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역사에 남을 최악의 하루였다. 5일 증시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폭삭 주저앉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10% 안팎 폭락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1년 9.11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능가하는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주말동안 미국발 경기침체, 즉 'R의 공포'와 중동발 위기가 고조되며 큰 폭의 지수하락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 정도로 낙폭이 클 줄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최악의 '블랙 먼데이'에 주식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주가가 8% 이상 빠지자 한국거래소는 4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금융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 계획, 즉 컨틴젼시플랜(contingency plan)을 가동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코스피·코스닥, 동시 서킷브레이커 발동
개장 전부터 미국발 R의 공포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증시에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 매도에 나서며 5일 한국 증시가 사상 초유의 폭락장에 휘청거렸다.
코스피는 젼일 대비 8.77%(234.64포인트) 폭락하며 2441.56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새 2600선과 2500선을 한꺼번에 내줬다. 장중 한때 2400선까지 붕괴되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하락), 장중 기준 2011년 8월 9일(184.77포인트 하락)이 직전 최대였다.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코스피 거의 전 종목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상승종목을 찾기 어려웠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30%와 9.87% 떨어지며 지수하락 폭을 키웠다. 전쟁수혜주인 대형 방산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장 대비 88.05포인트, 무려 11.3% 하락하며 691.28에 마감했다. 심리적 지지선이라던 700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코스닥 시장에도 이날 오후 1시 56분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7조7450억원으로 하루 만에 약 192조원이 증발했다. 총 시총 2천조원이 깨진 것은 2024년 1월 22일 이후 196일 만이다. 코스닥시총은 338조4천265억원으로 하루 동안 약 43조원이 날아갔다. 두 시장 시총을 합치면 이날 주가 폭락으로 235조원이 증발했다.
이같은 증시 폭락은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불안이 도화선이됐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까지 상승,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샴의 법칙(Sahm Rule)을 통해 미국발 경기 침체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과 12개월 실업률 3개월 평균 최저치 차이가 0.5%p 이상이면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현재 이 지표는 0.53%p다.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전쟁이 노골화했기 떄문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4일(현지시간) 아랍국가들이 나서 이스라엘 상대 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이란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이르면 5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은 기존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중동 전쟁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약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정부 컨틴젼시 플랜 가동...향후 주가흐름 안갯속
중동 상황이 심각해지고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5일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한은은 높은 경계심을 가지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함께 필요 시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젼시플랜)에 따라 관계기관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외환·채권시장 선진화, 공급망 확충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등 우리 자본·외환시장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대외 안전판 확충을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관심은 앞으로의 증시 흐름이다. 일단 그 향방은 쉽게 예단이 어렵다. 안갯속이다. 우선 대폭락을 야기한 2가지 돌발 악재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았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동위기도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의 과민반응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극적인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우선 중동위기의 경우 이란의 보복공습에 나선다해도 강도가 약하거나 이스라엘의 반격이 크지 않을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보복, 재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조기에 수습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확전에 대한 리스크는 양측이 같기 때문이다.
미국발 R의 공포도 단지 우려로 끝날 수도 있다. 올들어 미국경기는 늘 예상치를 빗나가며 호황국면을 이어왔다. 연준(Fed)이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 낮추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세계 증시가 AI 등 신기술 열풍에 의해 과도하게 오르며 버블이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며 여기에 경기침체설이 맞물리며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면서 "R의 공포와 중동발 위기가 현실화하기까진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장중 한때 1조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하다가 막판 매수 우위로 돌아서 1조2118억원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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