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아니고 비둘기도 아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한 FP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매파(긴축선호)와 비둘기파(긴축완화선호) 사이를 오가는 포지션을 취했다.
인플레이션 상황과 고려해 긴축은 상당기간 유지하되,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매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연준이 매의 발톱을 감춘 입장 표명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는 기우임이 입증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는 일부 해소됐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미 국채금리와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증시는 나름대로 선방했다.
◆파월 "인플레 리스크에 매우 주의...금리인상은 없어"
연준은 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으며 최근 둔화세가 정체돼 있다며 기준 금리를 현행 연간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FOMC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란 단서를 달았다.
지난해 7월까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고금리 행진을 계속해온 연준이 작년 9월 태세를 바꾼 뒤 6회 연속으로 금리동결이다. 2001년 이후 최고금리가 1년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동결은 대부분 예상했던 결과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준이 긴축완화로의 추세 전환, 즉 피벗에 여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금리조정의 변수로 오로지 인플레이션만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를 상화하고 있으며 고용 증가세는 여전히 강하다. 실업률은 사상 초유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FOMC가 끝난 후 "인플레이션이 지난 1년간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중"이라며 "최근 몇 달간 물가 목표치(2%)로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 2월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월은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FOMC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고도로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이런 평가는 3월 FOMC에 비해 인플레이션 완화로의 추가적인 진전을 강조한 것으로, 최근 경제 지표에서 인플레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연준은 다만 금리인상에 대해선 다시한번 선을 그었다. 파월은 연준의 다음 기준금리 변동 행보가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시장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연준의 발표가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선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시작 시점 및 횟수 등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파월도 이와관련, 물가목표를 달성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강조했다. 현재의 기준금리를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美증시 3대지수 모두 약보합세...한은, 또 금리동결 확실시
연준이 매파 발언과 비둘기 발언을 절묘하게 섞으면서 자본 시장의 해석은 엇갈렸지만,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우선 이날 미국 증시는 연준의 덜 매파적 성향에 강한 상승세를 타다가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되며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만 소폭(0.23%) 상승했을 뿐 S&P500(-0.34%), 나스닥(-0.33%)이 각각 약세를 보였다. 장중 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발언이 알려지며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급등하다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혼조세를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찬바람이 불었다. FOMC 직후 채권수익률(시장금리)은 하락했다. 미채권의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은 0.03%포인트 하락한 4.65%를 기록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한국시간 전날 오전 한때 5.0434%까지 올랐지만, FOMC 결과 발표 이후 5% 아래로 내려왔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연준의 양적긴축 속도 조절에 대해 "올해 급등한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세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달러가치도 약세로 돌아섰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오후 106.490을 찍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FOMC 이후 한때 105.435까지 내려갔다.
한국 금융시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2일 12시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은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가 모두 0.1% 안팎 하락한 채 거래중이다.
이처럼 연준의 6연속 금리동결과 함께 현재의 금리 상태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도 또다시 금리를 동결할 것이 보다 확실시된다.
물가목표 수준(2%)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인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엔 자본유출 등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록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2.9%로 석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 불안, 과일 농산물 가격 급등, 공공요금 인상 등 인플레 상방압력이 강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12일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우리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뿐 아니라 불안한 환율 흐름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는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를 뚫었다. 지금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1380원대의 고공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미국보다 먼저 단행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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