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밸런스인더스트리 엄백용 대표
‘폐지 줍는다’인식 갇힌 재활용종이 수출하며 국내 R.P.M(재생펄프원료) 산업계에 새롭고 공정한 거래 기준 제시
환경보호, 국부창출, 저소득층 생계 조달 등 소중한 자원산업으로 인정해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폐휴지 줍는 노인’들이 등장했고 요즘 들어 부쩍 그 수가 많아졌다. 한국의 어느 동네든 작은 수레에 박스를 비롯해 버려진 각종 종이를 싣고 힘겨운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처지가 되지 않은 일반인들은 생활이 고된 노인들이겠거니 하며 일회성 측은지심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이 줍는 폐휴지에 대한 대가가 많지 않음을 짐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폐휴지를 주워 파는 일이 분명 노동일진대 그에 대한 정당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대부분이‘좀 안된 노인들의 특수 일거리’라는 일종의 편견적 인식이 근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 내재한 모순들은 그것을 먼저 깨닫고 개선을 노력 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진전을 이루며 마침내 정상적 상태에 도달한다. 폐지에도 그런 원리가 있다.
폐지 재활용 한 해 4천억 원 국부 창출
(주)밸런스인더스트리는 재활용자원 기업이다. 국제적인 정식 명칭으로는 R.P.M(재생펄프원료)으로 불리는, 소위‘폐휴지’를 수거해 분류하여 압축한 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한다. (주)밸런스인더스트리의 엄백용 대표는 그러나 이렇게 불리는 것을 경계한다. ‘폐지’라는 말속에 내재한 ‘폐기물, 쓰레기’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재활용 종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엄백용 대표에 따르면 근래에는 종이 가공원료로 펄프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전체 원료 중2/3정도를 폐휴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폐휴지 양은 총 1,300만톤으로 추산한다. 그 중 50만 톤이 해외에 수출된다고 한다. 그래도 전체 수거량의 4%에 불과하다.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R.P.M.(폐지) 재활용을 잘하면 펄프 수입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수출활성화를 통하여 국제가격수준으로 회수가격이 정상화되어 추가로 회수된 년간 120만톤의 R.P.M.(폐지)은 폐기물 처리나 소각비용으로 들어가는 연간 약 2천5백억 원 정도의 국민 세금이 절감됩니다. 게다가 그자원의 상품가치는 2천 억 원 정도됩니다. 이 두요소만 합쳐도 매년 모두 4천5백억 원의 국부가 창출되는 거지요.”
엄백용 대표는 (주)밸런스인더스트리의 기업 활동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복잡한 이면이란, 사회 기여가 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가 호응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엄백용 대표가 이끌어가는 (주)밸런스인더스트리의 사업이 사회적으로 더욱 소중할 수 있다.
잘나가는 석유화학 딜러의 변신
엄백용 대표는 80년대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군학사 장교로 예편해 우리나라 유일의 국영 종합상사인 ㈜고려무역에 재직 당시 아직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변 보장에 단정할 수 없었던 중국을 단독 방문해 중국 원유기업과 직교역 수출입 계약을 최초로 성사시키는 활약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너무 열심히 일한 덕분에 건강이 안 좋아져 잠시 쉬는 동안에, 그가 거래를 틔었던 중국석유화학공사의 임원이 그를 수소문해 찾아왔다. 독자 수출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의 파트너로 그를 지목한 것이다. 그가 경영권 51%를 갖는 조건으로 ‘옥룡상사’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수출입 중개사업은 거침없는 중국경제발전과 더불어 그는 개인적으로 엄청난‘부’가 쌓이는 것을 젊은 나이에 일찍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에 언제나 질주만은 없는 것일까. IMF가 불러일으킨 환차손은 엄백용 대표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몇 년을 간신히 버텼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른 방편으로 홍대에 시니어만 출입할 수 있는 바를 열어 잘 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전공인 석유화학을 다시 일으켜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자금을 모으던 때였다. 2005년 겨울이었다.
“길에서 폐휴지를 줍던 노부부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하루 종일 거리를 누비며 종이박스를 주우면 1kg에 겨우 30원을 받는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200kg을 주웠는데 그래봤자 6,000밖에 안 되는 돈이었지요. 그 부부의 하루 생계비였습니다. 그나마도 고물상에 팔지 못하면 굶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더군요. 뭔가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백용 대표는 자신이 무역을 하던 경로를 통해 중국 쪽의 사정을 물어봤다. 당시 체감 최저 생계 물가가 1/10밖에 안 되는 중국에서도 kg당 80원을 넘고 있었다. 그는 모종의 결심을 한다.
“재활용 종이 사업을 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노부부와 같은 계층이 정당한 대가로 일하도록 하고 싶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석유 원자재 일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활용사업을 병행하자는 계획이었지요. 그런데 일단 시작하니 그리 녹록한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엄백용 대표의 인생행로를 전환시킨 재활용종이 사업이었지만, 엄백용 대표 자신도 기존 재활용 종이를 둘러싼 업계들의 사업 관행에 일대 변화를 가져다 준 계기가 되었다.
정당한 노동 대가 지불하고 사업도 잘되는 길
엄백용 대표가 재활용종이 사업에 뛰어든 때는 이미 영세규모의 무역업체가 50여 곳이 있었다. 사업 시작부터 그의 철학은 분명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밸런스(balance)'가 들어간 이유도 그렇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 주고, 저희 회사도 공정한 기업 활동으로 부를 이루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역사를 참조해 볼 때 한 사회의 모순은 가장 기층 계급에 집약돼 있습니다. 그들의 기본적 삶이 보장돼 있지 않으면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지요. 국가 경제가 좋아도 기층이 궁핍하면 분명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재활용 종이 매입 가격은 수출 단가에 따라 국내 매입가격이 정해진다고 한다. 엄백용 대표는 무조건 저가에 수출하지 않고 국제 시세를 맞춰 가격을 요구했다. 자연히 그가 거래하는 국내 공급자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대가가 돌아갔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국내 단가가 1kg당 100원으로 올랐다. 그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니 전체 업계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2008년에는 사업시작 3년 만에 2,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그해 수출의 탑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밸런스인더스트리는 현재 아시아 재활용 산업군에서는 3위 안에 꼽히는 기업이다.
“재활용 종이 매입 단가가 올라가면서 전체적으로 연간 8천억 원에서 1조 2천억 원이 비싸졌습니다. 그만큼의 돈이 재활용 종이 줍는 사람들에게 돌아간 거지요. 거꾸로 그동안 그만큼을 착취당했다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재활용 종이 줍는 사람들이 10년 전보다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위층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도 되고, 또 생활 하락 중에도 그만큼 생계에 작은 보탬이 되는 방법을 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단가의 상승이 가져다 준 효과일 것이다.
제지회사와 행정적 압박
그런데 인간 사회라는 것이 한쪽에 이득이 생기면 다른 쪽은 상대적 불이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록 그것이 본래의 불합리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라 해도, 기존에 이익을 누리던 편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심일 것이다.
“전체 시장 가격이 오르니 그동안 낮은 단가로 재활용 휴지를 수입하던 국내 제지회사에게는 원료 단가가 높아진 결과가 된 거지요. 자연히 다양한 형태의 압력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엄백용 대표는 어느 부류에게는 국내 시장의 안정을 깨뜨린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그의 추정으로는 전보다 상대적인 이익을 덜 가져가게 된 측에서의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제재들을 많이 받아왔다고 한다. 회사가 소재해 있는 지역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적 조처들과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대기업에게도 힘든 60일 동안의 국세청 특별세무조사까지 받았다.
한 언론 매체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오도용 기사를 내보내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중이다. 정부기관에서조차 한때 재활용 종이 수출의 산업적 부작용을 이유로 들어 수출을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밸런스인더스트리의 수출량은 현재 약 5,000만 달러로 늘었다. 최근 중국시장의 침체와 무게를 늘리려 종이에 물을 먹인 국내 일부 납품 업체로 인한 국제 신용도 하락, 그리고 이것을 이용하려는 해외 일부 매입자들 때문에 매입가격이 1kg당 80원 정도로 떨어졌지만 나쁘지는 않다.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엄백용 대표는 국내 적정가격 매입이라는 원칙만은 고수하고 있다.
폐휴지 판매 돈 1,000원은 생명줄 입니다
(주)밸런스인더스트리는 현재 일본의 R.P.M.(폐지)도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여 제 3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수출이 오히려 한국 물량의 세 배를 넘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재활용자원 수출기업으로 인정받아 ‘일본 고지(R.P.M.)수출위원회의 정식위원’으로 위촉될만큼 그의 역량이 알려졌다는 방증이다. 일본에서의 회사 기반은 한국에서 그가 주도한 시장 때문에 생긴 많은 이해할 수 없는 불이익과 무언의 압력에 대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다른 기반을 마련하자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 홍콩, 베트남 등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주)밸런스인더스트리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관세청으로부터 ‘AEO공인’을 획득했다. 수출입과정에서 신속통관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상대국 세관에서도 화물검사 축소, 우선통관 등 관세 행정상 혜택을 볼 수 있다. 이 회사의 건전성을 또한 다른 정부기관에서는 충분히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주)밸런스인더스트리 사무실과 기업 안내서에는 ‘하루 1,000원은 생명줄 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가 왜 재활용 종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약 1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제 돈을 들여 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기업인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의해 그분들에게 정당한 노동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고, 저도 이윤을 남기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쪽이 배타적인 이익을 가지는 상거래는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엄백용 대표는 재활용 종이 사업을 통해 자신과 직원들과 폐휴지를 줍는 이들에게 공히 열심히 일한 대가가 정의롭게 분배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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