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가 대한민국 경상수지 흑자를 한 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매달 50% 안팎의 광폭성장을 거듭하며, 7월 기준 올해 누적 경상흑자가 47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가 견인한 8월 수출도 두 자릿수의 고성장세를 지속했고, 적어도 연말까지는 반도체 업황의 호황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연간 경상흑자 규모가 800억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전망치인 630억달러를 큰 폭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호조에 상품수지 85억불 흑자...역성장 자동차 옥의티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91억3천만달러 흑자다. 우리나라가 7월에 외국과의 재화 및 자본 거래를 통해 한화로 약 12조1900억원의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배당 시즌' 여파로 일시적인 외국인 배당 지급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 -2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을 제외하면 매달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경상흑자로 5월(89억2천만달러), 6월(125억6천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전달 6년 9개월만에 최대폭의 흑자를 낸 것애 비하면 34억달러 이상 줄었으나 종전 7월과 비교할 경우 2015년 7월(93억7천만달러) 이후 가장 큰 흑자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84억9천만달러 흑자를 내며 경상수지 호조세를 이끌었다. 작년 4월 이후 16개월 연속 흑자 기조도 유지했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흑자 폭은 전달(117억4천만달러)에 비해 30억달러 가량 줄었지만, 전년 동기(44억3천만달러)보다는 2배가량 많다.
7월 상품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낸 것은 두말할 것없이 수출 증가 덕분이다. 7월 수출은 586억3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7% 늘었다. 지난해 10월 1년 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하며 수출플러스를 달성한 뒤 열 달 연속 증가세다.
정보통신기기(29.8%)·석유제품(16.8%)·기계류 및 정밀기기(14.3%) 등이 늘었으나 역시 최대 효자는 반도체다. 압도적 1위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AI발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무려 50.1% 성장했다.
2위 수출품목인 승용차가 전기차 캐즘 여파로 8.9% 역성장한 것이 옥의 티였으나, 반도체 폭풍질주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동남아(27.4%)·중국(14.9%)·일본(10.0%)·미국(9.3%) 등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출 증가폭엔 못미쳤지만 수입(501.4억달러) 역시 9.4%의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서며 경상흑자폭을 줄였다. 수입은 석유제품(37.9%)·천연가스(23.5%)·원유(16.1%) 등 원자재 수입이 9.5% 늘어난게 영향이 컸다.
◆여행수지 적자폭 확대...올 경상흑자 700억불 무난히 넘을듯
쾌속질주하고 있는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월 서비스수지는 23억8천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는 1년 전(-25억7천만달러)과 비슷하지만, 한 달 전(-16억달러)보다는 더 불어났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특히 여행수지가 문제다. 7월에만 12억6천만달러 적자를 봤다. 특히 적자폭이 6월(-9억달러)보다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지출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정부가 관광산업 진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행수지의 흑자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본원소득수지는 6월 27억1천만달러 흑자에서 7월엔 31억5천만달러로 폭을 늘렸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배당 지급이 줄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같은 기간 23억4천만달러에서 27억9천만달러로 증가한 때문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도 7월 중 110억3천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3억3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9억9천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01억1천만달러 불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39억2천만달러 확대됐다.
서비스수지 부진이 이어졌지만,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견고한 흐름을 보이며 1∼7월 누적 경상수지는 471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2억6천만달러)과 비교해 419억1천만달러나 많은 것이다. 1년만에 경상수지 흑자가 8배 가량 증가했다는 의미다.
경상수지는 향후 전망도 밝다. 수출이 워낙 견고해서다. 무엇보다 반도체 파워가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AI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며 일번 범용 메모리 공급까지 달리며,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한 대형 돌발악재가 나타나지 않는한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수출은 연말까지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수출이 하반기에도 호조를 보이며 올해 연간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세계 5대 수출강국 대열에 진입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수출이 건재하는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할 일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경상흑자는 700억달러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은 5개월간 월 평균 70억달러 정도의 흑자만 내도 올해 누적 경상흑자 규모가 8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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