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

[이슈&]하림, HMM인수 무산...무너진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의 꿈

산은·하림, 협상 결렬 마지막날 본계약 최종 불발...경영주도권 다툼이 쟁점 당분간 채권단 관리 체제 유지...해운업황 부진에 매가 높아 매각 난항 예고

국내 최대 컨테이너해운선사 HMM 매각이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과 산업은행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때문이다. 사진=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해운선사 HMM 매각이 불발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과 산업은행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때문이다. 사진=HMM

닭고기업체에서 글로벌 종합 물류그룹으로의 부상을 꿈꾸며 HMM(옛 현대상선) 인수에 충력을 기울여왔던 하림의 꿈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하림은 계열사인 벌크 전문 선사 펜오션에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선사 HMM을 더해 세계적인 종합 물류업체로의 도약에 그룹을 명운을 걸었으나,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하림은 지난해말 동원그룹을 제치고 HMM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종합물류그룹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나 매도자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과 본계약 협상조건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주주 간 계약 조건 등 핵심 쟁점 이견 조율 실패
하림은 HMM 본계약 협상 데드라인인 6일까지 합의에 실패하며 HMM 인수 포기를 선언헸다. 하림은 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매도측과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최종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도 “지난 7주에 걸친 협상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7일 밝혔다.
매수자인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매도 주체인 산은과의 협상이 끝내 실패로 돌아간 것은 1차적으로 HMM의 잔여 영구채 처리 문제와 주주 간 계약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림은 HMM 인수의 최대 쟁점중 하나로 특혜논란이 일었던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청까지 포기하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오랜 우군인 JKL파트너스의 계약조건에 발목이 잡혔다.
하림측이 엑시트(투자회수)가 필수적인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해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JKL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매도자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림은 2015년 JKL파트너스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인수하는 등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HMM인수도 중요하지만, 최고 협력 FI파트어인 JKL과의 의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하림그룹은 7일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최종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하림그룹
하림그룹은 7일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거래 협상이 최종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하림그룹

하림이 잔여 영구채에 대한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는 요구마저 매각 측의 반대에 밀려 철회하고 JKL문제를 최후의 보루로 간주하며 협상에 나섰지만, 산은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최종 협상이 불발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본 계약과 관련 하림과 산은측이 HMM의 현금 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에 대해 장기간 조율을 시도했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해진공은 HMM이 쌓아둔 14조원의 현금성 자산이 해운업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림 측은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고 건설적인 의견들을 제시하며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왔다”며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 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구채 문제와 업황 부진 등이 재매각 걸림돌
하림의 HMM 인수가 진통 끝에 결국 무산되면서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향후 HMM 처리 절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산은 측은 HMM을 당분간 채권단 관리체제로 유지하되 재매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HMM의 매각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은 관계자는 "언제 다시 재매각 절차에 들어갈지 등에 관해 얘기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HMM 재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이번 협상에서 매각 후에도 경영을 감시하겠다는 해진공측의 입장이 드러난것이 향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HMM인수한다해도 온전히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간섭과 제약이 따른다는 것은 매수자 입장에선 달가운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측도 이와관련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아마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매도자가 매각후에도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뜻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운업황이 좋지않은 것도 향후 HMM 재매각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구채 등으로 HMM 매각가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 시장까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인수 매력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사실 대그룹들이 HMM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가 막판에 대거 이탈한 것도 이같은 해운업황이 침체의 늪에 빠진 것과  무관치 않다.
HMM의 재매각은 업황 악화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HMM
HMM의 재매각은 업황 악화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HMM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도 HMM매각의 풀리지않는 숙제다.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주식 외에도 1조6천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잔여 영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은 내년이다. 이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한진공의 지분은 32.8%로 급증하고 인수자의 지분은 38.9%로 줄어든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자는 "영구채 주식전환으로 2대주주와 불과 6.1%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확보가 어려다는 얘기인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대기업들이 HM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한편 증시는 하림의 HMM인수 불발에 대해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림 주가는 7일 코스닥시장에서 전일대비 16% 이상 급락했다. 작년 12월21일 전고점(6300원) 대비 거의 반토막 난 것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