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

[이슈&]'찜통더위 랠리'에 전력수요 사상 최대치...전력대란 경고등

초장기 무더위속 12일 전력 총수요 102GW, 지난해 8월7일 기록 경신 예비율 2년만에 10%선 붕괴...AI등 첨단제조업 중심 사용량 증가 지속

찜통더위가 20일 넘게 이어지며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오후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찜통더위가 20일 넘게 이어지며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오후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랠리에 전력 수요량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35도를 넘나드는 가마솥 더위에 열대야가 이어지며 냉방용 전기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다, 첨단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띠며 전력사용량이 급증한 결과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서울의 열대야는 22일째 이어졌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 긴 무더위다. 폭염특보도 지난달 24일부터 20일째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전력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역대급 폭염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망 안정의 척도인 예비전력률(예비율)이 9%까지 떨어졌다. 2년만에 다시 10%벽이 무너진 것이다. 전략대란 위기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일각에선 2011년의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3일 연속 열대야에 피크 전력 계속 상승세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에 초유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서도 12일 오후 총수요 기준 최대 전력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1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오후 2∼3시 전력시장 안팎 수요를 모두 합친 전력 총수요는 102.327GW(기가와트)로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대였던 작년 8월7일 100.571GW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력 총수요는 공식 집계되는 전력시장 내 전기 수요에 태양광, 풍력 등 한국전력의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부 수요를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누적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4.3GW(2022년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약 3분의 1만 전력시장에 들어와 있고, 나머지 약 3분의 2는 전력시장 외부에 있다.
전력총수요가 증가하며 원전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1(왼쪽), 2호기. 사진=현대건설홈페이지
전력총수요가 증가하며 원전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1(왼쪽), 2호기. 사진=현대건설홈페이지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 외부의 태양광 발전 설비의 출력 동향을 기상 조건 등 변수를 활용해 추산한 뒤 다시 시장 수요와 더해 총수요 추계치를 산출해 관리한다.

12일 총수요가 최대치에 달한 시점에 태양광 발전 출력은 총 17.924GW였다. 이는 전체 전력 공급의 17.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전력 총수요 기록을 갈아치운데는 지속되는 무더위의 영향이 컸다. 기상청 날씨누리에 따르면 전날 서울 최고기온은 34.1도까지 올랐다. 간밤까지 서울은 무려 23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졌다.
가정과 사무실에선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밤낮없이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속도로 늘어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전기 충전수요도 만만치않다. 여기에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기사용량이 막대한 첨단산업 제조업이 호황을 맞아 전체적으로 국내 전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력사용량 증가세는 데이터로 입증된다. 1987년에만 해도 국내 최대전력은 10GW에 불과했다. 2007년 7월 최대전력은 약 58GW로 다섯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다시 16년 만인 작년에는 두 배 수준인 100GW로 증가하며 세 자릿수대로 올라섰다.
여름철 피크 전력 수요도 해마다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2021년 7월27일 91.1GW에서 2022년 7월7일엔 93GW로 커졌고 지난해 8월7일 93.6GW로 다시 높아졌다. 불과 3년만에 1.4GW급 신형 원전 2기에 가까울 정도로 수요가 폭증한 셈이다.
◆예비율 2022년 7월 후 최저...안정적 공급망 구축해야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 수요가 늘어나 전력 예비율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전력 위기 경고등 역할을 하는 예비율은 지난 5일 9%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한 자릿수대 진입이다. 2022년 7월 예비율이 7.2%로 떨어진 이래 최저다.
정부는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공급 능력이 104.2GW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예비율 역시 10%벽을 무너졌지만, 1단계 예비력 경보단계인 '관심'(3.5~4.5%)까지는 적지않은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잘라말한다. 무엇보다 초장기 폭염에 지친 사람들이 가정과 사무실에서 냉방용 전기 사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 휴가시즌이 끝나면서 산업현장도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온열환자가 급증하는 역대급 초장기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 에너지절감을 강요하기도 어렵다.
전력대란에 대비한 송전망 확충을 위한 전력망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기도 북부에 소재한 양주 변전소(345kV)를 방문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력대란에 대비한 송전망 확충을 위한 전력망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기도 북부에 소재한 양주 변전소(345kV)를 방문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시설 투자 확대, 데이터센터 증가, 전기차 침투율 향상 등 일상 속 전동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전기 수요 증가세의 기울기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전력 공급망 체계도 안정적이라 보기 어렵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으나 변동성이 크다. 신재생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만해도 비가 오거나 공기 질이 안 좋으면 출력이 좋지 않다는게 문제다. 예비 전력도 지금보다는 더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전력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전력망법)도 시급히 처리해야한다. 전력망법은 여야 합의를 이뤄냈음애도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묻혀 본회의를 통과 못한 채 폐기됐다. 전력망법은 지방 발전소를 전기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송배전망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전력은 국가 핵심 인프라이자 국민생활이나 산업활동과 직결된다. 보다 여유있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불가결한 이유다. 만에 하나라도 전력수요의 폭증과 공급망 차질로 맞물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국민과 산업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올여름같은 장기 폭염랠리가 매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력당국의 선제적인 공급망 확충괴 전력수급 체계를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