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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슈&]뛰는 전력수요에 기어가는 송전망...첨단산업 발목 잡을라

상의, '전력수요 대응 위한 전력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 "송전망 확충 시급" 20년간 수요 2배 늘때 송전 단 26%↑...국가전력공급망 지원체계 강화 절실

지난 20년간 전력 수요와 발전설비 용량이 2배 안팎 증가했으나, 정작 생산된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설비 증가율은 4분의 1에도 못미친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전력 수요는 뛰어가는 데 전력공급을 소화할 송전망은 기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의 송전 캐파만으로도 전력 수급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향후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송전캐파 부족으로 인한 전력수급의 병목현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칫 이로인해 막대한 전기수요를 수반하는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된다.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송전망 건설이 지연돼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사진은 안산 시화호에 설치된 345kV 신시흥 영흥 송전선로 철탑. 사진=안산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송전망 건설이 지연돼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사진은 안산 시화호에 설치된 345kV 신시흥 영흥 송전선로 철탑. 사진=안산시 

◆주민반대 등에 막혀 송전로 건설 지연 심각한 양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일 '산업계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 공급 최적화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송전망 확충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송전망 적기 확충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2003년 47GW(기가와트)에서 2023년 94GW로 2배 가까이(98%) 증가했다. 경제발전으로 인해 가정과 사업장 전기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전기수요 증가세에 맞춰 발전설비 용량은 더 크게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발전 설비 용량은 56GW에서 143GW로 2.5배(154%) 가량 뛰었다.
반면 생산된 전기를 수요자에게 전달하는 송전 설비는 이에 크게 못미친다. 같은 기간 송전설비 용량은 2만8260c-㎞(서킷 킬로미터·송전선로 길이의 단위)에서 3만5596c-㎞로 고작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송전망 건설 사업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주민들의 민원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평균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압 송전 선로 근처의 대량의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며 송전선로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고서는 동해안∼신가평 500㎸(킬로볼트) 초고압 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66개월 지연됐으며,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로 사업은 150개월 미뤄졌다고 예를 들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의 송전설비 입지 선정 반대와 사업 인허가 시 관계 기관 의견 회신 지연, 지자체의 시공 인허가 비협조 등이 맞물리며 송전망 구축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되는 경우가 드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은 56조6000억원 규모의 ‘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고 2036년까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각각 60%(5만7681c-km), 40%(1228개) 늘리는 목표를 수립했지만, 지역 주민 및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건설이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0차 전기본에서 계획된 송배전망 공사 31건 중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은 단 5건에 불과하다.
◆"전력망 확충, 첨단산업 뒷받침하는 필수 과제"
한전은 이에 따라 전력망 확충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8일 나주 본사에서 전력망 확충을 위한 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송전망 갈등 해결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 설비를 늘리기 위해선 지방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배전망 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전자파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에 막혀 송전망 공사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것을 적극 돌파하겠다는 얘기다.
한국전력이 18일 나주 본사에서 개최한 '전력망 확충 결의대회'에서 김동철 사장이 송전망 확충을 위해 전사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이 18일 나주 본사에서 개최한 '전력망 확충 결의대회'에서 김동철 사장이 송전망 확충을 위해 전사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한전은 앞서 지난 11일 송전망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래 전력수요에 대비한 선제적 전력망 확충, 국가기간망 신속 건설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 전력망 적기확충에 전사적 역량 결집을 위한 ‘전력계통위원회’ 신설, 지자체 및 지역주민 소통강화로 전력망 확충 이해기반 확대, 주민 눈높이에 맞는 보상 및 지원제도 마련 등 5대 핵심 안건을 공개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전력망 적기 확충은 한전 본연의 업무인 ‘안정적 전력공급’의 핵심이고, 반도체·인공지능 등 국가 미래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과제”라며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미래 전력망 확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를 이와같은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송전망 확충에는 토지보상, 민원해소 등 예산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국가차원에서 저극 대처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박경원 SGI 연구위원은 "현행 지원 체계로는 인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현실적인 보상 금액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 이와함께 "송전망 건설 사업이 뒷전으로 밀리면 발전 사업의 성장이 저해되고, 전력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대한민국 전력생태계 전반에 빈곤의 악순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송전망 부족은 궁극적으로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 원가상승으로 인한 대외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전력망의 적시 확충은 국가 경쟁력 유지와 전력 안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전력망 확충에 따르는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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