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는 오히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다. 지난 12월 6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국민 절반은 ‘반드시 통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응답을 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응답이 53.0%, ‘남·북한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라는 서술에 동의하는 응답이 50.3%를 나타냈다. 국민 절반은 굳이 통일이 필요없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는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다. 정작 통일의 가능성이 없던 시절에는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지만, 통일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 지금 오히려 ‘동일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낮아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도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원식 책임연구위원과 김일기 연구위원은 ‘통일과 평화 담론의 분리와 연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 보고서의 핵심은 과거에는 ‘통일’이 최종적인 목표였지만, 이제는 이 통일을 ‘평화공존’으로 대체해지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 인식의 변화에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우선 ‘북한 붕괴론’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했으며, 따라서 북한은 자연스럽게 붕괴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분단 70년이 된 지금에는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으며 점점 더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말 기준 남한의 수교국은 190개국, 북한의 수교국은 160개국이다. 국제 사회에서 엄연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도 존속 가능하다’라는 인식이 생겼고 이것이 ‘완전한 통일’이 힘들다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장기분단에 따른 남북 간 이질성 심화도 매우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국가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온전한 통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남한도 그렇겠지만, 북한 역시 우리 경제로의 편입은 불가능하다. 한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이 경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통일’은 곧 경제적인 통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통일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역시 북한으로 인해 경제적인 변화를 겪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오히려 통일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결국, 이러한 통일 대신 ‘평화 담론’이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저 한민족끼리 평화롭게 공동으로 번영하자’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통일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더 많은 국민적인 합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이라는 외연보다는 우리 민족의 협력과 공동번영이라는 본질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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