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K-배터리(2차전지) 3사가 1분기에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어닝쇼크'라 할만한 처참한 성적을 냈다.
중국의 대대적안 저가 공세에 밀려 글로벌 최강국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해온 K-배터리지만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바닥권이다.
특히 2분기 이후 실적 전망도 썩 밝지 않다. 현재로선 실적반등을 불러올만한 특별한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 K-배터리 성장의 근간인 수익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LG엔솔 영업익 75% 급감...SK온은 적자 계속
우선 K-배터리의 리더이자 세계 배터리업계 최강기업인 중국 CATL가 치열하게 경쟁중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1분기 실적은 충격적이다.
실적발표에 앞서 시장에선 LG엔솔이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부진의 강도가 더 컸다.
LG엔솔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75.2% 급감했다. 이 마저도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 적자다.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이 3315억원에 달한다. 미국 내 판매 감소에 따라 AMPC도 작년 4분기 4401억원에서 1분기 385억원으로 크게 축소되며 대규모의 적자를 봤다.
삼성SDI는 그나마 좀 나은편이다. 삼성은 수요 변동 영향을 덜 타는 프리미엄 차량용 배터리 판매비중이 높은 탓에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삼성SDI는 그러나 이번에 처음 반영된 AMPC 467억원을 포함해도 전체 영업이익은 267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29% 감소했다.
K-배터리 3사의 실적이 이처럼 크게 악화된 이유는 전기차 수요 증가세 둔화에 따라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를 보수적으로 운용한 결과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정체, 즉 '캐즘'(Chasm) 현상을 반영,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배터리 구매가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캐즘이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겪는 일시적인 침체기를 말한다.
즉, 전기차가 신기술, 신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댑터를 중심으로한 판매가 마무리되며 본격 캐즘기에 진입,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고 그 여파가 배터리까지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캐즘에 메탈가 하락 직격탄...2Q도 실적 부진 예고
캐즘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배터리의 연간 성장률은 2021년 107%, 2022년 69.3%, 2023년 38.8%로 둔화된데 이어 올해는 16.3%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였던 주요 원자재 가격 인하분이 판매가에 반영되며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 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상당부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업체들의 주장일 뿐 글로벌 배터리업계 1위인 중국 CATL의 상황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CATL이 지난 15일 1분기에 무려 2조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K-배터리 3사와 달리 CATL은 중국내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흑은 등을 자체 조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CATL의 우량한 분기 실적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않다. 게다가 CATL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CATL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꽤나 긍정적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보면 CATL은 올해 전년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 25%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K-배터리 3사의 수익악화 요인은 단순히 캐즘 여파에만 있는게 아니라 K-배터리 3사의 근본적인 수익구조와 사업전략상에서 찾아야할 문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그간 국내업체들이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3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치중한 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고 진단한다.
국내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NCM배터리는 CATL 등 중국업체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LFP(리튬인산철)제품에 비해 효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원가가 높고 가격이 비싸다.
캐즘현상이 본격화한 이후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LFP배터리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K-배터리 3사도 부랴부랴 LFP배터리로 생산체제 변화에 나섰지만,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곧 배터리3사의 1분기 최악의 실적이 바닥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업체들의 실적악화가 2분기 이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의 늪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와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메탈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느냐다. 여기에 배터리3사가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LFP계 원통형 배터리의 본격 양산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도 향후 실적 반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급팽창에 편승, 고성장을 질주해온 K-배터리의 시련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으나, 기본적으로 기술력과 품질력이 뛰어나고 LFP위주의 수요변화에 철저히 준비를 해왔기에 하반기엔 반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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