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는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관심은 연준이 금리동결을 이번으로 끝내고 다음달 예정된 FOMC회의에서 금리인하로의 전환, 즉 피벗에 나설 것임을 내비칠 것이냐에 쏠려있었다.
연준은 금리인하 시점이 임박했다고 해석할만한 설명을 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평가했는데 지난 6월 FOMC 때는 '다소'(somewhat)라는 표현이 없었다. 시장은 즉각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파월 "9월 FOMC서 금리인하 논의할 수 있어"
연준은 이날 최근 몇 달간 FOMC의 2% 물가 목표를 향한 일부 추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물가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아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2분기 물가 지표가 그런 확신을 강화시켰다고 했다. 그는 "이르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게 FOMC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잡는데만 집중했던 연준이 장기간의 고금리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증가할 위험에도 신경 쓰는 징후를 보였다는 데 주목했다.
연준은 이날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하고 물가를 2%로 유지한다는 연준의 두 개의 목표와 관련해 "양쪽 모두와 관련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고용 목표에 대한 하방 위험이 이제 실재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에만 집중했던 연준이 고용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린 것은, 그만큼 긴축완화를 시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경제 상황과 관련, "경제 활동이 지속해서 견고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했으며 실업률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연준의 태세 전환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파월은 다만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달랐다.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인하를 시작할 관측했다. 일각에선 연내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원달러환율 급락...한은 집값 폭등에 '금리인하 딜레마'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는 전일보다 10.3원 내린 1,366.2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7일(1,365.3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장보다 8.5원 하락한 1,368.0원에 개장한 뒤 오후 장중 1,361.6원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일부 조정을 거쳤다. 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커지면서 이날 달러는 줄곧 약세를 나타냈다.
위험 선호 회복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세도 환율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9포인트(0.25%) 오른 2,777.68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420억원을 순매수했다.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 더욱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대응에 쏠려있다. 당장 이달 22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인하 시사에도 불구,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수도권 집값 폭등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반등이 가계부채 급증을 동반하는 상황에 금리를 낮출 경우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무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주요지역의 집값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하락분을 거의 만회한 실정이다.
한은으로선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낮출 수 없는 딜레마의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미국과는 전혀 판이한 사정이 더해지며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한은이 늦어도 11월 금통위에선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지만,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유의미한 감소세를 나타내지 않는한 금리인하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최근 불붙은 집값 폭등세가 쉽게 사그러들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과 인하폭에 상관없이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대단히 유동적"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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