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간 융합이 기술이나 학문분야에서 새로운 사고와 발전의 동인으로 간주된 지 오래다.이 융합의 대세에서 ‘생태’가 어떤 분야를 지칭하는 낱말에 접두사처럼 붙어있으면 우리는 일단 신뢰한다.
산업에서는 첨단 디지털로 무장한 기술이 매일 갱신되고 있고, 생활에서는 더 세련되고 공학적인 일상 도구들이 우리를 감탄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럴수록 사람들이 더욱 열망하는 것이 ‘생태’로 지구 환경에서 이제 범접할 수 없는 절대성으로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
조경은 일반인들에게 날 것의 환경을 어떻게 기능적이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으로 변모시키는가의 의미로만 인식돼 왔다. 당연한 시작이겠지만 이제 조경에도 새로운 학문적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김창환 교수는 그 선두에 서 있는 학자다.
교육은 보여주는 것, 후학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
전북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김창환(56)교수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그의 거리낌 없는 시원한 태도에서 이질(異質)이나 낯선 것에 대한 경계나 조심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은근히 배어나오는 지역 사투리가 다른 지방 출신인 기자에게도 매우 친근감 있게 들렸다. 조금 괴팍하거나 특이하지만 학문에는 정통한, 그래서 매력 있는 교수 같은 유형이었다. 먼저, 이번에 환경보전과 복원 그리고 환경 교육 등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통령상 받은 것을 축하했다.
“저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상(賞)이 주어질 때 겸손해 하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항상 기분 좋게 받아들입니다. 상 주세요.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이런 태도죠. 교수에게 주는 이런 상이 학생들에게도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했는데 젊은 너희들은 더 잘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집중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그 본보기를 가지고 더욱 성장하는 것이고요.”역시 겸손보다는 솔직함이 두드러졌다. 그 솔직함에는 자신이 지향하는 학문에 대한 진실과 열정이 담겨있었다.
이번 대통령상 수상을 결정적인 공로를 파고들었다. 김 교수는 고창 군 운곡 습지를 발견하고 조사해서 람사르(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습지로 등록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또, 얼마전 고창군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유네스코 MAB(인간과 생물권 계획)에 등록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2년 동안의 조사과정과 신청과정에서 고창군, MAB 한국 위원회, 환경부와 공조해 많은 역할을 했다. 람사르 습지보다 생물권 보전지역이 더 넓은 환경적 의미를 차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지역에서는 다섯 번째라고 한다. KBS 뉴스에서 헤드라인으로 다루어진 이슈라며 웃는다. 김 교수는 자신은 이 프로젝트를 행하는 동안 아주 폭 빠져서 지냈다고 한다.
학문간 융합의 유연성 보여주는 생태조경디자인
각자는 익숙한 용어들이지만 학문에서는 생소한 ‘생태조경디자인학과’에 대해 물었다. “기존의 조경에 생태디자인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반반 정도로 서로 기여하고 있죠. 커리큘럼의 90%는 생태디자인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생태조경디자인학과는 본래 환경조경디자인학과였다. 올해 특성화학과를 개설하고 유사 학과 간 통합을 모색해서 대학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대학 측의 취지가 있었다고 한다. 학과와 관련한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면서도 김창환 교수는 남다른 열의를 과시했다. 학문에 대한 자부심과 미래적 가치에 대한 확신으로 애정이 넘쳤다.
“생태에 대한 메카니즘적 이해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저 가시적인 조경만 하는 게 아닙니다. 생태조사부터 시작해 실제 설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학문입니다. 기존의 조경은 필요할 때마다 생물학적 조사를 다른 전문가에게 의뢰했기 때문에 애초의 조경 의도에서 벗어나기 십상이었죠. 공조해야 할 다른 학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그럴 수밖에요.”하지만 생태조경디자인에서는 그런 함정을 제거했다고 한다. 그는 ‘붉은점모시나비’를 예로 들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이 나비의 서식지가 파괴되었는데, 서식처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군데군데 이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 몇 군데가 사라지니 생존 패턴에 문제가 생기고 멸종위기가 온 것이다. 중간에 파괴된 이 서식지를 복원 하는 일은 물리적 공사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고 몇 개의 전문 분야가 융합돼야 한다. 나비가 먹는 식물먹이는 무엇인지, 하루 이동거리는 얼마인지 등의 생물학적 특징은 물론이고 어느 위치에 복원해야 하는지 시공은 어떤 방법의 어떤 조경적 디자인을 선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변 서식식물이나 동물과의 생태적 관계성은 어떤가까지...이 모든 것을 생태조경디자인학과에서 세별적, 포괄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다시,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통섭의 자세
김창환 교수는 자신의 학과를 실천으로서의 과학과 가치미학을 접목시킨 학문으로 규정했다. 생태는 실천으로서의 과학이고 조경디자인은 창조적 예술에 속한다는 뜻이란다. 그래서그는 기존의 전공서적 외에 따로 철학이나 미학 등에 관한 인문학 서적을 선별해 100권정도 구비해 놓고 읽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의 첫 인상답게 배움에 있어서도 배타성이나 권위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국 조경에서는 이미 미학과 생태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희 학과 커리큘럼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그런 것을 시도한 것입니다. 미학 외에 수리, 수문학, 지리학 등 모든 인접분야의 학문과 교류해 조경의 종합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진짜 조경이란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라는 고찰이 필요하죠.”조경 분야에서 우리나라도 물론 앞서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단편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다.
가령, 하천 복원의 문제만 해도 단지 복원 공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질학, 생태, 수문학, 거주 주민들의 지역적 특성 등 유역권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과학적 철학적 현상의 정교한 만남이다. 지난 6월 초 김 교수는 일본 동경의 생태하천 복원 사례를 견학하고 왔다고 했다. 견학 현장에서 그는 ‘이 시대에 맞는 하천생태 복원에 대한 메카니즘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학문적 비전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모법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본보기 위에 나라와 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것이 진정한 생태조경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조경이 예전에는 단순한 식물적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동식물의 차원으로 격상된 것이다. 외국에서는 생태복원과 관련한 조경디자인이 그 역할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시작이 곧 바로 절정과 맞물리지 학문적 탐구대상이 얼마나 많냐고 즐거워한다.
상아탑에만 갇혀있지 않는 현장 실천으로서의 학문
김창환 교수는 격식 없는 그의 성격처럼 그가 전공한 학문의 쓸모가 생기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지식을 빌려주고 현장에서 일했다. 그동안 환경과 관련한 정부부처, 기관 등에서 추진하는 자연환경조사와, 내륙습지조사, 정밀식생조사, 고창운곡습지 조사, 비무장지대 생태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여럿 환경단체에 관여하면서 생태관련 교재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만경강으로 떠나는 하천생태길잡이‘’만경강의 생태도감‘ ’숲 속으로 떠나는 생태기행‘등이 그것들이다.
새만금간척지 관련 염생 식물원, 식물군락 활용방안, 간척지 식생변화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간척지 생태자원 관리정책에 기여해왔다. 비무장지대 경의선ㆍ동해선 지역 일대 자연환경생태 공동조사단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생태계 보전ㆍ복원ㆍ관리 정책에 기여도 했다. 제14대, 15대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한국위원으로서 국제적인 생태활동에도 간여한다. 지역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고창 용대 저수지 가시연꽃군락지에 대한 조사 후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시키며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군락지에 대한 보전대책 수립에 지대한 몫을 했다.
이렇게 수많은 공적을 열거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활동과 연구를 제한하는 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생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이라면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든 공중파를 비롯 교육방송에 출현해 습지생태계의 가치 중요성을 전파해왔다. 이런 거침없는 현장 학문적 일보들은 김창환 교수에게 학자로서는 비교적 상복을 가져다주었다. 환경과 관련한 여러 학문적 업적과 현장 활동의 적용 등을 인정받아 수년 전에는 농촌진흥청장상, 환경부장관상, 최에는 국무총리 상도 받았다. 10여 년 전에는 학생회에서 제자들이 주는 상도 매우 의미 있게 받았다고 한다.
그를 생태학자로 키운 건 8할이 시골의 산야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학문까지 전공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꼽았다. 그는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어렸을 때는 자고 일어나면 보는 것 자체가 모두 자연이었죠. 매일 나무, 풀, 꽃, 새, 작은 동물 들이다 보니 남들보다 생물구별 능력이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변화가 빠른 것은 저하고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처럼 단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업그레이드해내야 하는 속성을 가졌다면 저는 못했을 겁니다. 생태는 세월에 따라 노하우가 축적되는 깊어지는 영원한 학문입니다.”이런 경험은 생태복원에 대한 김 교수만의 향토적인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먼저 접했던 문화를 선호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속성입니다. 가급적 토종, 향토의 자생식물이나 환경을 복원에 이용해서 우리나라 자연의 원형을 아이들에게 접촉시키고 싶습니다. 그렇게 친숙감을 갖게 된다면 성장해서도 우리 것을 지키는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조경입니다. 외국 어딘가의 유명하지만 생소한 무엇을 소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진짜 경관을 보여주는 것이죠.”경험과 시간의 유구함을 조경에 접목하는 김창환 교수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단기적 변신을 단행하는 무리한 시도도 한다. 강의 매시간 마다 옷을 갈아입어 하루 다섯 번 넥타이 변신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신선함을 주어 자칫 가질 수 있는 공부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주려고 하는 의도란다. 대부분 정장차림으로 수업하지만, ‘미학과 디자인’수업 같은 경우에는 총 천연색의 발랄한 옷을 입고 교단에 선단다. 우리 속에 있는 오래된 것을 존중하되 틀도 깨보는 신선함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은퇴를 하면 강가에 가서 자리를 잡고 환경센터를 만들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생태는 절실한 분야입니다. 자본도 안 들죠. 영어단어 천개 알면 보통이지만 동식물 이름 천개를 알면 전문가가 됩니다. 학문은 행복하고 즐거워야 합니다.”자연계의 ‘자연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이런 시선은 그것이 우리를 이롭게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
0