학교에 부속된 병설유치원과 독립된 단설유치원으로 운영된다.
신상인 회장은 지난 2012년 서울신우초등학교 병설유치원감으로 있으면서 2013년부터 시행한 유아교육의 누리과정 교과서 정착에도 일조를 했다. 서울신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시범유치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의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한 제도이다.
“국공립유치원은 공무기관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정책이 내려올 때가 많지요. 유아들을 돌보는 일거리도 힘든데 정책까지 준수하려면 꽤 힘들어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환경이 좋지 않은 곳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어요. 저는 유독 남들이 힘들어 해서 가기 꺼려하는 곳으로 배치 받은 경험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의 교육 능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냈어요. 환경이 열악한 지역사회 유치원에서도 야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어요.”
독실한 신앙을 가진 신상인 회장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듯 자신은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결코 자만이 아닌, 오히려 감사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기 인정이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소통이 안 될 때 저는 상대방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합니다.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에 다가가려는 태도를 늘 의식적으로 습관화 해왔어요. 그래서 병설유치원에서 좀 완고한 교장선생님들과 의견 조율이 잘 안 될 때도 끈질기게 설득해서 마음을 돌린 경우도 많아요.”
신상인 원장은 평교사, 원감, 원장 등을 거치며 38년의 세월을 유아교육 현장에서 보내고 나니 자신도 ‘혹시 독단에 빠질 때가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으로 보육교사들에게 ‘원장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면 즉각 알려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교사들에게도 민원에 시달리면 힘겨워만 하지 말고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으라는 조언을 한다. 가령, 좀 까칠한 부모의 원성에 시달릴 때면 ‘내가 애기 낳고 학부형이 되면 절대 저런 타입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인생 규칙을 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유쾌한 해결법이다.
“선생님들이 즐거워야 아이들한테도 잘해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막 달려갈 정도로 교무실에서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신상인 회장도 일반 교사였을 때에는 늘 웃음을 선사하는 교사의 한 사람이었다.
다시 돌아온 유치원에서 물건하나 안 바꿔
신상인 회장이 원장으로 있는 신우유치원은 그녀가 지난 2003년에 이미 근무했던 곳이다. 지금은 독립된 단설유치원이지만 당시는 병설이었다. 원장은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고 자신은 원감이었다. 당시 입원 희망자가 많았지만 학급이 적어 아이들을 탈락시켜야 하는 곤혹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장과 교육청을 설득해 학급을 늘이는 승인을 받았다. 신상인 당시 원감은 새로 학급을 꾸미는데 열성을 다했다. 아이들의 물건을 넣을 상자부터 방석 한 장까지 세세하게 직접 준비했다.
원장으로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좀 더 산뜻한 환경에서 시작할 욕심을 가질 법도 한데 신상인 원장은 작은 물건하나 바꾸지 않았다.
“처음보다는 조금 낡았지만 일부러 돈을 들여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았어요. 그런 비용을 절약하면 아이들에게 더 좋고 많은 다른 지원을 할 수 있잖아요.”
신상인 회장은 자신의 승용차에 유아교육 현장의 동료나 선후배 등으로부터 받거나 교구 제작자들로부터 받은 견본, 누군가 기증해 준 유아교육 물품대장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과감히 비용을 투입한다.
“병설은 국가에서 운영비가 나오니 예산을 알뜰하게 효율적으로 써야 해요. 줄곧 아끼다가 연말에 즈음하여 사용하면 그만큼 아이들은 손해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교구 계획은 상반기에 세우고 구입해서 일 년 내내 아이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기다려줘야 한다.
유·보통합은 국가적으로도 신상인 회장에게도 직면한 중요한 과제다. 전체 교육제도가 시작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육이나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 같이 한 마음일겁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합일되는 것을 원하지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해 조급한 점이 많아요. 아이들에게‘빨리 빨리’를 주문하기보다는 기다려주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하며, 조금 늦거나 못하더라도 위화감 없이 행복한 유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해서 합일점을 찾아야하지요.”
신상인 원장은 2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교사들의 수준이 곧바로 유아교육 사회의 질(質)로 직결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38년간의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다른 교사들에게 전해져 생생한 교재가 된다. 신상인 원장은 ‘연구하지 않는 교육자는 이끼 낀 돌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자주한다고 한다.
신상인 원장은 본래 여리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자신의 성격을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바꾸어 준 것이 유아교육 현장이었다고 한다. 다른 제도 교육보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관심 속에서 일해 온 덕분에 당면한 문제들을 바꿔나가야 하는 힘을 갖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에 순응하면서 현장에서는 나름대로의 활로를 찾아야 했던 면도 컸다.
신상인 원장의 외양을 직접적으로 대해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아이들의 상냥한 얼굴과 목소리를 많이 닮아 있다는 인상을 필시 받을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과 생활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가한 신상인 원장은 ‘행복’을 주제로‘내가 만나야 할 모든 사람들을 신우유치원에서 만났어요.’라는 제목의 사례 발표를 했다. 유치원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그 곳이 유아교육의 모범현장이 아닐까. 신상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의 38년간이 응집돼 있는 곳도 바로 그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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