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가계대출은 14조원이 급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 덕분이다. 투자처도 매우 다양한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등이다. 그간 청년들의 투자는 전체 투자에서 그 비중이 높지 않았다. 차라리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돈을 자신을 위해 쓰거나 돈을 탕진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탕진잼’이 좀 더 유력한 소비와 투자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소박함과 탕진의 기운은 사라진 채, 무시무시한 투자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래 투자는 미래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미래전망이 불투명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확행에서 갑자기 투자광풍으로 돌변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 착실하게 생활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때가 있다. 대개는 ‘이제까지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현재의 상황을 탈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격하게 느낄 때이다. 이것이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은 만져볼 수도 없는 큰 금액의 돈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고 갑작스럽게 생각이 바뀔 때도 있다. 지금의 영끌과 빛투는 이 두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변화에는 필수적으로 ‘급한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만 뒤쳐진다는 생각, 빠르게 ‘한방’에 상황을 탈출해야겠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하루에 2,400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신용대출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갑작스럽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금융당국이 시중 은행에 경고를 한 탓이며, 시중 은행들은 급격하게 대출을 줄였다. ‘이대로라면 큰일 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무엇보다 중소형 아파트가 100% 가점제 당첨으로 바뀐 이유가 크다. 현재의 가점 제도에 따르면 30대 중반의 미혼은 전체 84점 만점에서 채 20점도 넘기기가 힘들다. 그러니 설사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양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또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10억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전세값은 5억 원에 육박한다. 은행 금리는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칠 수 있다.
주식 투자는 코스피가 무려 2년만에 2,400선을 돌파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사상 최저 금리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있다보니 시중의 자금이 자연스럽게 주식으로 몰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모두 성공할 리는 없다. 그나마 부동산은 괜찮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자와 원금을 갚는 일에 허덕이다 결국에는 파산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아파트가 있어도 ‘깡통’일 수가 있다.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광풍이 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급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영끌투자의 핵심 주도층은 바로 30~40대이며 전체 신용대출의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허리를 차지하고 경제활동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만약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은행 대출은 철저한 심사를 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지금의 대출이 ‘신용대출’이라는 점이다. 신용이라는 것은 한번 정해지면 영원히 변동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1등급인 사람도 단 몇 달만에 뚝뚝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신용등급이다.
코로나19 겹쳐 생계자금 대출도
거기다가 20대도 이러한 투자에 동참하고 있어 위험성은 더욱 커 보인다. 현재 신규 개설된 증권계자의 60% 이상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그나마 수억 원대의 많은 비용이 있어야 하지만, 주식 투자는 소액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20대의 참여율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는 면밀한 계산 하에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가치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투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하락에 손절매를 거듭하다보면 결국 원금을 다 잃고 마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20대의 주식 투자 열풍은 지금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이러한 흐름은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대의 주식투자는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욱 확대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에서 더욱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영끌과 빚투가 단지 투자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카드론 증가’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사 당기 순이익은 1조 11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나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가능성이 높다. 카드론은 급전을 소액으로 대출받는 것이기 때문에 생계유지에 지친 사람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러한 카드론으로 인한 연체율이 연말에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권에서는 ‘청구금액 분할납부 결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의 차원이다. 실제로 카드사에서 이런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분할을 해서 돈을 갚는다고 해서 갚을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언제든 연체의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젊은층들이 이렇게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투자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풍요롭게 자란 세대의 자기 정체성 유지’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과거 아버지 세대는 일단 생계만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자신과 자식들이 삼시세끼 밥만 먹을 수 있어도 회사에 충성하고 월급봉투 받는 일을 행복하게 생각했다. 그러니 과도하게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아버지 세대의 노력으로 인해 풍요롭게 살아왔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고 보니 자신이 스스로 그런 풍요로움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환경이 아닌 것이다. 취업 자체도 힘들지만, 취업을 해봐야 월급이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은 데다 자신이 원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즉,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지나치게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년층의 마음을 알지만,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으라고 조언한다. 투자는 반드시 장기적이어야 하고, 그래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빛을 내서 하는 투자는 최악의 투자 방법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한꺼번에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대박심리’에서 우선 벗어나야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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