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타며 수입물가가 석달 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수입물가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흐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 지난 주말 이스라엘에 보복공격을 단행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재보복을 천명하는 등 '세계의 화약고'이자 석유생산기지 중동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확대되면 걸프만 입구의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로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 가량을 소화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제5차 중동전쟁 위기가 고조되며 국제정세가 불안해지자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가 힘을 받고 있다. 강달러가 재현되며 원화가 맥을 못추고 있다. 환율과 국제유가의 불안으로 인플레 관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환율 연일 강세...정부 "과도한 변동시 과감한 조치"
지난 5일 1350선을 뚫은 원달러 환율이 16일 오전 장중 한 때 1400원을 터치했다. 2022년 11월 7일 이후 17개월여만의 일이다.
이후 1400원대 방어선을 놓고 매수와 매도간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환율 상승은 어느선까지 상승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강달러와 원화약세 분위기는 점차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1차 지지선인 1350원선이 붕괴된 이후 종가 기준 11일 1,364.1, 12일 1,375.4원, 15일 1,384.0원 등으로 매일 10원 안팎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실물 동향을 모니터링, 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 과감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확전되거나, 친이란계 진영의 도발이 수반될 경우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의 급변동성을 지켜낼 지는 의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막기 어렵다. 게다가 외국자본이 탈코리아에 나서며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
국제유가는 더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때문에 국제유가의 상승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 12일(현지시간) 90달러로 치솟았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92.0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10월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대부분 격추되며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난게 그나마 다행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23달러까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유가는 90달러대에서 고공비행 중이다. 중동 상황에 따르 언제 어떻게 반등할 지 예측불허다. 세계 최대 소비국 중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넘어선 것도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국제유가가 더 걱정...물가 흐름 전반에 악영향
환율과 유가의 강세는 거시경제 전반에 악재다. 우선 수입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지난달 수입물가가 석달 째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이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원재료가 광산품을 중심으로 0.9% 상승했다. 중간재와 자본재도 상대적으로 폭이 낮지만 각각 0.4%, 0.1% 상승했다. 소비재만 0.2% 내렸다.
지난달 수입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국제유가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원인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2월 배럴당 80.88달러에서 지난달 84.18달러로 4.1%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원유가 4.0%, 나프타가 1.9% 올랐다. 커피도 4.7% 상승했다. 한은 측은 "수입 유가의 상승이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1차금속류 등의 가격 오름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제유가와 환율 오름폭이 이달들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90달러 위로 치솟고, 환율은 1400원을 바라보고 있다. 4월 수입물가 오름폭이 3월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3%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정부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 등은 4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미 설탕, 올리브유, 카카오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뛰고 있다. 식품, 외식업계에 가격 인상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는 당초 4월 이후 물가가 3% 아래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3%대 후반으로 뛰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비자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2년넘게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고물가 행진의 끝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식품류, 외식비 등 장바구니 물가 치솟은 가운데, 상승세의 기름값이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총선 이후로 미뤄놓은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을 머지않아 인상할 것이란 소식까지 들리며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통화당국의 금리인하는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이 너무 크고 많아서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 인플레를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같다"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고환율과 고유가 흐름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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