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오픈AI(OpenAI)와 결별한 이후에도 인공지능(AI)을 자신의 비즈니스 제국 핵심축으로 삼으며,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한 ‘우주+AI’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켓, 위성인터넷,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성형 AI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으려는 머스크의 구상은 단순한 기술 확장을 넘어 차세대 글로벌 패권 경쟁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는 최근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와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커서는 코드 작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이번 계약에 따라 스페이스X는 올해 말까지 600억 달러(약 82조 원)에 커서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또는 양사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100억 달러를 지불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스페이스X는 이번 협력이 “세계에서 가장 유용한 AI 모델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상장 전 커서를 흡수할지, 혹은 상장 후 AI 역량 강화를 위해 인수를 단행할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겉보기에 커서의 코드 작성 AI와 로켓 발사·위성 인터넷 사업은 직접적 연관성이 적어 보이지만, 머스크의 장기 전략에서는 명확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머스크는 오픈AI 공동창립자였으며, 이후 자체 AI 기업 xAI를 설립해 챗봇 ‘그록(Grok)’을 출시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스페이스X 내부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우주 기반 컴퓨팅 인프라, AI 칩 생산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xAI를 인수하며 기업가치 1조2500억 달러(약 1700조 원) 규모의 초거대 기술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우주 산업과 AI 산업의 통합이라는 머스크식 비전을 제도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머스크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지구 기반 AI’가 아니라 ‘우주 기반 AI’다. 그는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류가 다행성(multiplanetary) 종이 되기 위해서는 태양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에서 전력과 냉각의 한계를 겪는 AI 인프라를 우주 공간으로 확장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AI 산업의 최대 병목으로 지적되는 전력 소비 문제를 우주 산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현재 생성형 AI 경쟁은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망, 막대한 전력 수요가 핵심인데, 머스크는 이를 스페이스X의 발사 능력과 스타링크 위성망, xAI 모델, 반도체 제조 역량으로 수직 통합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테슬라식 통합’의 우주 버전으로 해석한다. 전기차·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를 묶었던 테슬라 전략처럼, 머스크는 이제 로켓·위성·AI 모델·데이터센터·칩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험도 적지 않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AI 칩 공장은 막대한 자본과 규제, 기술적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특히 스페이스X의 IPO와 대규모 인수전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투자자 부담과 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행보는 분명하다. 그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우주 인프라와 에너지 체계까지 포함하는 문명 전환 기술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주 기반 AI만이 확장의 유일한 길’이라는 그의 발언은, 스페이스X가 더 이상 단순한 민간 우주기업이 아니라 미래 인류 문명의 운영체제를 구축하려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머스크의 다음 승부수는 ‘AI를 누가 더 똑똑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AI를 어디에서, 어떤 에너지 구조 위에서 운영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오픈AI 없이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AI 패권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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