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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8-25 05:5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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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제는 식량전쟁

종자를 지켜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식량전쟁

이제는 식량전쟁이다!

종자를 지켜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

9월 말에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 다양성 총회'가 열렸다. '생물 다양성 총회'는 생물자원을 잘 보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종자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 불평등을 풀자는 취지가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자생했던 구상나무를 미국은 한국전쟁 때 이 나무 종자를 가져가서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로 팔았다. 미국은 막대한 로열티를 챙겼다. 우리 토종식물을 갖고 미국이 모든 이익을 챙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장미와 버섯 같은 일부 품종에서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을 제외하면, 내년에만 600억 원의 로열티를 내야 하는 종자 후진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세계 종자 시장은 45조 원대로 성장했는데 몬산토를 포함해 10대 다국적 기업이 67%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생물자원을 보유한 나라와 수입국 간에 과도한 로열티를 부담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재래 종자를 지켜내고, 또 우리만의 씨종자를 개발해야 총성 없는 '종자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 종묘사에 로열티를 내야 하는 우리의 현실

파프리카 1개에는 성인이 하루 필요한 양보다 비타민이 7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 100g짜리 1개 값은 1천980원, 작은 파프리카 씨앗 1개 가격은 500원이다.

김미영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센터 연구원은 현재 파프리카 씨앗은 1g에 약 12만 원이라고 말한다. 요즘 금 한 돈, 3.75g이 16만 8천 원 정도 하는데 같은 무게의 파프리카 씨앗이 45만 원이니까 금보다 3배나 더 비싼 것이다. 파프리카 씨앗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로열티 때문이다. 우리 파프리카 재배 농가는 대부분 씨앗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한다.

이두용/ 파프리카 재배관리사는 “씨앗 한 개에 550원 정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런 종자를 쓰는 이유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현재 외국의 종자를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라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사온 씨앗은 한 번 씨를 뿌려 수확한 뒤에는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새끼 종자에는 다른 유전 형질이 섞여 있어서 새끼 종자 씨를 받아 재배하면 정상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외국 종묘사로부터 끊임없이 종자를 사올 수밖에 없다. 방울 토마토와 청양고추, 심지어 콩과 옥수수 같은 작물의 부모 종자 특허도 이미 외국 종묘사에 넘어가 우리나라는 해당 작물을 심을 때마다 로열티를 내야 한다.

우리 종자회사 동부팜흥농에서 미래를 보다

청양고추 씨앗에 대한 원종(原種) 소유권은 미국(몬산토)에 있지만, 2012년 9월 이후부터 판권은 우리(동부팜흥농)에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청양고추 씨앗에 대한 로열티를 미국에 지불하지도 않는다. 2년 전 동부팜흥농의 몬산토코리아 인수와 최근 농협의 농우바이오 인수로 이어지는 종자업계의 굵직한 지각변동은 머지않아 채소 분야만큼은 종자주권을 되찾으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7대 3까지 벌어졌던 외국계와 토종업계 채소 종자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현재 4대 6으로 역전됐다. 장장 15년이 넘는 종자독립운동의 결실이다. 동부팜흥농의 육종연구소와 경기도 안성공장은 채소 종자전쟁의 전진기지다. 매년 새 품종을 개발하고, 연간 1억 포의 생산능력을 갖춘 동양 최대시설이다. 씨앗은 몸 안에 그저 채소만 품고 있는 게 아니다. 지름 1.5㎜의 배추 씨앗 한 알마다에는 장장 10년의 시간과 연구원들의 땀, DNA 분석 등 온갖 최신과학이 담겨있다. 그래서 새로운 씨앗의 지난한 탄생 과정은 종자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단서다. 우선 연구소는 농민과 소비자의 기호를 살핀다. "봄 수박은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다","기후 변화 탓에 신종 병이 생겼다"는 증언들을 바탕으로 30개가 넘는 종자들을 교배하고 또 교배한다. 이는 우리나라 '종자전쟁'사(史)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종자회사를 다국적기업들이 잇따라 삼키면서 종자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나라가 종자 독립의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 년간 한 작물에 매달리다 실패하고 결국 연구소를 떠난 연구원도 있다. 그래도 그의 실패는 헛되지 않아, 후임이 승계해 새로운 품종 개발로 이어진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만큼 씨앗 하나에 매달려야 하니 종자전쟁의 최대 경쟁력은 바로 시간단축이다. 최근엔 품종 개발 기간을 5년 이내로 줄이기 위해 DNA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현재 외국 종자가 장악한 양파(일본) 시금치(유럽) 등은 대부분 종자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품종들이다. 양파는 품종 개발에 20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도 동부팜흥농은 2017년 양파 신품종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형태 육종연구소장은 "족보도 모르는 외국산 씨앗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입맛을 지키는 일은 시간과 인력, 우수한 원종, 최신 설비가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며 "채소만큼은 종자주권을 곧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부팜흥농은 중국 동남아 등으로의 종자 수출도 차츰 늘리고 있다. 덧붙이면 사실 청양고추는 1983년 청송과 영양 일대에서 실험재배 뒤 개발된 고추 품종의 하나다. 워낙 인기를 끌어 우리나라 고추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현재는 유사 품종들이 많이 개발돼 재배비율도 약 20%로 줄었다. 소유권이 외국에 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총각김치란 보통명사로 굳어진 총각알타리무(77년), 삼복꿀수박(94년), 관동여름무(97년), 금싸라기참외(98년) 등 친숙하고 품질이 뛰어난 국산 품종들은 여전히 많고,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향후 10 년간 종자 수입액 5065억 원, 로열티 지급액 2905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해외에 수출할 좋은 품종을 개발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 과수의 경우 품종보호 기간은 육성 후 25년이다. 외국의 신품종을 들여오면 이 기간 동안은 로열티를 내야 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다. 과거 신고배, 후지사과, 캠벨포도 등에 25 년간 로열티를 지급했다.

마국 종자전쟁의 끝, “식량을 장악하면 시민을 통제할 수 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부 장관은 이 같이 말했다. 배럴 당 2달러 중반이던 원유가가 1년 사이 11달러를 넘어서며 4배 이상 치솟았고, 국제 곡물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폭등했다. 곳곳에서 아사자가 속출했다.

유엔은 1974년 로마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재로 세계식량회의를 열고, 식량자원 공급에 관한 국제 공조에 합의했다. 키신저 장관은 이 회의에서 "10년 내에 전세계 어떤 아이도 줄인 배를 잡고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1970년대 식량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췄고, 카길ㆍ콘티넨탈 등 민간 곡물메이저 기업을 앞세워 세계 식량 시장을 독점해갔다. 이후 이들을 뒷받침 한 것이 몬산토를 비롯한 미국계 종자회사다. 식량전쟁에서 종자전쟁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총성 없는 세계 종자전쟁에서 미국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ETC그룹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몬산토와 듀퐁, 랜드오레이크, 다우 아그로사이언스 등 미국계 종자기업이 세계 종자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4개 기업이 종자를 팔아 얻은 수익은 그 해 125억 7,311만 달러(약 13조 원)에 달했다. 특히 몬산토는 1990년대 유전자조작종자(GM)를 판매하면서 세계 종자시장의 23%를 장악한 1위 종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01년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만들던 사업으로 출발했던 몬산토가 종자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1980년대다. 몬산토는 1982년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의 유전자 변형에 성공했고, 이후 GM종자 개발에 집중했다. 몬산토의 대표적 전략은 자사 제초제와 그것에 내성을 가지는 GM종자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인데, 몬산토의 세계 GM종자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 의 유해성 비판이 거세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프랑켄푸드'라는 악명이 붙은 GMO 생산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콩의 97%가 몬산토 종자일 정도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종자주권 갈등

식물 신(新)품종 보호의 역사는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티칸 교황청은 인간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농작물 품종을 개발한 육종가에게 상금을 주고 표창하기 위해 ‘식물의 종류를 개량한 육종가를 위한 보수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다. 유럽지역은 종자의 품종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1961년에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식물신품종의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체결했다. 1968년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4개국이 참여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족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했다.

이 동맹 회원국이 되면 그 나라에서 재배하는 외국 품종에 대해 농민들은 로열티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가 2012년 종자와 관련해 지급한 로열티는 205억 원에 이른다.

종자주권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 미 종자회사 포드너스는 1994년 멕시코에서 다양한 색의 강낭콩 한 자루를 구입, 노란색 콩만 골라 개량한 뒤 1999년 '에 놀라'라는 이름으로 종자 및 식물육종권 특허를 취득했다. 포드너스는 2년 뒤 멕시코에서 수 백 년간 재배해왔던 노란 강낭콩에 대해 로열티를 내라며 멕시코 농부들과 콩 수출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9년을 끌던 분쟁은 미 연방고등법원이 2009년 포드너스의 특허권을 취소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종자자원국이 승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 특허청은 로린 밀러가 1999년 아마존에 자생하는 약용 넝쿨식물 '아야후아스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것 관련, 아마존 유역토착민기구연합(COICA)이 낸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독점권을 인정했다.

남아프리카산 약초 '후디아'는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데, 수 십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추정되는 특허권이 1995년 제약회사 파이토팜(영국)과 화이자(미국)로 넘어가기도 했다. 유전자원 보유국들은 최근 글로벌 종자기업의 이러한 개발행위에 유전자원의 주권 및 권리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국제 사회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나고야 의정서ㆍABS)'를 맺었다. 미약하지만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의 골든시드 프로젝트

우리정부는 20개 수출용 종자를 집중 개발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위해 2021년까지 4911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신품종 종자개발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종자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벼와 채소에서 세계적 수준의 육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화훼와 과수는 수입종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주정거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우주에서 오랜 기간 체류할 경우 현장에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주식물 종자전쟁이 일어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정부는 이달 초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20개 수출용 종자를 집중 개발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위해 2021년까지 4911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신품종 종자개발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종자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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