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첨단산업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또 하나의 칼을 빼들었다. 반도체·AI·양자컴퓨팅·마이크로전자기술 등 최첨단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중국투자를 통제하고 나선 것이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으로 향하는 돈줄을 막겠다는게 핵심인데, 미국 대선을 불과 1주일가량 앞둔 바이든 정부로선 임기내 대중 패권전쟁의 마지막 한수를 둔 셈이다.
미국이 또 하나의 견제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중국이 순수히 당하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중국의 주무기는 첨단산업에 널리 쓰이는 희토류 등 원자재다.
미국과 미국 우방국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흔들겠다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간의 첨단산업 패권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자체에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폭탄 이어 미 자본의 대 중국 투자 원천 봉쇄
바이든 정부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마이크로전자기술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우려국' 투자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우려국은 중국은 물론 홍콩과 마카오까지 포함된다.
내년 1월 2일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가는 규칙에 의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은 사전에 재무부에 투자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말이 신고지 사실상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전면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중요한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론 첨단산업 분야의 헤게모니 경쟁 중인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발목을 어떻게든 잡고늘어지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이미 AI칩 등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봉쇄하고 나섰다. 또 중국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종전(25%)보다 2배 올린 50%를 부과할 계획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특히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풀며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과 한국, 대만, 일본 등 우방국 글로벌 반도체기업 생산기지 이전까지 강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약 53조8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출 및 대출 보증으로 750억 달러(약 103조5천억원)를 배정하고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네덜란드 등 동맹국을 상대로 도쿄일렉트론·ASML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중국 내 활동 제한을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 의회는 보조금 지원을 받아 건설된 미국 공장에서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중국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한국기업 영향 불가피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대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와 압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욱 강도가 강해질 전망이다.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마련한 중국 견제용 법과 정책을 아예 폐기하고, 보다 강력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이는 중국도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은 일단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첨단기술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굴기' 등 국가차원의 집중 육성 전략에 따라 첨단산업 분야 곳곳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있다.
미국의 통제로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공급받지 못한 중국 반도체산업만해도 타격도 입었지만 동시에 반도체 자립성을 키우는데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도 첨단산업 투자재원을 늘리며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미국이 돈줄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반도체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6조4천억억원)에 이르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 3차 펀드를 추가 조성해놓은 상태다. 이 기금은 고사양 반도체 기술 자립과 반도체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인 AI 반도체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 중국이 이미 반도체, 통신, 양자, AI 등 미래 기술 전반에서 놀라울만큼 발전한 상황"이라며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이 광물에 대한 생산 및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경우 미국과 우방국들이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간의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 수록 애매한 입장에 놓여 경제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29일 미국의 대 중국 자본통제와 관련 "준수의무자, 투자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며 "업계 및 전문가들과 면밀히 소통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의 5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는데다, 중국내 첨단산업 공장이 가동중인 상황에서 미-중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우리 경제이 미치는 직간접 파장이 결코 적지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중국정부가 더욱 공격적인 지원과 투자를 단행, 중국업체들의 기술력을 높이고 캐파(생산능력)만 키우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중 갈등의 불똥이 한국기업에 옮겨붙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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