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기간 고강도 긴축 정책을 유지해오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금리인하로의 통화정책 대전환, 즉 '피벗'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금리 추세전환을 미뤄왔던 미국과 EU의 통화당국 수장이 7일(이하 현지시간) 마치 약속이나 한듯 피벗 가능성을 내비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듯 보였던 금리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희미하게나마 고금리 시대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둘기파'로 바뀐 파월, 이틀 연속 피벗 가능성 내비쳐
미국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까지 쥐락펴락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 금리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그 지점이 멀지 않았다(not far)"고 말했다.
파월은 "우리가 그 (인플레이션 완화)확신을 갖게 되면, 긴축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피벗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한 파월이 매파(긴축선호)에서 탈피, 이틀 연속 비둘기파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그 지점에서 멀지 않았다"라는 발언에 주목하며 6월 금리인하 개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 여전히 성급한 금리인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잔존하고 있지만 시장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연준이 만약 6월을 기점으로 피벗에 나선다면, 6월12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FOMC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위원회로 1년에 여덟차례 열린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이날 연준이 초여름(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에버코어의 글로벌 행동주의 담당 총괄 빌 앤더슨은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시장은 지체없이 반응했다. 미 증시는 이날 6월 피벗 가능성에 매수세가 몰리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날보다 1.03% 오른 5,157.36에 마감했다. 지난 4일 종기 기준 최고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 고점 경신엔 실패했지만, 장중 16,309.02까지 오르며 장중 고점 기록을 다시 썼다.
◆라가르드, 6월 금리인하 첫 시사...한은은 7월 가능성 커
미국에 이어 EU도 피벗 움직임이 일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7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4차례 연속 금리동결을 결정한 뒤 6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처음으로 시사했다.
라가르드는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란 더 많은 증거와 정보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6월에는 이같은 지표를 훨씬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가르드는 이어 "이번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긴축통화 기조를 전환하기 위한 피벗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 자료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지난해 12월 예측치 2.7%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예측치도 목표에 부합하는 2%로 낮추는 등 고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ECB가 만약 피벗에 나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오는 6월6일로 예정된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보다는 1주일 정도 빠른 셈이다.
이에 따라 유럽 금융권에선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시장은 올해 ECB가 1%포인트(p)의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통화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긴축 기조를 바꿀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6월을 기점으로 주요국의 금리 인하 행진이 시작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시점도 7월엔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에 올라선게 부담스럽지만, 미국과 유럽의 피벗에 맞춰 한국은행이 7월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회의는 6월엔 열리지 않고 7월11월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미국과 유럽의 금리 조정를 보고나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7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한국이 하반기부터 금리인하에 나서 연말엔 3.0%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현재보다 0.5%p 인하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진 상황이어서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도 금리를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미국이 6월에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즉각 금리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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