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SK하이닉스가 미국에 5조원 넘게 배팅, HBM전용 공장을 짓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는 HBM으로 메모리시장 '만년 2위'의 설움을 달래고 있는 하이닉스가 어렵게 잡은 HBM시장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미국내 반도체공급망 확충을 위해 5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풀고 있는 것을 십분 활용해 북미 HBM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읽힌다.
◆인디애나에 HBM용 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 건설
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38억7천만달러(약 5조2천억원)을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옛에 HBM 등 AI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 AI용 어드벤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해외에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웨스트라파옛 공장 부진 인근 퍼듀대에서 인디애나 주정부, 퍼듀대 등 관계자들과 함께 투자협약식을 갖고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이닉스는 특히 웨스트라피옛 공장을 단순 현지 생산기지에 국한하지 않고 HBM 등 AI용 차세대 메모리의 R&D(연구개발)센터로도 활용한다는 목표아래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연구·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하이닉스는 2028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이 공장에서 차세대 HBM 등 AI용 메모리 제품을 집중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목표다.
곽노정 하이닉스 사장은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 상원의원,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 상무부 차관보, 멍 치앙 퍼듀대 총장 등 미국 측 인사와 조현동 주미 대사, 김정한 주시카고 총영사 등 주요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SK측에서는 유정준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하이닉스는 애리조나 HBM 전용공장 설립으로 HBM 시장 1위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한다는 전략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인 HBM3를 AI가속기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에 거의 독점 공급하며 시장 지배적사업자로 올라섰다.
차세대 제품인 HBM3E도 지난달말부터 고객사 공급에 들어가는 등 삼성,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비해 공급능력이나 기술 진전도면에서 모두 적지않이 앞서 있다.
이런 상황에 AI 시장 확대로 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자 공급 효율성을 고려, 미국에 직접 진출을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
◆HBM 시장지배력 강화와 미 보조금 수혜 등 '일석이조'
하이닉스측은 "그간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HBM 관련 첨단 후공정 분야의 투자를 결정하고 부지를 물색해 왔다"면서 "인디애나 주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데다, 지역 내 제조 인프라가 풍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의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인근에 있는 점도 부지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멍 치앙 퍼듀대 총장은 이날 "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 분야의 글로벌 개척자이자 지배적인 시장 리더"라며 "이 혁신적인 투자는 인디애나주와 퍼듀대가 가진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미국 내 디지털 공급망을 완성하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혜택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 이른바 '칩스법'을 통해 AI반도체 설계부터 HBM생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을 미국 내에서 소화하는 공급망 구축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390억달러(약 52조6300억원)에 달하는 생산 보조금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하이닉스로선 미국의 보조금 혜택도 받고 HBM시장 지배력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법한 셈이다.
하이닉스는 실제 이번 인디애나 공장 건설 협약과 동시에 미 정부에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짓는 HBM 생산시설 투자 약 40억달러를 포함해 미국에 150억달러 가량 투자할 예정이어서 상당한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총 132억달러(약 17조7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업계에선 약 17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60억달러(약 7조9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를 감안, 하이닉스의 보조금도 약 50억달러 안팎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정 하이닉스 사장은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공급에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이닉스가 선제적으로 미국 HBM전용 공장 설립에 들어감에 따라 절치부심 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인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이 무엇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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